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글로벌프론티어가 경험한 세계

 

   

 

미국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세계화 시대를 한 마디로 표현했다.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 '평평한 세계'는 세계 어느 한쪽에서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좋든 나쁘든 영향을 받는 세계를 의미한다. '평평한 세계'의 글로벌 인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단연 세계의 흐름을 이해하는 '국제 감각'이다. 우리대학은 국제 감각을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매년 '글로벌 프론티어(Global Frontier)'를 선발한다. 2013년에도 10팀의 글로벌 프론티어가 더 넓은 세계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왔다. 이번 주 인터넷한양은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 그리고 2013년 글로벌 프론티어 탐방보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팀 'F4(Finance 4men)'를 소개한다.

 

   

글로벌 프론티어(Global Frontier), 나만의 프로젝트로 도전하라

 

'글로벌 프론티어(Global Frontier)'는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기획해 한국 밖의 세계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3~4명으로 구성된 한 팀은 외국에서 배워오고 싶은 주제(아이템)을 선정한다. 주제는 '우리대학이 당면한 문제'나, '전공 관련 문제', '지역사회(국가)가 당면한 문제' 중 선택할 수 있다. 탐방기간은 매년 7월에서 8월 중, 7일 이상으로 자유롭게 정하면 된다. 탐방지역도 아시아, 북·남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아프리카 등 배울 것이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다녀올 수 있다. 탐방경비도 든든하게 지원한다. 북·남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아프리카 지역은 1인당 140만원, 아시아 지역은 1인당 85만원의 경비를 지원받는다.

 

올해 글로벌 프론티어로 선발된 팀은 총 10개 팀. 선발된 팀은 모두 1차 서류전형, 2차 프로젝트 컨설팅, 3차 최종심사를 거치면서, 프로젝트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검증된 팀이다. 선발 팀의 프로젝트 중 '우리대학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한양대학교 글로벌 보험인재 육성방안"과 "대학교 중앙동아리 발전을 위한 방안 모색"이 있었다. '전공 관련 문제'는 "약대 6년제 개편에 따른 약사의 역할과 발전 방향"이, '지역사회(국가) 당면 문제'는 "높은 자살률의 감소를 위한 핀란드의 성공 사례 도입 연구"가 눈에 띄었다. "한양대학교 글로벌 보험 인재 육성방안" 프로젝트를 기획해 글로벌 프론티어로 선발된 강민석 군(경금대·경금 4)은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우리대학에서 글로벌 보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며 "학교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 글로벌 프론티어로 선발된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은 세계에서 무엇을 보았나

 

지난 9월 25일, 서울캠퍼스 박물관 세미나실에서는 2013 글로벌 프론티어 탐방보고 대회가 열렸다. 글로벌 프론티어들이 세계 무대를 탐방하는 기간은 방학기간인 7월부터 8월. 탐방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자신들이 본 '세계'를 탐방보고 대회에서 발표했다. 미국, 영국, 스페인, 핀란드, 몽골,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가를 탐방한 팀들은 저마다 프로젝트의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몽골에서 '국제원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협동조합의 가능성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한스쿱(한's Coop)' 팀은 현지 지역협동조합 방문을 위해 7일간 1,200km를 이동했던 험난한 여정을 털어놨다. 미국에서 '대학교 중앙동아리 발전을 위한 방안 모색' 프로젝트를 진행한 '네잎클러버(4-Leaf 'club'er)' 팀은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코네티컷대학교(University of Connecticut) 등 세계 일류대학을 직접 방문해 관찰한 대학 동아리 운영 방식을 전했다. 그리고 우리대학에 적용할 방안으로 단계별 동아리 지원방안을 제시한 'HYU-Level'과 동아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웹 페이지인 'HY-in 동아리 페이지' 활성화를 제안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열 팀의 발표가 끝나고 우수팀 시상이 진행됐다. 우수팀은 세 팀으로 각각 대상, 우수상, 장려상이 수여됐다. 장려상은 '국제원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협동조합의 가능성 찾기' 프로젝트의 '한스쿱' 팀에게, 우수상은 '대학교 중앙동아리 발전을 위한 방안 모색' 프로젝트의 '네잎클러버' 팀에게 돌아갔다. 대상은 '한양대학교 글로벌 보험인재 육성방안' 프로젝트를 진행한 'F4(Finance 4men)'팀이 수상했다. 'F4' 윤호중 군(경금대·경금 4)은 "영국에 있는 보험사의 실무진과 접촉하기 위해 교수님과 선배들의 인맥을 총동원했다"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실제로 실현하고 돌아와서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13 글로벌 프론티어 대상 팀 'F4'의 윤호중 군(경금대·경금 4), 강민석 군(경금대·경금 4), 정의엽 군(경금대·경금 4), 정희권 군(경금대·경금 4) 인터뷰

