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천마의 꿈을 신라, 천년의 소리에 싣고파"

 엄마를 찾는 아이의 슬픈 목소리, 에밀레. 신라 혜공왕은 어지러운 나라를 구하기 위한 신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나 계속 실패만 거듭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꿈속에서 비책을 듣고 때묻지 않은 어린 아이를 쇳물 속에 넣는다. 천상의 소리를 가진 에밀레종은 이렇게 탄생된다. 그러나 삼국사기는 물론이거니와 삼국유사에도 정작 이와 같은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뭇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 있는 에밀레 설화. 정말 에밀레종에는 어린아이의 영혼이 녹아 숨쉬고 있는 것일까? 2003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 행사 중 하나인 '에밀레-천년의 소리' 극작을 맡은 박상천(국제문화대·국문) 교수를 만나 그 답을 물어보았다.


   
 

 -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어떤 행사인가?

 

 여러 나라의 공연 예술을 보고 즐기면서 세계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축제다.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경주에서 열리는 행사이기에 더 뜻깊다. 백제의 도읍이었던 부여나 공주에 비해 경주에는 고도의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다. 또한 고구려의 도읍지에는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세계문화엑스포가 경주에서 열리는 이유는 여기 있다. 문화유적이 많은 신라의 도읍지 경주에서 그 옛날에 번창하던 문화의 기운을 느껴보자는 것이다.

 

 - 기존의 연극과 이번 행사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린이를 비롯한 일반관람객들도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전문적인 공연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여기에는 연출가의 역할이 컸다. 실제로 공연을 보고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소리, 정가 등 한국전통음악과 현대음악에 어루러진 무대. 그 위에 벌어지는 택견과 선무도의 화려한 군무는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공연 후에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 주로 시를 써왔다고 들었다. 시를 쓰는 것과 극본을 쓰는 것은 무척 다를 것 같은데.

 

 그렇다. 글을 쓴다는 사실은 같지만, 시를 쓰다가 극본을 쓰려니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던 적이 있다. 대사 처리나 장면 전환을 고려할 때 종종 난감했다. 노래처럼 할 수 있는 대사를 쓰기 위해 고심했다. 그래서 합창 형식으로 대사를 꾸미기도 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몇 번씩 다시 읽으면서 극본 쓰기에 열중했다. 역사적 사실은 연기자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해설자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 에밀레종에 얽힌 설화를 다루게 된 동기가 있는가?

 

 예전부터 그 설화에 등장하는 어린 아이의 사실성에 의문을 가져왔다. 신라 경덕왕 때 하늘에 해가 두 개 나타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월명사가 도솔가를 지어 부르자 해가 사라졌다. 월명사의 공을 기려 왕이 차와 염주를 상으로 내리니 동자가 그 것을 받아 들고는 탑 속으로 숨어 들어갔단다. 에밀레종에 녹아있다는 어린아이도 동자의 형상을 한 미륵이 아닐까? 여기서부터는 내 상상이다. 상상을 통해서라도 에밀레종에 숨쉬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 '에밀레-천년의 소리'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부터 경덕왕, 혜공왕에 이르기까지 신라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 사이 무려 일곱 차례에 걸쳐 반란이 일어났다. 어지러웠던 이 때를 '에밀레-천년의 소리'의 배경으로 삼았다. 깊어지는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거듭되는 모반과 신라가요를 통해 전해지는 설화가 더해져 이야기가 전개된다. 천마의 꿈을 신라, 천년의 소리에 실어보고자 했다.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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