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 누군가 당신의 삶을 조정하고 있다' 국제문화대학 영미언어·문화학부 존 맥과이어 교수가 '트루먼 쇼의 철학적 주제들(Philosophical Themes in the Truman Show)'이란 제목으로 집필한 논문이 올해 캐나다 고교 과정의 철학 교과서에 실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한편 이 논문은 지난 해 여름, 영국에서 출간되는 대중을 위한 철학 잡지 'Philosophy Now'에 실리기도 했다. 철학은 형이상학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 안에 있다고 말하는 맥과이어 교수를 만나 '트루먼 쇼'에 드러난 철학적 흐름과 외국인으로서 그가 느끼는 한국에 대해 물어보았다.

 

 - 영화 '트루먼 쇼' 속의 두 가지 철학적 흐름에 관한 글을 썼다고 하는데.

 

   
 

 한가지 흐름은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이 과연 진실인가'란 질문을 시작으로 한다. 영화 속 주인공 트루먼은 어릴 적부터 텔레비전 쇼를 위해 거대한 무대 세트 안에서 자란다. 그는 배를 타고 바다 끝으로 가 무대 끝에 다다르기 전까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진실로 본다. 하지만 그의 아내부터 동네 친구, 직장 동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쇼를 위한 연기자였고 이를 알게 된 트루먼은 좌절한다. 데카르트는 회의론에서 인간이 믿는 모든 진실은 거짓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만약 신이 사악한 악마라면?'이라고 묻는다.

 

 - 트루먼의 좌절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플라톤의 '동굴의 감옥'으로부터 출발한다. 모닥불이 타고 있는 동굴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발목이 사슬에 묶여 있어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뿐이다. 플라톤은 체인을 끊고 진실을 알기 위해 동굴 밖으로 나가는 이가 철학자라고 말한다. 동굴 안으로 돌아가 나머지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무대 밖으로 탈출하는 영화 속 '트루먼'을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트루먼 쇼'의 시청자들은 텔레비전이라는 사슬에 묶여있다. 그들은 동굴 벽 그림자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상황만을 보고 진실을 보지 못한다. 텔레비전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즐겨보는 우리도 다를 것이 없다. 텔레비전을 끄고 진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 한국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대학에서 언어 철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한국의 한 대학에서 철학을 영어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해 한국에 오게 됐다. 한국에 온 지 이제 7년이 다 돼간다. 이 곳에서 근무한지는 2년 정도 됐다.


 - 우리나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는가?

 

 지난 학기에 '미국사회변천사' 강의를 했다. 학기초에는 학생들이 무척 수동적이어서 학생들의 입을 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숨어있던 학생들의 활발함이 밖으로 표현됐다. 한 학생이 말하는 것을 그치지 않아 수업 시간을 넘긴 적도 있었다.(웃음)

 

   
 

 - 외국에 오면 적응하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음식이다.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미역국, 콩나물국, 된장국 등 여러 가지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돌솥비빔밥을 제일 좋아한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채식주의자였다. 지금도 야채를 주로 먹는다. 학교 식당 메뉴에는 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많아 밥을 먹을 때마다 고민을 한다. 일주일에 다섯 번 돌솥비빔밥을 먹은 적도 있다.

 

 - 강의와 저술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향후 계획은?

 

 가까이는 올 여름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 철학 회의(World Congress of Philosophy)'에 참가할 예정이다.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로 했다. 이라크전과 SARS 그리고 최근 터키에서 있었던 지진 때문에 회의 참가를 고려 중이다. 윤리학에 대한 철학적 연구를 하면서 계속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


사진 : 이진례 학생기자 eeka232@ihanyang.ac.kr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