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Trans 한양 국제 프론티어 선발팀
학교에서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한양 프론티어 프로그램에 우리는 당시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던 '청계천 복원 사업'을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교통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우리들이었기에 이미 관심을 가져왔던 사업이었고, 이에 대한 해외 유사 프로젝트인 보스톤의 'Big Dig'사업을 탐방하는 것은 '청계천 복원'을 비판적으로 살피는데 최적의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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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시작된 청계천 복원 사업은 대기환경 개선, 경제적 파급효과, 역사적 상징성 등 많은 긍정적인 부분들이 부각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이 같은 이점들을 공인 받는 분위기에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시의 환경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한다는 상징성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에 우리 팀은 'Big Dig'사업과 보스턴의 교통정책체계를 살펴봄으로써 '청계천 복원 사업'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코자 했다.
청계천 복원, 'Big Dig'에서 해법 찾는다
보스턴은 미국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 중 하나로 도시의 발달과 함께 도로망이 일찍부터 건설되어 그 구조가 상당히 복잡한 곳이다. 시민들은 삶의 질 향상과 함께, 환경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그러한 사회적 공감대의 결과물로써 'Big Dig'라는, 말 그대로 엄청난 '땅 파기'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이 사업은 기존의 얽힌 지상의 차도를 모두 지하로 내리고 지상을 공원화하는 사업이다. 이미 2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이 사업은 현재 75퍼센트 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ig Dig'사업은 그 취지에서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해왔다는 점에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청계천 복원 사업이 본받을 좋은 선례임이 분명하다.
우리의 탐방 초점은 팀 명에서 알 수 있듯 Neo, 즉 신(新) 교통인으로서 두 가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첫 번째로는 사업 시행에 대한 시민들과의 마찰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교통공학적 측면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이 발표되면서 불거진 청계천 인근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와 서울시내 약 6킬로미터를 관통하는 도로의 부재로 인한 교통혼잡 문제 등은 앞으로 진행될 지상녹화 사업의 난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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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MIT에서 보스턴의 교통체계를 연구하고 있는 아키바 교수와 연구원 토머씨를 만났다. 그들은 교통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보스턴의 교통 상황을 시뮬레이션화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토머씨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Big Dig'사업에 따른 교통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 해결해 왔는가를 보여줬다. 사전에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를 예측할 수 있었고, 도출된 문제점들을 다양한 정책적 방법을 통해 접근했기에 20여 년의 공사기간 동안 사건이라고 할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복원 사업 역시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로 우회 등 문제 해결 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청계천변 고가도로는 한날 한시에 통제가 되고 철거작업이 시작되었지만 그들은 차로의 수를 하나씩 줄여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인근 지역 및 도로와의 접근성 등을 배려, 교통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여건이 같을 수 없기에 방법 또한 다를 것이라 생각됐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청계천변 고가도로의 부분적인 철거와 청계천의 부분적인 복원을 병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면, 청계천 변에 위치한 수많은 상인들이 한순간에 일터를 빼앗기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 보스턴에서 만난 대구 지하철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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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우리 팀은 도로 관리 시스템을 알아보기 위해, 보스턴 'Big Dig'의 중추인 테드 윌리엄스 부근의 터널관리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은 'Big Dig'사업으로 개발된 지하도로의 총괄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곳으로 혼잡과 사고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구간마다 설치된 CCTV와 매설형 디텍터는 한 사람이 모든 구간을 검색할 수 있고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관리자는 통제실에서 CCTV의 미세한 조정까지도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관계자의 설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사고 발생 시 다른 관계부처(소방, 경찰, 정부기관 등)와의 유기적인 연락을 통해 최대 2분 이내에 사고를 처리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연 듯 떠오르는 사건은 얼마 전 터널 내에서 발생한 버스 전복 화재사고와 대구지하철 참사였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을 갖춘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막연한 동경심이 들었고, 그것을 우리가 앞으로 해야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담당자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날 즈음 마침 그곳을 방문하고 있는 대구 지하철 관계자들을 우연찮게 목격했다. 우리는 이제야 이곳을 방문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돌아섰다.
쾌적한 '도시의 동맥'을 꿈꾸며
우리 팀은 보스턴에 머무르고 계시는 김익기 교수님의 소개로 교통관리청을 방문할 수 있었다. 정부기관인지라 학생신분으로는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었고, 9·11 테러 이후 보안이 더욱더 철저해져 애초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어렵게 찾아간 그곳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했고, 그 중 현장 실무자들로부터 직접들은 미국의 전반적인 교통체계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큰 수확이었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Big Dig'사업 역시 연방차원에서 추진한 기획으로 미국의 교통정책이 기술적인 문제 뿐 아니라 환경친화성에 대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업이었다. 차를 위한 교통정책이 아니라 사람이 안락하게 살기 위한 교통정책과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될 교통정책의 방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우리도 이제는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지금 이 세상은 우리가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쓰고 있는 곳이라면 환경에 대한 고려를 배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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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첫술에 배부르랴'
많은 국민들, 특히 서울 시민들은 청계천 복원 사업 취지에 대해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인다. 답답한 도시 내에서 푸른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시민 누구인들 반갑지 않겠는가. 하지만 목적이 좋다고 해서 어떤 방법이든지 좋다는 식의 사업추진은 안될 것이다. 현재 청계천 복원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제기되고 있는 인근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나 교통 혼잡 문제는 분명 별도의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문제다.
청계천 복원 공사는 중장기적인 교통정책의 관점에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환경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선진국들의 교통정책을 본다면 우리의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 청계천을 필두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복원공사들이 진행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냉철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사업을 해나가며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청계천 사업의 문제점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옛말처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매번 '첫술만 뜨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