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체조의 첫 올림픽 금메달은 제가 따겠습니다"
지난 2일 제주 한라체육관. 본교 고준웅(체대·체육2) 선수가 평행봉에서 E난도 기술을 구사하며 공중에 몸을 띄운 순간 대회장은 일순 침묵이 흘렀다. 아찔한 순간이 지나고 고 선수가 한 마리 새처럼 착지를 마치자 쥐 죽은 듯이 조용했던 대회장은 비로소 갈채와 환호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환한 웃음으로 관중에게 답례하는 고준웅 선수. 그는 2003 종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링과 평행봉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영광을 안았다. 한편 고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본교 체조부는 단체전 우승을 하는 쾌거를 함께 안기도 했다. 위클리한양은 링, 평행봉, 단체 우승의 3관왕을 차지한 체조 유망주 고준웅 선수와 매트 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링과 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자랑할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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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에서는 링을 잡고 몸을 숙이면서 버티는 자세인 E난도 '수왈로' 동작을 들 수 있다. 공중에서 완벽하게 두 바퀴를 돌고 다시 봉을 잡는 E난도 '샤링모리스' 는 평행봉에서 보인 기술이다. 팔에 힘을 기르기 위해서 모래주머니를 단 벨트를 맨 채로 링을 잡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연습을 계속 했다.
- 이번 대회 중에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대회 중에는 그다지 어려웠던 적이 없다. 대회 준비 과정이 더 힘들었다. 체조 경기는 마루, 뜀틀, 평행봉, 링, 도마, 안마의 여섯 가지 종목으로 이루어진다. 한 종목 당 열 한 개에서 열 두개 정도의 동작이 들어간다. 여러 동작을 연결해서 반복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다. 한 종목을 네 번씩만 연습해도 여섯 종목을 모두 하면 스물 네 번이다. 이렇게 하는데 세 시간 정도가 걸렸다. 오전 오후로 나눠서 하루에 사십 번 씩 여섯 시간 정도를 훈련했다.
- 보통 체조는 초등학교 때 시작한다고 하는데. 입문의 배경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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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체조를 시작했다. 수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재주넘기를 잘 해서 선생님들의 눈에 띄었다.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체조로 유명한 수원 영화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 때는 체조가 뭔지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체조를 시작한 게 정말 잘한 일 같다. 대학에 가는 것이 내 어릴 적 꿈이었다. 시골에서 대학가는 게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체조해서 대학에 왔으니 체조가 내 꿈을 이뤄준 셈이다.
- 체중 조절을 위해 점심을 굶는 여중생 체조선수를 본 적이 있다. 체조선수가 된다는 것이 그만큼 힘든 일인 것 같다. 체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고등학교 때가 제일 힘들었다.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 연습해야만 했다. 빵이 너무 먹고 싶어서 코치 선생님 몰래 매점에 가서 빵을 입에 물고 오다가 걸린 적도 있다. 그 때 코치 선생님이 내 머리를 빡빡 밀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뜀틀 연습을 하다가 왼쪽 팔을 다친 적이 있다. 다친 곳에 핀도 박고 세 번이나 꿰맸다. 체조선수를 할 수 없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많이 힘들었다. 역기 운동을 해서 지금은 다쳤던 팔에 근육이 많이 붙었다. 아직도 팔이 잘 구부러지지는 않지만 체조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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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었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은가?
이번에는 선발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태릉선수촌에서 1년 동안 생활한 경험이 있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류옥렬 선수다. 당시 체조 부문에서의 동메달은 정말 갚진 결과였다. 앞으로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가까이는 1달 앞으로 다가온 유니버시아드대회 선발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 어떤 공부를 할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 후에는 코치로서 선수들을 지도하거나 체육 교사가 되고 싶다.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