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은 산업계와 함께 원천 특허보유에 힘 기울여야"
'세상 참 좋아졌네. 핸드폰으로 맘껏 영화 보자' 권오경(공대·전전컴) 교수가 '고해상도 액정표시장치' 기술 개발로 중앙일보와 특허청이 공동 주관한 2003년 1분기 특허기술상 '지석영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이 장치는 단가 절감, 고해상도 구현, 소비전력 감소를 이끌어 낼 액정 분야의 차세대 기술. 10년 전 초보적 연구 단계에 있던 우리나라의 액정 기술은 놀랄만한 성장을 거듭, 현재 그 생산량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위클리한양은 권 교수를 만나 수상 배경과 신기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특허기술상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 소감은?
![]() | ||
별 거 없다. 다른 사람들이 기술이 좋다고 하니까 더 열심히 하라고 상을 줬다고 생각한다.
- 새롭게 개발된 액정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번에 개발한 액정표시장치는 기존의 것에서 원가를 줄이고 해상도를 높인 장치이다. 액정표시장치는 가장 많이 활용되는 평면표시장치로써 우리가 자주 쓰는 노트북, 모니터 등에 사용된다. 이번 발명은 화소구조에 대한 특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보다 높은 고해상도의 장치를 개발하고자 했다. 데이터 라인 공유 화소 구조를 이용한 구동 방식을 이 장치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두 화소가 하나의 데이터 라인을 공유함으로써 데이터 드라이버의 개수가 감소되는 원리다. 쉽게 말해서 4천8백개의 데이터 라인 중 2천4백개만을 가지고 똑같은 성능을 가진 화소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새로 개발된 장치는 핸드폰 크기 축소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는데.
![]() | ||
화면은 계속해서 커지는 추세에 있으므로 핸드폰 크기가 작아지는 대신 넓어진 공간을 활용해 더 좋은 해상도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지금 핸드폰 화면의 4분의 1정도 되는 크기에 같은 해상도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이 기술이 핸드폰에 장착되면 영화도 고해상도로 맘껏 볼 수 있다. 비단 핸드폰 뿐 아니라 PDA, LCD 모니터, 텔레비전, 디지털 카메라 등에 이 기술이 응용될 수 있다.
- 종래의 액정표시장치에 비해 이번에 개발된 신기술의 파급효과는 무엇인가?
우선 데이터 드라이버 수 감소로 모듈의 단가가 감소된다. 이번 발명품을 이용하면 약 1조원의 데이터 드라이버 가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이 기술을 적용해 초고해상도 구현이 가능해지고 소비전력이 감소되어 한 번 충전해서 쓸 수 있는 휴대용 기기의 배터리 사용 시간이 증가된다.
- 이번 신기술이 지닌 산업적 함의는 무엇인가?
상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팔려면 성능이 좋으면서 가격은 저렴해야한다. 그래서 반도체 설계를 하는 사람으로서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반도체 칩 가격을 낮춰야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단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수를 줄이고자 했다. 전자 산업은 1950년대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이래로 매 2년마다 단가가 절반으로 떨어졌고 성능은 매 3년마다 두 배로 좋아졌다. 그래서 가끔 기계공학 하는 친구들에게 '자동차는 매년 가격이 상승하는데, 우리는 DRAM만 보더라도 매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느냐'며 농담을 한다.
![]() | ||
- 새로운 액정표시장치 개발을 위해 함께 힘쓴 사람이 있다면.
우리 학생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대신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가장 좋은 시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연구에 더 활발히 임했으면 좋겠다. 스스로가 공부하는 동기를 가지고 열심히 하면 더 훌륭한 작업 여건이 마련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관련 분야의 전망을 위해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
한국에는 두세 가지 분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두 분야를 다루고 있다. 또한 학교는 산업계와 같이 계속 일을 해나가야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공학 분야는 산업계가 앞서가기 때문에 산업계를 배제하고 학교에 앉아서 일을 해봐야 처질 수밖에 없다. 또한 원전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기업들은 무형 재산에 대해서는 인정을 잘 안 한다. 하지만 특허권의 로열티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생산을 많이 해봐야 노동력만 제공하고 공장만 짓는 것일 뿐, 돈 버는 사람은 특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