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이 없어도 사회는 그를 벌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형벌'이란 단어를 접할 때 흔히들 잔뜩 웅크린 채 창살 아래 들어앉은 재소자를 떠올리며 사회로부터의 철저한 '격리'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범죄자가 사회화가 덜 된 청소년이거나 정신병리학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이 같은 '격리 조치'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에는 이미 폭넓은 사회적 인식이 있다. 이런 경우 내려지는 조치가 바로 '보호관찰제도'이다.
교도소 수감이 오히려 부적절한 범죄자들을 '부작용' 없이 교화하는 방법으로서 운용되는 '보호관찰제도'는 최근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보안관찰제도'와는 언뜻 유사한 듯 하면서도 그 대상과 효과가 전혀 다르다는 측면에서 엄밀한 구분을 필요로 한다. '죄 짓지 않고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보호관찰제도'를 관장하는 곳은 법무부 보호국. 그리고 이 법무부 보호국의 중심에는 본교 출신 최초 검사로 한양 법조계의 수장급으로 인정받는 정동기(법학 76년졸) 동문이 있다.
보호국장 임명된 '보호관찰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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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제도는 범죄인을 교도소 등에 보내지 않고 가정과 사회로 돌려보내 보호관찰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게 하는 제도입니다. 일정 시간 무보수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사회봉사명령, 약물남용치료와 교통사범 준법교육 등을 받게 하는 수강명령을 통해 교화·선도하는 최신 형사정책 수단 중의 하나죠. 보호관찰이라는 용어는 협의로는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는 자체 또는 그 활동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보호관찰과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들을 포함한 광의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정 동문은 지난 12일, 본교 출신으로는 최초로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법무부 보호국장에 임명됐다. 모 일간지에서 보호관찰제도에 관한 박사학위 소지자인 정 동문이 보호국장에 임명되어 보호국 업무는 더욱 전문성을 띄게 됐다고 평가할 정도로 그의 능력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987년 보호국 검사로 보호관찰 업무와 첫 인연을 맺은 뒤 15년이 지난 지금, 정 동문이 자신의 뜻을 펼칠 진정한 기회가 온 것이다.
"보호관찰은 범죄인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재범을 효과적으로 방지함과 함께 범죄예방에 소요되는 국가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가장 선진적인 형사정책입니다. 각각의 프로그램이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죠. 치료감호는 정신이상자와 같은 범죄자를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서, 보호감호는 상습범을 대상으로 실시됩니다. 특히 보호관찰은 범죄자들이 교도소, 소년원 같은 곳에서 범죄 수법을 배우거나 출소 후 사회 부적응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형벌제 구조조정의 본부 '법무부 보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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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제도는 1869년 미국 메사츄세츠 주에서 최초로 입법화된 이후 영국, 스웨덴, 일본,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실시되며 그 효과가 널리 입증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호·치료감호가 지난 82년부터 실시됐고, 보호관찰은 지난 89년 7월 1일 전국 12개 보호관찰소와 6개 지소가 개청되며 소년범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정 동문은 보호관찰의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 넘어야할 산도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사회인식 부족이 제일 아쉽습니다. 일반인들은 범죄자는 꼭 교도소에 가서 죄값을 치르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교도소 수감 자체는 국가비용만 증가시킬 뿐 범죄자와 피범죄자 사이에 이득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특히 마약, 공공질서 문란 같은 사회적 범죄는 사회봉사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보호국은 형벌제도의 구조조정을 이루는 곳입니다. 교도소 이외의 공간에서도 범죄자를 충분히 교화할 수 있다는 사회인식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정 동문은 유독 '형벌의 양극화'를 강조한다.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로 인한 개인 또는 사회가 입은 피해를 보상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는 사람은 가급적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와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재범 가능성을 방지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줌으로써 더 밝은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보호국의 '존재이유'라고 정 동문은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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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보호관찰을 시행하기 위해서 계속적인 인력 충원과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호관찰관 1인당 300명 정도의 보호관찰대상자를 담당하고 있는 것을 1인당 75명 수준으로 줄일 것입니다. 또한 최근 소년원에서 영어, 인터넷 교육 등을 실시하는 것과 같이 보호행정의 전반에 있어서도 개선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소년원 들어가서 '사람 버렸다'라는 말이 아닌 '사람 됐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해야죠."
'최초'의 수식은 '부담' 아닌 '원동력'
지난 81년, 본교 출신 첫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한지 23년. 그러나 정 동문은 '최초'라는 말이 부담이 되기보다는 본교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강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후배들이 많이 노력해 준 덕에 어디에서든 자신 있게 '한양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 동문은 지금의 '한양인'이라면 어떤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학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준 학교 당국과 후배들에게 항상 고맙습니다. 본교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훌륭하게 제 몫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공학, 법, 언론, 행정, 경제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면 매우 흐뭇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들의 재능에 노력이 배가된다면 세계 제일의 대학이 되는 것도 문제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에 제가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돕고 싶습니다. 열심히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력 및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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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