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과 전통을 지키는 주인공이라는 자긍심이 있습니다"

 영국에 근위병 교대식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이 있다. 작년 5월, 월드컵 개최를 맞이해 문화재청과 한국문화보호재단의 주관으로 시작된 수문장 교대식. 겨우내 중단됐던 교대식이 봄을 맞아 이달 초 다시 시작됐다. 이 행사에서 수문장 역할을 맡아 병사들을 호령하고 있는 자랑스런 경복궁 지킴이 김수한(공대·건축2) 군을 만나 보았다.

 

 - 수문장으로 지원한 계기가 있다면.

 

   
 

 지난 1월에 의장대를 전역했는데, 군대에 있을 때 한국문화재보호재단 관계자 분의 말씀을 듣고 이런 행사에 관해 처음 알게 됐다. 의장대에서 진행했던 행사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 전역 후 공모에 지원하게 됐다. 실제로 비슷한 점이 좀 있어 빨리 익숙해 진 것 같다. 현재 나와 함께 행사에 참여하는 다른 이들도 대부분 의장대나 군악대 출신이다.

 

 - 수문장 교대식이 어떤 행사인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

 

 현재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에서 수문장 교대행사가 이뤄지는데, 나는 경복궁에서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은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 정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수문장 교대식 행사나 흥례문, 광화문 등 궁성 문 개폐 행사 등에 참가해 일종의 쇼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대식 행사에서 교대 병력의 수문장은 20명의 수문군을 데리고 나타나 앞서 근무하던 수문장과 서로 군호(군대 암호)를 확인하고, 수문장 패(통행증)와 열쇠를 교환한다. 마지막으로 등채(의장용 채찍)를 들어 서로 경례하고 각종 전달사항을 인수인계 한다. 또 수문장인 나는 마치 실제인 것처럼 다른 병사들의 복장이나 행동을 규제하기도 한다. 이 교대식은 취타대의 국악 소리에 맞춰 진행된다.

 

 - 행사 도중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구경하는 사람의 60퍼센트 이상이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어린이들이다 보니, 늘상 벌어지는 일이다. 키가 큰 수문군들이 수염을 붙이는 등 분장한 상태로, 움직임 없이 정렬해 있다보니 마네킹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확인해 보려고 다가와 몸을 눌러보거나 만져보고,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화하거나 웃으면 안되기에 애써 참는다. 또 걸음걸이를 약간 팔자로 걸어야 하는데, 어린이들이 옆에서 흉내내며 따라 걷는 경우도 종종 있다.

 

 - 경복궁 행사만의 특이점이 있다면?

 

 다른 궁에서 이뤄지는 행사들은 이벤트 회사가 주관하는 것이어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사들이다. 그러나 경복궁의 행사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직접 주관하는 행사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실제 조선시대에 이뤄진 행사가 그대로 재현되고 의상 역시 그 당시 입었던 옷과 거의 똑같다. 옛 문화를 그대로 복원한다는 점에서 다른 곳 행사와는 차별성을 지닌다.

 

- 수문장 역할을 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들이 있는가?

 

   
 

 공모에 선발되면 교육을 받게 된다. 조선 시대 문화에 관한 교육인데, 교대식에 관한 자료가 사진 자료 몇 장 밖에 남아있는 것이 없어서 고증하는데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조선시대의 군대 행사를 그대로 재현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수문장 역할을 맡게 된 것이 자랑스럽고, 행사를 잘 진행해야겠다는 책임감도 갖게 됐다.


-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5월까지는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경복궁의 경우 문화재보호재단 측에서 병력을 늘려 좀더 웅장한 규모로 교대식을 진행하고, 중간에 전통 태껸과 검법시범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전통의식 재현 행사를 보고, 우리 문화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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