 

   


'보험'은 아직 한국에서 전도유망한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프로젝트의 주제로 '글로벌 보험인재'를 선정한 이유가 있다면.

 

윤호중 (이하 호중): 우리나라 보험 산업은 아시아에서 2위, 전세계적으로 10위 규모로 큰 편에 속해요. 그렇지만 국내 보험 시장은 영업의 세계예요. 영업 인력을 늘리는 것이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 수를 늘리기 위해서만 노력하죠. 하지만 외국의 글로벌 보험시장은 전문성의 세계예요. 영국의 글로벌 보험사들은 능력 있는 언더라이터(Underwriter, 보험계약을 인수하는 보험업자)가 대우를 받아요. 경력이 30년, 40년쯤 되는 베테랑 언더라이터들은 자신만의 분야에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미사일 보험'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미사일 보험 전문가가 없지만, 영국의 언더라이터들은 교수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줄줄 꿰고 있죠. 그래서 영국 사람들은 보험업자를 존경하고, 우수한 학생들은 보험을 공부해요.

 

영국의 3대 경영대학원으로 꼽히는 카스 비즈니스 스쿨(CASS Business School)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가진 학생들의 전공이 모두 보험학과일 정도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보험업자를 보험판매원으로만 인식할 뿐이에요. 한국에서도 보험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국제보험시장에서 보험업자는 누구보다 글로벌하고 전문적인 사람이에요.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적인 보험업자들을 만나보고, 학생들에게 넓은 국제보험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글로벌 보험인재'에 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죠.

 

세계에는 수많은 보험시장이 있다. '영국'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정의엽 (이하 의엽): 17세기 유럽에서 대항해시대가 열렸을 때, 영국 런던에서 해상보험이 시작됐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발전하고 유지되고 있는 국제보험시장이 바로 로이즈마켓(Lloyd's of London, 영국 런던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국제보험거래소)이에요. 1912년, 타이타닉 호의 침몰사고가 있을 때도 로이즈마켓에서 보험금을 지급했던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깊은 국제보험시장이 바로 영국의 런던이죠.

 

정희권 (이하 희권): 사실 세계 금융의 중심은 미국이에요. 하지만 미국은 보험 산업에 있어 미국 시장 내에서 AIG생명 등 미국 보험들만 취급하기 때문에, 보험시장의 국제적인 대표성을 띈다고 볼 수 없어요. 반면 영국의 로이즈마켓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보험시장이에요. 로이즈마켓에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의 모든 보험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안에서 보험계약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강민석 (이하 민석): 실제로 지난 7월 아시아나 항공기가 추락했을 때, 로이즈마켓 안의 재보험사(기존의 보험계약을 관리할 목적으로 다른 보험사와 계약을 맺는 회사) 중 하나였던 코리안 리(Korean Re, 한국 유일의 전업 재보험사)의 손실은 3.5%에 머물렀어요. 그 이유는 아시아나 항공기에 대한 보험계약의 위험을 많은 재보험사들이 나눠서 가졌기 때문이죠. 한 회사가 사고의 모든 손해액을 감당할 수는 없어요. 아시아나 항공기의 경우 보험금 자체가 1,480억원에 육박하는데, 그런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보험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죠. 그래서 거대 보험은 모두 재보험과 재재보험의 이중, 삼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렇게 해야만 위험을 분산할 수 있으니까요. 전세계의 모든 보험물량이 들어와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 바로 로이즈마켓이에요. 가장 크고 세계적인 시장이죠.

