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전 좌우하는 토목공학에 도덕성은 생명"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40여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을 비롯한 많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해 근본적인 안전체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대구 참사의 발생 원인 중 90퍼센트가 인재였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건설교통부는 최근 건설교통 관련 시설·차량·업체 종사자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를 전면 점검하고 총체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건설교통안전기획단(이하 안전기획단)'을 발족했다. 새롭게 발족한 안전기획단의 총괄단장으로 피선된 공학대학 토목환경공학과 김수삼 교수는 이 같은 참사는 상당 부분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임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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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안전기획단 총괄단장 피선
"노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국가 안전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다시 보자'라는 입장에서 정책이 집행되고 있습니다. '건설교통안전기획단'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발족했다고 봅니다. 건설교통안전기획단은 건설교통부가 가지고 있는 시설, 도로, 철도, 공항, 건축, 물류체계 등의 부분에 대해, 시설 안전에 관련된 각종 법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입니다. 대구 참사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한 후속조치인 셈입니다. 분야별 산학연 민간 전문가만으로 구성된 기획단은 약 3, 4개월간의 공동 연구를 거친 후 안전에 대한 총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한국교통건설안전기획단장 김수삼. 그를 수식하는 수많은 직함들에 또 새로운 직함이 첨부됐다. 건설과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직함을 지닌 김 교수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책임이 부여된 셈이다. 국가의 전반적인 안전시스템을 재정비한다는 측면에서 안전기획단의 임무는 대단히 막중해 보인다. 더욱이 참사 이후 크고 작은 지하철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많은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에 있어 전에 없는 불안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김 교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런 작은 사고의 발생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최근 지하철 사고가 많이 나타나는 첫 번째 이유는 지하철 규모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지방의 경우 지하철 운영 경험이 짧습니다. 실제로 대구 참사에도 운전기사와 역무원들이 좀 더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했더라면 사고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는 노후 부분이 문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1, 2, 3호선 같은 경우 건설된 지가 이미 10년 이상 지났습니다. 작은 사고들이 빈발함으로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보수, 보강이 강화된다면 오히려 문제점들이 빨리 노출되는 것은 대형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지 않겠습니까?"
엔지니어 '도덕적 재무장'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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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참사는 처음 있는 대형사고가 아니다. 지난 94년 성수대교 붕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는 전 세계의 이목을 우리나라로 집중시켰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건설은 사고가 많은 기술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각인시켰다. 지난 10년 간의 대형 사고들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사고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수대교 붕괴'를 떠올린다. 다른 대형 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32명의 인명 피해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성수대교 붕괴는 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모습이다. 김 교수는 이것이 교량이 갖는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변명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50년 간 3천여 건에 달하는 교량사고가 있었습니다. 사회간접자본은 그 발전 단계에 있어 시행착오적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수대교 사고를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의 교량에 대한 믿음이 높다는 것입니다. 기대가 높았기에 실망과 불만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토목공학자들은 국민들의 그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따라서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도덕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독자성 그리고 사회에 대한 봉사의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국민들의 기대를 지키려고 합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이면에는 과거 사회에 팽배했던 '공기단축, 공비단축'의 제도적 압력이 있었노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나 설령 그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책임과 직업의식을 망각했던 것은 변명할 수 없는 부분임을 그는 인정하고 있다. 범사회적 요구가 압력으로 작용했다 할지라도 엔지니어는 전문성을 가지고 꿋꿋하게 고집을 지켜나가야 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간접자본에 관여하는 인력들은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꾸준한 시설관리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앞서 김 교수가 언급한 엔지니어들이 지켜야 할 세 가지 덕목 중에서도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도덕성'이다. 이것은 그가 평생을 통해 견지하는 학문의 자세이기도 하다.
"기술자들, 특히 토목공학 기술자에게 있어서 도덕성은 중요한 덕목입니다. 우리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시설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시설은 영리목적이 아닌 공공이익을 위해서 사용되는 시설입니다. 만약 우리가 도덕적으로 무장이 되지 않아 부정이 개입되거나 부실공사를 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이윤의 감소가 아닌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전국 1위가 부럽지 않은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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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공학자란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공학대학 중 가장 도덕성이 강조되는 학과가 토목환경공학과라고 말한다. 그 동안 기술 개발에만 집착해왔던 많은 토목공학 관련 학과들이 최근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김 교수가 몸 담고 있는 토목환경공학과 역시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영화·연극·음악·환경 동아리와 같은 특수 동아리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이런 학과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토목환경공학과는 이번 대교협 평가에서 전국 4위로 '최우수대학'에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준비위원장으로 이번 평가 준비의 최일선에 있었던 김 교수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자 그는 오히려 '불만'스런 생각을 감추지 않는다.
"우리는 전국 1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프로그램 베이스나 그 동안의 연구들, 학생들의 노력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우리가 가진 각종 교육시스템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시행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three less room(3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트도 없고(paper less), 칠판도 없고(board less), 국경도 없는(boader less) 강의실입니다. 또한 학생들은 우리나라 어디에 있든지 핸드폰으로 학과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교육시설입니다."
학생 한 명당 컴퓨터가 한 대씩 주어지는 '3無' 강의실에서는 교수도 컴퓨터를 통해 강의를 진행한다. 또한 일부 컴퓨터는 강의 중에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외국대학과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중에 있다. 교육시설뿐 아니라 인성교육에 있어서도 토목환경공학과가 최고라 자부하는 김 교수는 일부 계량적 지표 때문에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며 은근히 서운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 역시 이번 평가결과는 공학 교육의 위상을 다시금 인식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음을 인정한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토목공학의 가치와 전망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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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공학은 국가의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기초 기술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를 내다볼 때,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매우 비극적입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배금주의의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기술이 아닌 돈을 벌게 하는 공학기술은 학생들에게 천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배고픔이 사라지고 자본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부의 가치에 매료됐지만, 언젠가 자아실현이 무엇보다 인정받는 시대가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보다, 자기 직업분야에서 창의적으로 인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와야 합니다."
청년의 '희노애락'은 캠퍼스에서
김 교수는 아버지의 권유와 취업이 잘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처음 토목공학을 선택했노라 고백한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니 그에게 토목공학은 더없는 천직이었단다. 대부분의 공학기술이 일차적으로 개인 혹은 기업의 이윤에 기여하는 반면 토목공학은 국가와 사회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학문이라 그는 일축한다. 이것이 그가 느끼는 토목공학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모든 한양대 학생들에게 그가 당부하는 것 또한 각자가 몸담은 학문이 사회를 위해 큰 쓰임을 가질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전문인을 키우는 곳입니다. 대학에서의 전문성이라는 것은 피와 땀으로 가득찬 자기 극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도 투자해야겠지요. 나는 캠퍼스가 단순히 학생들이 강의를 수강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청춘이 투영된 공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학교 어딘가에서 새우잠을 자더라도, 학교 안에서 생각하고, 공부하고, 휴식을 취하고 이른바 모든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캠퍼스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학력 및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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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재룡 사진기자 ikikata@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