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사회교육원서 빈민 아동 지도하는 오현택(공대·전전컴4) 군
'제게는 또 다른 삶의 에너지 충전소입니다.'
서울의 하늘 밑 그 첫 동네, 서울 종로구 창신 2동. 서울 시내와는 사뭇 다른 거리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야 하는 높다란 언덕길에 오밀조밀 붙어있는 구멍가게, 지하실에서 들려오는 미싱소리, 좁은 골목길을 곡예처럼 누비는 오토바이의 굉음, 공부방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 골목 전체가 시끌벅적하지만 이곳에서는 또 다른 꿈이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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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오후, 오현택(공대·전전컴4) 군은 창신 2동의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청암사회교육원을 찾는다. 청암사회교육원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부모의 교육에서 방치돼 있는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암공부방을 운영한다. 오 군은 순수하게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 청암공부방의 한 일원이다.
"가장 힘든 거요? 한여름에 삐질삐질 땀 흘리면서 저 높다란 언덕을 오르는 일이 가장 힘들죠." '가장 힘들다'는 언덕을 함께 오르면서 왜 많고 많은 사회봉사 중에서 공부방을 택했냐고 물었더니 야학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란다. "지난 겨울방학 때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학창시절 선생님을 하겠다는 꿈과 야학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바쁘지만 쉽게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찾은 청암공부방을 찾은 오 군이지만, 학생들의 따뜻한 환영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현관에서부터 처음 보는 선생님에게 '누구니'라고 묻는다. 문제를 풀다가 틀려도 무조건 '선생님 탓'이다. "선생님, 공부하기 싫어요. 오늘은 공부하지 말고 피씨방 가요. 선생님 때문이잖아요"라고 허공에 빈 주먹질을 해댄다. 이옥현 청암사회교육원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곳에 오는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란다. 이 국장은 "부모의 보살핌과는 전혀 동떨어져 비디오방, 오락실 등 퇴폐문화에 방치된 채 자라서 아이들은 정에 몹시 굶주려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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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군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를 회상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특히 정말 버릇없이 구는 한 아이가 있어요. 선생님이든 누구든 간에 말도 심하게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때리죠. 가끔은 정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게 커야만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이제는 선생님이 아니라 함께 뒹굴며 놀아주는 형, 오빠로 다가간다는 오 군. 비록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람을 경계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이 쌓아놓은 마음의 담장을 허무는 것은 더 많은 두드림에 있음을 오 군은 알고 있다. 풍선을 터뜨리며 아이들에게 먼저 장난을 치기 시작하는 오 군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비친다. "영어 단어 하나, 수학 문제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저는 이곳에 휴식을 취하러 와요. 봉사한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가죠. 함께 지내는 동안 저는 아이들에게서 순수의 에너지를 얻고 또 아이들은 제게서 다른 무언가를 얻어가겠죠." 오 군과 함께 힘겨운 언덕길을 오르며 참된 사랑은 기쁨과 충만보다 때로는 끊임없는 고통과 인내를 통해 얻어지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