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입사 외국인 유학생

‘다른 환경, 다른 문화에서 일하는 건 어떨까.’ 대학생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외국 취업을 꿈꾸기도한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의 취업을 꿈꾸고 취업에 성공한 유학생들이 있다. 올해 2월 졸업한 뒤 국내 취업소식을 알린 5명의 학생 중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취직한 터키 유학생 유서프 시나(Yusuf Cinar, 기계학박사.08)와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 만도에 입사한 중국 유학생 리청건(李成根, 기계학석사.12) 씨를 만났다.

 

   

 

 

 

한국행을 결심하다

 

   

모국인 터키에서 기계교육(Mechanical Education) 학사와 기계공학 석사를 마친 후 우리나라로 유학 온 유서프 씨.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늘 그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석사과정 지도교수님께서 한국에 여러 번 다녀오셨어요. 사람들이 성실하고 친절하다며 추천해주셔서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마침 한국 국립교육원에서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죠.”

 

국립교육원에서 받은 장학금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마련해줬다. 1년 간 한국어를 배운 뒤 다시 터키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 곳에서 직업을 갖고 싶었다. 한국어도 서툴고 정보도 부족한 그에게 장건희 교수(공과대∙기계) 와의 만남은 기회가 됐다. “웹 서핑으로 정보를 찾던 중 한양대 연구 웹사이트를 보게 됐어요. 장건희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는데 금방 답변을 주셨고, 이후 두 번 정도 상담을 했어요. 이를 계기로 한양대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문화든 자기와 맞는 부분을 찾을 수 있어

 

터키 학생들은 교수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데 반해, 한국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아 당황했다는 유서프 씨. “터키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지만 학우들끼리의 교류는 적은 편이에요.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어가 서툴렀던 유서프 씨는 친구들을 사귀며 학교 생활에 적응해 갈 수 있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건 당연히 힘들어요. 어떤 문화든 내가 좋아하는 점과 싫어할 만한 점이 공존합니다. 하지만 모국의 문화 중에서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지 않나요? 제가 모든 터키 음식을 좋아하는 게 아닌 것처럼요. 한국 음식 중에서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는 반면, 입에 맞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에요. 긍정적인 사고로 생활하려고 노력하면 좋아하는 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자신을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유서프 씨는 박사과정 때부터 삼성전자와 많은 연구를 함께 하면서 삼성전자에 입사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올해 회사 장학금을 받고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램(RAM, 컴퓨터 주 기억장치)에 가해진 충격을 이겨내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입사비결을 묻는 질문에 공부도, 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홍보’라고 말했다. “대학원 면접에서도, 기업에 이력서를 낼 때도 내 실력과 성실도 등을 효과적으로 잘 보여줘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기업이 요구하는 것을 파악해야겠죠. 그래야 그 기업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나를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애정을 갖고 문화차이 극복

 

중국에서 온 리청건 씨는 재중교포다. 중국에서 학부 과정을 밟고 있던 당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한국에 발을 들였다. “중국에서 한창 한류가 떠오를 때였고, 같은 민족인 동포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직접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같은 유교권문화를 갖고 있지만 다른 점도 많았다는 리 씨 또한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했다. “한국어엔 존댓말이 있지만 중국어엔 없어요. 이 점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하지만 즐겁게 생활하면서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해야죠.”

 

한국기업문화 높게 평가

 

한국을 찾는 유학생은 많지만 국내 취업을 결심한 이는 많지 않다. 리 씨는 학부 졸업 후 현대자동차 북경지사에서 근무했다. 한국 취업 결심의 계기였다. “현대자동차 근무 당시 한국 회사의 기업문화가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워낙 세계적인 기업이 많기도 했고요.” 그는 주식회사 만도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브레이크 연구개발 설계팀에서 해석 연구를 맡았다. 한국기업 문화에 대한 관심이 취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유학생의 취업, 막막하다면 국제협력처로

 

   

유서프 씨는 박사과정 진학의 복잡한 서류 준비와 상담과정에서 국제협력처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제협력처는 우리대학 학생의 국제경험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데 힘쓰는 국제업무담당기구다.

 

지난해 10월에는 취업 컨설팅 회사 ‘이커리어’ 강사를 초빙한 취업특강을 개최해 현재 취업 시장의 동향과 준비 과정을 알아보기도 했다.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느 취업 설명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국내 취업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유용한 정보였다. 이 밖에도 소셜 네트워크 기업 빙글(Vingle), 아모레 퍼시픽, 현대자동차 등 유학생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들의 설명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리청건 씨는 “취업 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발 빠르게 얻을 수 있어 유용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의 비중이 높다 보니 자연스레 중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많다는 점이 다른 국적의 학생들에겐 아쉬움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국제협력처 직원 민주리 씨는 “수요가 많은 중국인 위주의 행사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다른 언어권 학생들을 위한 특강을 준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협력처는 지난해 말부터 HY-WINS(HanYang Win-win International Network Supporters)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외국인 인력이 필요한 실습기관과 유학생을 연계시키는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석∙박사 과정의 유학생과 해외 자매결연 대학의 교환학생이 대상이다. 기업은 외국인 우수인재를 사전검증하고 학생은 미리 한국기업을 체험하며 윈윈(Win-win)하는 제도다.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국내 기업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삼성물산, 동화약품 등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 2월 외국인 졸업생 243명 중 연락 불가한 학생을 제외한 115명의 학생 중 국내에 취업했거나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은 48명으로 조사됐다. 민 씨는 “취업정보를 갈망하는 유학생이 많지만 공지사항을 비롯해 메일∙문자를 통한 취업설명회 알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참여가 저조한 편”이라면서 “행사를 통해 많은 기회를 얻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수진 학생기자 sooojin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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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민 사진기자 marie9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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