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과 토지이용,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터"
지난 1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주거권과 재개발 명분을 놓고 오랜 갈등을 끝내고 마지막 14가구가 철거되면서 달동네 난곡은 서울시민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재개발과 주거권, 그린벨트와 재산권 등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은 근본적으로 갈등의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환경보존이나 공공개발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주거권과 재산권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부정되거나 침해되어도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재개발과 지역개발계획에 대한 주무부처는 건설교통부. 이 곳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도시 계획과 현실적 해결책의 접점을 찾아가는 도시건축심의관 서종대 동문(경제 83졸)을 만났다.
난개발 해결, 제도보다 시행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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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반 및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발생한 난개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지 오래다. 경기도 지역, 서울의 외곽에서 쉽게 목격되는 난개발의 폐해는 대부분 대단위 주거지역은 형성되었음에도 그에 따른 생활의 기본적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못한 데서 야기된다. 무분별한 대도시 위주의 산업개발과 수도권 팽창이 부른 산업화의 생채기이다. 서 동문은 이러한 난개발 문제가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법은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진행된 국토 개발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법률입니다. 과거에는 수요가 생긴 다음에 기본 시설이 따라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농지 한가운데 덩그렇게 놓인 아파트들이 생겼죠. 하지만 계획도시에 들어가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수요가 어느 정도 발생할 지역을 사전에 선정, 개발함으로써 사람들이 충분히 살만한 여건을 만들어준 다음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법의 기본 취지입니다."
법의 취지가 좋다고 해서 결과가 반드시 좋을 수는 없는 법. 서 동문은 이러한 명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올바르게 시행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제도를 만듦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사후 행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 동문은 바로 이러한 사후 적용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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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안정,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재건축 문제, 그린벨트와 주택보급 계획 등은 내수산업의 성장이나 안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정책과 같은 경우,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중간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정정책과 상당히 유사하죠. 성장 위주로 많은 주택을 보급하면, 건설업이 살아나고 투기심리는 안정되지만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안정 위주로 수요에 따른 공급만을 고려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떤 시책이든 두 가지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 동문은 재건축 문제와 그린벨트 문제에 있어서 개인권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무조건적인 정부 중심의 사고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린벨트의 경우, 개인권에 대한 고려나 확실한 조사 없이 무분별하게 지정되어온 경향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에 의한 피해는 구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서 동문의 입장. 올해까지 진행되는 그린벨트 재조정 계획은 그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풀 곳은 확실히 풀어주고 지킬 곳은 강하게 지킨다는 것이다.
경제관계부처 최연소 국장
지난 3월, 참여정부의 각 부처는 대대적인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그 핵심은 능력 위주의 인사이동이었고 이른바 '사람에 맞추는 자리가 아니라 자리에 맞는 사람을 쓰겠다'는 신 정부의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것이었다. 3월에 있었던 인사를 통해 도시건축심의관에 발탁된 서 동문은 경제부처 '최연소 국장'이란 칭호를 함께 받았다. 다소 빠른 승진이 아니냐는 말에 손사래를 치는 서 동문은 무엇이 성공인지 모르지만, 성공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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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과 지위라는 것은 인생의 전 과정 속에서, 자기가 필요한 자리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조금 빨리 온 것은 이 자리에서 저의 어떤 부분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저의 능력이 탁월해서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연연해서 말을 하지만, 그것은 표현의 수단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관점에서 직장과 지위라는 것은 사회에 얼마나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일을 하면서 내 맘이 편안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공직은 '사랑의 실천' 구현할 최고의 공간
서종대 동문은 건설교통부의 토지, 주택, 기획예산 담당을 거쳐 청와대 SOC 기획단, 경제수석실 등 전체적인 업무를 조율, 기획하는 일을 해왔다.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살만한 곳에서 일해온 그 이지만, 서 동문에게는 오히려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자신의 주 전공분야인 주택과 토지이용에 대한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없었다는 것.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그가 품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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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솔직히 어떤 자리에 오르고 싶다거나 모든 일을 관장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청와대에서 많이 했습니다. 그것보다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주택과 토지이용에 있어서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주택보급률이 100퍼센트를 넘었다고 하는데,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인구 1000명당 주택수로 한다면 가야 할 길은 멀었습니다. 1가구 1주택의 명제에서 벗어나 집이 필요한 이들에게 모두 집을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품은 직업 철학을 모교의 건학이념에서 찾는다. 그 역시 재학생 때는 건학이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회 속에서 재학시절 무의식중에 들어왔던 사랑의 실천, 성실, 겸손과 같은 단어들이 지금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노라고 고백한다.
"모교의 건학이념은 정말 어느 곳에 내놓아도 주목받을 마음가짐입니다. 단순히 학교에 필요한 정신이라기보다 사회 속에서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자산이 된다는 거죠. 저는 많은 후배들이 공직에 진출했으면 합니다. 본교의 건학이념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인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후배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학력 및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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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