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연구에서 한양 국제화의 첨병으로-건축학부 신성우 교수
1931년 뉴욕에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이 등장한 이후 고층건물들의 높이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3년 현재,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452m)의 지위도 조만간 완공될 상하이 세계금융센터빌딩(459m), 타이베이금융센터(508m)에게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2005년 부산에 완공될 제2롯데월드(464.5m)를 앞세워 이러한 높이 경쟁에 편승했다. 이렇듯 초고층 빌딩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장악하게 된 이면에는 무엇보다 공학적인 공헌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공학 분야의 지원 중에서도 '고강도 콘크리트의 등장'이 없었다면 초고층 빌딩은 애지당초 불가능한 '공상'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가 인정한 콘크리트 연구의 '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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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사방의 벽을 가득 메운 메모들과 신문 스크랩, 여기저기 쌓여 있는 책과 서류들. 마치 마감이 임박한 신문사를 연상케 한다. 태초에 혼돈 속에서 우주가 탄생된 것을 기억하는 순간 연구실의 혼돈 속에서 동적 에너지를 느낀 것은 착각이었을까? 그 착각의 중심에는 방금 두꺼운 책과 설계도면들을 가득 안고 계단을 뛰어 올라온 신성우 교수가 있었다. 그의 주요 연구 분야는 '고강도 콘크리트 연구'. 현재 '혁신적 콘크리트 기술 연구소'를 운영하는 신 교수에게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현재 건설되는 모든 구조물의 자재에 80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이 콘크리트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혁신적 콘크리트 연구는 콘크리트의 성능을 3배에서 10배로 올려 구조물의 내구성과 수명을 증대시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구조물 수명은 평균 17년으로 아시아 평균 구조물 수명의 1/2에서 1/3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혁신적 콘크리트 연구를 통해 5년 안에 아시아에서 2, 3배의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지금 연구의 목표입니다."
콘크리트 분야에서 신 교수는 세계가 인정한 최고 수준의 학자다. 프랑스와 인도 정부가 초청하는 '콘크리트 세계 10인의 학자'로 선정되기도 했고 미국콘크리트학회(ACI)가 수여한 구조분야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월드컵조직위원회 시설전문위원으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를 수식하는 수많은 직책들과 공로들에 대한 소개를 묻자 신 교수는 설레설레 고개를 젓는다. '콘크리트 학자가 아니라 안산캠퍼스 건축학부 교수로서의 내가 중요하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인 까닭이다.
나의 사랑, 나의 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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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부 교수임을 먼저 앞세우는 신 교수의 내력에는 건축학부의 설립에서부터 16년 간을 동고동락해온 그의 깊은 애정이 담겨있다. 안산캠퍼스 건축학부는 과사무실 대신 건축행정지원실의 사이버시스템을 통해 학부의 모든 업무가 처리된다. 컴퓨터 한 대와 조교 한 명에 의해 운영되었던 기존의 과사무실 운영체제에 대해 '비합리적이다' 생각한 신 교수의 디지털 전략 때문이다. 이외에도 완벽하게 단장된 홈페이지를 비롯해 '초대형 구조실험동' 건립 등 건축학부의 역사 구석구석마다 신 교수의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 것일까? 건축학부는 2000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주관한 대학 건축학과 평가부문에서 '전국 최우수'의 평가를 받았다.
"건축학부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안위가 아닌 건축학부를 위해 함께 해 주신 교수님들과 현장에서 달려와 주신 훌륭한 강사님들, 그리고 너무도 현명한 제자들. 이 모든 구성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매 학기가 시작되는 첫 주에는 모두 모여 새 학기에 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획일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건축학부인데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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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 교수는 대교협 평가에 안주해서는 결코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다. 평가 이후 그것을 유지하는 사후 과정, 즉 'And then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And then 프로그램'의 하나로 건축학부는 이미 성공적으로 끝난 '고등학생 건축 올림피아드'를 개최해 전국에 안산캠퍼스 건축학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평가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신 교수는 덧붙인다. 그의 바램대로 건축학부는 현재 싱가폴 건축대학과 공동강의 시스템을 구축, 한양의 국제화를 위한 선두 주자임을 자임하고 있다.
한양 국제화의 첨병을 자임한다
"싱가폴 건축대학과 우리학교의 공동강의 시스템은 이전에 실행되었던 국제화 프로그램이나 교환학생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과거 교수와 학생이 외국 학교에 가서 그 나라의 문화와 그 학교의 교육을 배워왔던 것은 위탁교육입니다. 그 안에서는 우리의 주체성을 찾아볼 수는 없었죠. 공동강의 시스템은 싱가폴과 함께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배우고, 교수와 학생을 상호 교류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체성도, 싱가폴의 주체성도 모두 지닌 새로운 형태의 교육방식이 창조되는 것입니다."
싱가폴 대학과 본교와의 '공동강의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싱가폴을 기반으로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신 교수의 의지가 성사되기 위해 이번 '공동강의 시스템'의 성공은 무척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제화 프로그램의 성사과정에서 신 교수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많은 나라들 중, 하필이면 싱가폴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신 교수는 '어떻게 싱가폴을 고르지 않을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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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돈이 많은 나라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높은 서열을 지닌 나라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겠습니까? 싱가폴은 한때 영국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유럽문화를 흡수했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합니다. 또한 싱가폴은 아시아의 정보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기도 합니다. 싱가폴에서는 영어를 통해 미국을, 문화를 통해 유럽을, 정보 활용을 통해 아시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싱가폴 대학의 국제화 프로그램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 나 있습니다."
신 교수는 이미 싱가폴을 기점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과 다자간 공동강의 프로그램을 계획중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중요시하는 것은 한양대만의 독특한 국제화 프로그램 전략이다. 한양대만의 국제화 프로그램을 가지고 협력 교육프로그램을 구축시켜야 한양대의 정신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한 신 교수는 어느 나라와의 공동강의 프로그램 과정에서도 한양인이 두각을 보이기를 희망한단다. 세계 대학 서열 100위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상 어느 곳에 떨어뜨려 놓아도 자생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그야말로 '경쟁력 있는' 학생을 길러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신 교수는 세계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평양 캠퍼스'를 추진하고 있다. 점차 밀려오는 외국 대학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그의 희망과 확신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신 교수의 확신에 찬 언어가 희망의 좁은 경계를 뛰어넘는다. '휴전선 이남은 서울대학에 주십시오. 이북은 김일성대학에 주십시오. 그러나 통일 후 한반도에는 한양대학입니다'
학력 및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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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a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