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도전과 성취로 스스로를 재충전하는 시간"

 철모르던 시절부터 '기자'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처음부터 돈과 명예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나에게 있어 기자는 무엇이든 알 수 있고(그 방면의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보 접근성이 높다는 말이다)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루고 알릴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기자라고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기자에 대한 나의 소망은 조금씩 구체화되어 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 틀에 박힌 생활 속에 주어진 것만을 익혀야 했던 지난 시절과는 달리 스스로 얻어야 하는 대학 생활은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지니고 있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1학년 때부터 신문 편집 및 제작과 관련된 학회에 가입해 활동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기자를 향한 나의 꿈이 서서히 무르익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문화일보에서 대학생 기자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꿈의 '도약대'가 될 수 있으리란 믿음을 안고 지원하게 됐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 '지키'는 지난 2002년 10월에 전문 직업 기자들이 아닌 순수한 아마추어 대학생 기자들이 만들어 가는 신문을 표방하며 등장한 온라인 신문이다. 한자 '알지(知)'와 영어 'Key(열쇠)'의 합성어로 '지성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키'는 기자의 꿈을 가진 대학생들에게 직접 발로 뛰어 취재를 하고, 이를 글로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는 데 가장 큰 매력이 있다. '지키' 활동은 나에게 기자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해주며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보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지키 활동을 하면서 참 많은 일들을 겪고 있지만 특히 잊혀지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국내 모 제과회사의 일본 상품명 표절 문제를 취재했을 때의 일이다. 취재 과정에서 모 제과회사가 일본 과자의 상품명을 무단 모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일본의 해당 제과회사 확인 결과 국내 제과회사가 허가를 받지 않고 이름을 사용한 것이라는 답변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확실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과회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대학생 기자라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회사측은 마치 '대학생 기자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나서냐'는 투였다. 결국 취재는 보기 좋게 실패했고 한동안 난 의기소침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비롯해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자신의 능력 부족을 실감하게 됐다. 하지만 능력 부족에 대한 아쉬움만큼 그에 상응하는 교훈을 얻는 계기도 됐다. 즉 '무엇을 이루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 '무엇이 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우고 다양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며 비판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 당장 기자 그 자체가 되는 것보다 그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기자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돌이키는 계기가 됐다.

 

 '지키' 활동은 열정과 능력을 가진 많은 선후배 기자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들과 소주 한 잔을 나누며 기자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한 많은 조언과 자문을 들을 수 있었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소설 '뇌'에 나오는 신비의 전기장치처럼 늘 나에게 '동기'를 제공해주는 사람들과 그 만남이 '지키'를 통해 얻고 있는 가장 보람이 아닐까 한다.

 

 '지키'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2003년의 여름, 일본의 뜨거운 태양 아래로 날 이끌어내는 힘은 무엇일까. 익숙지 않은 일본어로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게 만드는 이 원동력은 무엇일까. 원하는 일을 하는 행복함이 아닐까. 이리저리 부딪히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시간, 여름은 나에게 있어 다시없는 재충전의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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