삼성경제연구소 수석컨설턴트 송영필 동문 (도시공학 92년졸)

<한양동문이 뛴다 32>

 

이제 국가의 장래에 대해 감히 '훈수'를 둘 만큼 현대사회의 시민은 도도해졌다. 모든 정보를 국가가 독점하고 사회의 미래에 대한 점괘를 오직 공무원이 놓던 시대는 아득한 추억의 저편에 있다. 현대에 있어 기업활동이란 단순히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국가와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순수 연구의 영역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최고의 씽크탱크 중 하나임을 자임하는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곧잘 'F학점'을 내놓기도 하는 '도도한 시민'의 대표주자인 셈이다.

 

정부에 'F학점'을 내린 기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컨설턴트로 재직 중인 송영필 동문(도시공학 91년졸)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도도함'에 대해 누구보다 자부심이 높다. 민간 기반의 여타 경제연구소들이 모회사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반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자회사는 물론 정부에 대해서도 '입바른 소리'를 일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간기업 연구소의 대부분이 단순히 증권회사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수행해 오던 것에 반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상대적으로 모회사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위와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또한 국가 엘리트가 주도하는 경제 연구가 아니라, 민간기업의 시각에서 경제 연구를 하고 있는 것도 저희 연구소의 특징입니다. 점차 그 위상이 높아져 가는 민간 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저희 연구소의 대표적 업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역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연구소의 배경을 두고 있는 탓에 삼성경제연구소가 갖는 한계도 없지 않다. 이른바 연구소라는 글자 앞에 붙여 놓은 '삼성'이라는 수식어가 갖는 음영이다.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의 경영 노하우가 축적되었을 것이라는 진실 아닌 진실을 이유로 벤치마킹을 꿈꾸는 다수의 기업들이 연구소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반면, 경쟁 관계에 있는 유사한 규모의 대기업들간에는 기업보안을 이유로 상호 연구를 의뢰하거나, 수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소의 동력, '학제간 연구'

 

   
 

송 동문의 약력을 검토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경제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그의 전공이 '도시공학'이라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컨설턴트'라고 하면 상경 계열의 학생들이 최고의 전문직종으로 희망하며, 실제로 해당 직업군을 독점하는 분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송 동문은 본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자신의 경력을 내세우며 경영에 대한 상기의 편견이 왜 협소한 것인지를 조목조목 나열하고 나섰다. 물론 경제연구소의 가장 큰 역할이 경제 예측과 기업 경영에 대한 자문이기는 하지만 경영은 재무와 회계를 넘어선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목격되는 경제 현상 중 하나가 이른바 '경제 착시현상'이라는 것입니다. 현재에도 전체 경제의 통계 수치만을 살펴보면 상당한 호황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업종군이나, 지역별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IMF가 다시 도래했다고 느낄 만큼 어려운 분야와 지역이 있습니다. 이는 특정 업종의 고성장과 서울 위주의 발전이 과도한 탓에 통계수치상으로는 그 불황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영의 바탕에는 일반인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다양한 연구분야가 존재합니다. 저요? 부동산(real estate)이 제 연구 분야죠."

 

아울러 송 동문은 거시적인 국가경제 연구가 아닌 미시적인 지역경제 연구에 있어서 자신의 전공이 탁월한 쓰임을 발휘한다고 부연한다. 사실 송 동문 외에도 삼성경제연구소에는 사회학, 정치학은 물론, 문화예술 부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공을 지닌 컨설턴트들이 있다. 이러한 구성인자들이 많은 경쟁 민간연구소들이 도태되는 외환위기 와중에도 삼성경제연구소를 건실하게 지켜주었던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부분의 민간연구소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경제나 경영 부문인데 반해 저희 연구소는 학제간 연구를 많이 수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동일한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다양한 견해가 제시됩니다. 도출된 의견들을 하나하나 융합하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매우 놀라운 결론을 이끌어 낼 수가 있지요. 이런 경쟁력이 지난 외환위기 때에도, 오직 삼성경제연구소만이 발빠른 대응책을 낼 수 있게 한 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학벌의 신화'를 깬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하기 전, 송 동문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잠시 몸을 담았다. 이후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까닭을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물들이 실제로 어떻게 현실에 반영되는지 알 수 없었던 공공 연구기관의 한계 때문이라 설명했다. 또한 민간연구소가 공공연구소보다 상대적으로 현장 밀착적이라는 점 외에 공공연구기관이 지닌 학벌에 대한 신화가 자신을 옥죄고 있었노라 고백한다.

 

   
 

"얼마 전 일본에서 학사 출신의 연구원이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학벌이 중요한 우리나라나 공공 연구기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에서는 학사, 석사 ,박사 따위의 학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능력과 노력이 있다면 연구소 내의 그 어떤 지위까지도 승진이 가능합니다. 현재 삼성경제연구소를 총괄하는 소장님이 학사출신이라는 점을 알고 계십니까?"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닌 개방적인 사고와 유연함은 비단 학력의 문제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공공 연구기관과는 달리, 매우 짧은 시간에 신속한 분석이 요구되는 3개월 미만의 단기 프로젝트들을 주로 수행한다. 따라서 동시대에 이슈화된 경제 전반의 문제들에 대해 그 어떤 공공연구소보다 빠른 연구와 분석을 제공하도록 훈련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내가 오늘 읽는 것은 당신의 미래

 

물론 송 동문은 삼성경제연구소가 단기 연구에 익숙한 탓에 주로 중장기 프로젝트를 하는 공공연구소들에 비해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의 단점이라 말한다. 또한 철저한 능력 중심의 연구소 운영 방침으로 인해 '상시 구조조정'의 위험부담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은 민간연구소가 주는 '근심'이라는 사실도 덧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생 책상물림을 면치 못하는 연구원의 직분이 숙명처럼 행복하다 고백한다. 남들보다 늘 앞서 배우며 살아간다는 것이 주는 지적희열 탓이다.

 

"이 직업은 항상 새로운 정보들을 먼저 찾아내고 접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물론 그것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지만, 세상의 흐름을 읽어낸다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오늘 즐거운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불확실한 저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제가 오늘 읽는 것은 당신의 미래입니다."

 


김자영 취재팀장 apriljy@ihanyang.ac.kr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송영필 동문은 1991년 본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같은 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입사했다가 이듬해인 1995년, 삼성경제연구소로 이적했다.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컨설턴트인 그는 '지역산업정책' 및 '부동산'을 자신의 전문 연구분야라 소개한다. 최근 '인터넷시대의 지자체 웹사이트 기능 강화방안', '재정동향점검시스템(FTMS)을 이용한 지자체 재정진단', '외국인 직접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과제' 등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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