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공직진출준비위원회(가) 김수삼 부총장'

 한양 이공학의 옛 명성을 부활시키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학교 당국은 최근 정부가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김수삼 안산캠퍼스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특별위원회를 설립,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공계 인력의 공직 중용을 필두로 엔지니어의 사회 진출 전망을 전면 확대시키고, 이를 통해 범사회적으로 만연한 '위기론'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위클리한양은 '이공계공직진출확대방안에따른한양대준비위원회(가)'(이하 이공계공직진출준비위) 위원장 김수삼 부총장을 만나, 위원회의 활동 계획과 전망을 들어보았다. - 편집자주


 - 최근 정부가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학교 당국에서도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중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이공계 인력들이 국가운영의 주체로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오랜 전통에 기인한 것인지, 엔지니어보다 법학·상경계 중심의 정부 조직이다 보니 국가 경쟁력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이번 정부의 조치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 정부의 방침은 첫째, 국가공무원 5급 임용고시에서 기술직과 행정직을 철폐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행정직이 약 3백명 정도, 기술직은 분야별로 5명 내지 10명 정도를 뽑아왔다. 예를 들면 토목직·건축직 합쳐서 5명, 기계·화공직 합해서 5명, 이런 식으로 뽑아왔다. 따라서 우수한 사람이 있어도 자리가 없어 갈 수가 없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다 없애버리고 국가공무원 5급직 임용시험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선택과목도 예전에는 법학·행정학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공학 과목도 추가되었다. 이렇게 공정한 상황에서 경쟁을 한다면 이공계 진출이 늘어날 것은 당연하다.

 

   
 

 - 이공계공직진출준비위가 준비 중인 구체적인 대책과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정부가 내년 초부터 5급 공무원 특별채용 수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경우에 주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되는 사람이 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경력이 뛰어난 사람, 둘 중의 하나로 본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아웃소싱을 해 온 관리들을 보면 대개 해외나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뽑았다. 따라서 자세한 시행령은 내년 봄에 나오겠지만, 우리 학교가 미리 준비해야 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고급 이공계열 학위자, 즉 박사학위를 이미 끝냈거나 박사학위를 마칠 시점에 와 있는 학생들 중, 40살 이하의 사람들을 이른바 '리콜'해서 다시 학교로 모셔다가 법, 행정, 정책, 경제, 경영 등 내년의 특채를 위해 미리 재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면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수여할 방침이다. 한양대의 이공계 학생들이 국가 공무원으로 진출하기 위한 특별과정을 이수했다는 증명을 준다는 것이다. 지원자는 정부 특채시 이 같은 경력을 이력서에 넣을 수 있고, 학교는 정부에 편지를 보내려 한다. 이 지원자는 공과대학이나 이과대학을 나왔음에도 공직 등용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마쳤으니 특별히 배려해 달라. 이렇게 해서 한양의 이공계 인력이 국가의 중추적 리더로서 기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주요 임무다.


 - 기획한 프로그램들이 예산 문제 등 타 부처와의 협의가 남아있어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추진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

 

   
 

 3천만 원 가량의 예산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처와 협의 중이다. 예산이 확보되면 10월 하순경부터 시작해 겨울방학 직전까지 제 1기를 배출할 계획에 있다. 현재는 약 50명 정도를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 1기의 교육성과를 보고 내년도 교육계획을 추진하려고 한다. 추진체계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우선 박사학위를 소지자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일반대학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일반대학원의 문제점은 사회교육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AMP 과정 등 사회교육의 오랜 경험이 있는 경영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반대학원과 공학계열 학과가 교육 대상자를 추천하면 교육 시행은 경영대학원이 주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 이번 프로그램은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탑다운(Top-Down)' 방식의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이 든다. 이 같은 조치가 이공계 전반에 팽배한 '위기론'을 불식시키는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울러 학교 당국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노리는 부수적인 기대가 있는가?