 

뱅크 오브 잉글랜드(Bank of England), 카스 비즈니스 스쿨(Cass Business School), 삼성화재 런던 법인, 로이즈 오브 런던(Lloyd's of London), 마쉬(Marsh), 코리안리(Korean Re) 등 영국의 다양한 보험사를 방문해서 현지 보험인들과 만났다. 그들에게 무엇을 배웠나.

 

   

 

호중: 보험업자는 인간관계를 잘 쌓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실감하지는 못했죠. 하지만 런던의 글로벌 보험사의 이사님, 부장님들의 주 임무는 비즈니스 디벨로핑(Business Developing), 즉 보험계약을 확장시키는 것이었어요. 주요 일과가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서 식사하고, 이야기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죠. 보험 산업은 네트워킹 비즈니스(Networking Business)라고 해요. 보험계약은 어느 보험사나 제안하는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 계약을 체결하기에 유리하죠. 그래서 보험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민석: 영국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보험회사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분들이었어요. 그 분들에게 저는 공통적인 질문을 했어요. 보험산업이나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하는 질문이었죠. 모든 분들이 우리 세대에는 한국에서 글로벌 보험사가 나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비쳤어요. 그 말을 듣고 기가 죽어 '보험사는 가지 말아야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쩐지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글로벌 인재로서 세계 무대로 나갈 기회는 앞으로도 더 많아질 테니,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

 

의엽: 글로벌 보험시장에서도 인문학적 인재를 찾는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삼성화재 런던지사 김선택 상무님은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대학생이라면 전문적인 업무에 대한 공부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어요. 다양한 경험과 생각의 깊이가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희권: 국제적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언어 능력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문화와 외국의 문화는 달라요. 한국에서는 식당을 가면 종업원들에게 '저기요!'라고 하면서 부르잖아요. 하지만 영국 식당에서는 그렇게 하면 굉장히 무례한 사람 취급 받아요. 그래서 웨이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식사 시간도 세 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은데, 다들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조바심내지 않아요. 문화충격이었지만,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글로벌 인재라면 이런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으로 2주 간 영국에 다녀왔다. '글로벌 프론티어'와 같은 해외탐방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의엽: 저는 런던 방문이 두 번째였어요. 군대 가기 전에는 여행으로 가봤고, 이번에는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젝트를 위해 갔었죠. 여행을 할 때는 런던 시내의 건물들이 어떤 건물인지 궁금하지 않아 쉽게 지나갔어요. 하지만 이번 글로벌 프론티어를 통해 두 번째로 방문한 런던에서, 여행을 하며 쉽게 지나쳤던 건물들이 영국의 보험 산업을 상징하는 중요한 건물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평생 몰랐을 거예요. '국제보험시장에 대해 배우고 돌아가자'는 목표를 가지고 생활했더니 본 것도 많았고, 남는 것이 많은 프로그램이었어요.

 

민석: 글로벌 프론티어를 떠나기 전에 사실 보험 산업에 대해 하나도 몰랐어요. 하지만 영국에 가서 국제보험시장을 만나보고, 지금까지 생각했던 거랑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한국 밖 세계를 접하지 못한 사람은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나 갖게 된 것이죠. 요즘은 신문을 읽다가 어떤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접하면, '로이즈가 한 바탕 시끄러워지겠구나'라는 생각을 문득 하곤 해요. 그럴 때가 글로벌 프론티어를 통해 안목이 넓어진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죠.

 

'글로벌 프론티어'에 도전하려는 학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호중: 글로벌 프론티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실현가능성'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기획 측면에서는 '탐방 기간 중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해요. 과제 측면에서는 거시적인 차원의 해결과제가 아닌, 학교의 작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제를 언급해야 하죠.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확신을 보여줄 수 있다면, 글로벌 프론티어로 선발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양진웅 학생기자 projw@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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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진 사진기자 flowkj@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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