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이창희 교수
새로운 사회의 출현을 가능케 한 것은 당대를 관통했던 지배적인 사상이나 철학 또는 이에 기반한 혁명적 사건이 아니다. 석기시대를 거쳐 청동기와 철기 그리고 인간을 철의 중압감으로부터 해방시킨 '플라스틱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사를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소재'에 있었다. 특히 최근에 급속히 진행 중인 첨단산업의 발달과 산업 집적화를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다시 인류 문명사를 다시 쓸 신소재의 출현을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과연 차세대를 지배할 소재는 무엇이 될까? 서울캠퍼스 신소재공학부 이창희 교수에게 두서없는 질문을 던졌다.
21세기는 퓨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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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한 마디로 '퓨전 소재'가 될 것이라 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골에 가면 토담이 있죠. 흙으로 된 담이 있는데 그게 흙이 100퍼센트가 아닙니다. 밀짚이 들어가 있죠. 그래서 흙만으로 만들었을 때보다 비바람에 오래 견디지 않습니까? 이처럼 이제는 청동기다, 철기다 이런 식의 시대구분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의 순수 소재가 동시대의 산업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거죠. 지난 수 년간 IT나 NT 등이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학제간 연구를 통한 퓨전 테크놀러지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소재공학은 원료 자원으로부터 산업에 적용할 소재를 발굴하거나 아예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응용학문이다. 이는 다시 개발된 소재를 실생활에 유용한 형태로 가공하거나 새로운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가공분야 및 소재특성을 강화하는 특성개선 분야로 세분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응용분야로는 철강, 세라믹 및 반도체소재 산업분야, 자동차, 조선 및 우주·항공 산업분야, 에너지·환경, 전·자기 산업분야 및 바이오 산업 등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사람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어느 곳에나 응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소재공학이란 일반 소재공학 또는 재료공학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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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공학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구소재가 있어야 있는 성립되는 거죠. 그렇다고 구소재와 신소재를 구분하는 경계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단 소재 또는 재료는 크게 구조재료와 기능재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구조재료는 SOC라든가, 건축, 교량, 자동차, 우주항공 등 어떤 설비의 구조에 필요한 것들이고, 기능재료는 어떤 별도의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료입니다. 신소재는 이러한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는 구조재료와 기능재료를 다시 특수한 기능과 특성을 가지도록 새로운 것을 첨가해 개발해 낸 소재를 말합니다."
금속공학을 전공해 지난 1995년 본교에 부임한 이 교수의 주 전공분야는 금속가공이다. 이를테면 수 년 만에 부식되는 철강소재의 내구성을 극대화시킨다든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금속에 기능성 코팅을 한다든지 등 이른바 하이브리드화를 통한 신소재 개발이 그의 주된 연구 분야다. 연구의 응용력이 뛰어난 만큼 그는 현재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사업과 산업자원부가 발주한 차세대 신기술 개발 사업의 국책과제를 맡는 등 그야말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재료공학 부문 국내 최고의 위상 자랑해
서울캠퍼스 신소재공학부는 지난 2001년 대교협 학문분야 전국 '최우수' 평가를 받았던 관록이 입증하듯 소재공학에 있어 전국 최고의 위상을 자부하고 있다. 당시 한양대가 포항공대와 고려대를 제치고 전국 최우수 평가를 받았던 사실은 관련 학계에서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일찍부터 예상되었던 것이라며 태연한 표정이다. 평가 당시 서울캠퍼스 신소재공학부 대학원 전임교수들의 연평균 논문 수는 11.71점, 그 중에서도 SCI급이 3.74점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1인당 연구비 수탁 실적 역시 연평균 1억 3천만원으로 전국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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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의 연구실만 해도 연구비 수탁 규모가 연평균 3억 내지 4억 정도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6월부터는 포스코 지정 연구실로 선정되어 향후 4년간 매년 약 1억에서 1억 5천만원 가량을 지원 받게 됩니다. 연구에 참가하는 대학원 학생들도 포스코로부터 직접 장학금을 받습니다. 논문에 있어서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신소재공학부 교수님들이 본교 전체 SCI급 논문 발표 실적에서 최소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훌륭한 스승 밑에 어줍잖은 제자가 있을 리 없다. 신소재공학부의 모든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이 교수로부터 '면벽수도'에 대한 지침을 전수 받는다. 3학년은 학업 후 자신의 진로와 인생에 대해 가장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저는 3학년 여름방학에 앞서 학생들에게 '면벽'의 필요성을 늘 얘기합니다. 3학년은 전공의 중심부에 들어왔고, 대부분 학생들이 군에 다녀와 복학을 하고도 한 학기가 지난 다음이므로 진로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때입니다. 각자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산으로 홀로 들어가 반드시 1박을 하며 생각하라는 겁니다. 4학년 여름방학에 결정하는 사람은 3학년 여름방학에 결정하는 사람보다 분명히 그만큼 뒤지게 돼 있습니다. 바다는 권하지 않아요. 그곳은 잡념이 많으니까."
대학은 직업훈련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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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장이 무한 경쟁에 돌입하면서 많은 대학들은 이른바 사회와 기업이 선호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나섰다. '해당 전공을 마치고도 회사에 입사했지만, 정작 아무 일도 할 줄 모른다'는 기업들의 '불만'은 최근 각종 언론을 타고 회자되기도 했다. 우수한 학점보다 진지한 성찰을 강조하는 이 교수는 기업들의 이 같은 '훈계'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나선다.
"기업들 불만 많죠. 대졸자 뽑아 놓았어도 2-3년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대학은 직업훈련원이 아닙니다. 기초학문과 관련한 지식 습득은 대학생활에 있어서 30퍼센트, 나머지 70퍼센트는 인간 관계와 사회화의 과정입니다. 공학을 전공하고 회사에 취직하면 엔지니어 외의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10퍼센트도 되지 않아요. 공학을 하는 사람은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과 5분 이상 대화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하물며 인문사회 학도들과 대화가 되겠습니까? 대학은 이런 대화와 교류의 장이어야 합니다.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느냐 이전에 공부를 왜 하느냐에 대해 스스로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진부한 담론이지만 여전히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공계 위기론에 대해서도 이 교수의 생각은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다. IMF를 맞아 국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엔지니어링 회사들에서 시작됐고 당시 중고교생들이 보기에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자신의 아버지와 삼촌이 제일 먼저 직장을 잃는 것을 보고 이공학에 대한 회의감을 가졌던 것은 당연하지만, 국내 이공계열의 인력 수급 시장은 언젠가는 반드시 한번 이루어져야 할 구조조정의 대상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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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위기론은 어찌보면 필연적인 결과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공과대학이 너무 많아요.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다는 거죠. 이 기회에 불필요한 인력 수급 시장이 한번 재편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공학 교육기관을 마친 한양대 학생이면 오히려 더 큰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기업체들이 한양대생을 선호한다는 말에도 저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 말은 시키면 시킨대로 잘 한다는 것 아닙니까? 한양인은 사회 어디에서도 '예스'와 '노'를 구분할 자격이 있는 보증된 인재들입니다."
학력 및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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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재룡 사진기자 ikikata@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