 

 이번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이 나오는 것은 단순히 국가가 이공계를 받아들여서 국가 미래 전략을 수립하자는 것만이 아니다. 그 저변에는 이공계 쪽에 우수한 학생이 오지 않기 때문에, 우수 인력을 이공계에 끌어들이기 위해, 엔지니어의 새로운 미래를 국가 차원에서 보여준 첫 사업일 뿐이다. 이번 위원회의 출범은 이 같은 국가 시스템의 변화에 부응해 우리 학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고, 정부의 변화에 부응할 가장 유리한 지위에 있는 것이 한양대다. 이는 우리에게 하나의 기회다. 한양공대에 오면 고위 공직을 비롯해 새로운 전망들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본교를 홍보하는 매우 전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 공직 진출을 위한 이공계 커리큘럼의 변화에는 자칫, 공학 분야의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이공계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5급 공무원 진출 외에 보다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의 공직 진출이 이공계의 교육을 지금보다 혁신적으로 쉽게 만들지는 않는다. 단지 이공계 인력의 능력 발휘를 가로막았던 사회적 전통이나 특정 장애들을 점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추가적인 커리큘럼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본교는 5급 공무원 진출 외에 이공계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 현재 공대 교수들이 모여 '기술판사제' 도입을 대법원에 정식으로 요청해 놓고 있고, 국회 각 정당 대표들에게 이공계 인력을 전국구에 일정 부분 영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법원 판결 중에 특허 분쟁이라든지 기술적 논쟁이 있는 사례에서 법을 전공한 사람들끼리 판정을 하다보니 우리 기술인들이 보면 잘못된 판정이 대단히 많다. 그래서 한국공학한림원을 주축으로 '기술판사제' 도입을 정식 요청해 놓은 상태다. 아울러 각 정당이 만드는 정책들은 상당 부분 첨단 기술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의제 선정과 선택 시기가 늦어지고, 필요한 재원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회에도 전국구를 통한 이공계 전문 인력 등용을 촉구하고 있다.


 - 현재의 추세라면 이공계의 공직 진출은 가능하지만 반대로 인문사회과학, 법학 및 상경 계통 인력이 공학계에 진출하는 가역반응은 예나 지금이나 불가능하다. 이공계를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예상치 않았던 비공학 계열의 역소외를 가져오지는 않겠는가?

 

   
 

 그 반대다. 내가 안산캠퍼스 부총장이니까 안산캠퍼스를 두고 얘기해 보겠다. 안산캠퍼스의 분위기는 디지털경영대학, 국제문화대학, 생활체육대학, 디자인대학이 서로 연합해서 한양대의 전략품목인 기술을 지지하거나 이를 통해 오히려 새로운 분야와 시장을 창출하자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안산에 최첨단 기술들이 오니까, 이 기술들을 경영학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인문학적으로 어떻게 이것을 조직해서 국가에 되돌려 줄 것인가, 디자인이 이를 어떻게 지지할 것인가, 생체대가 이를 어떻게 진흥시킬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공학이라는 개념보다는 기술과 인문학과 문화가 어우러져 어떤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있다. 정보화사회는 컨텐츠 경쟁이다. 어떤 컨텐츠를 만들고, 그 컨텐츠를 이용해 어떻게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싸움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학연산 인프라는 본교가 전국 최고의 유일무이한 조건에 있다. 따라서 인문학에 계신 분들도 이공계의 지원을 비판하기보다는 함께 시장을 넓히고 공존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말씀대로라면 이번 이공계 공직 진출 프로그램이 한양공대의 르네상스를 일구고, 나아가 한양대 전체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 기대해도 되는가?

 

 지난 50년 동안 한국사회가 발전해 온 저변에는 한양공대가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의 기여에 찬사를 아낄 수는 없다. 잠시 이공계 위기론이 팽배하면서 우리 일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옛날의 명성을 되찾으며 일대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전국 최대의 학연산 인프라를 구축한 안산캠퍼스의 변화가 한양대 전체의 일대 도약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이는 특정 캠퍼스, 특정 학문에 편중된 지협적인 사고가 아니다. 같은 배를 탔는데, 엔진이 잘 나간다고 해서 다른 기능이 죽느냐, 그것이 아니다. 같은 배에 탔으면 함께 빨리 간다는 것, 그런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인터뷰 : 최 홍 편집장 choihong@ihanyang.ac.kr
기록·정리 : 김자영 취재팀장 apriljy@ihanyang.ac.kr
사진 : 노시태 학생기자 nst777@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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