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학 전임교수 생활대 동문들
"경험과 실력으로 승부하세요" 조은주(의류.97), 황지영(의류.96) 동문
여성 취업의 증가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통계청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여성의 고용률(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7.8%다. 남성(56.8%)보다 2.1%높은 수치다. 20대 여성 고용률은 2010년부터 남성을 앞질렀고, 두 성별 간의 격차는 해마다 벌어지는 추세다. 이에 반해 우리대학은 남성 동문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공과대학의 규모가 큰데다, 남성의 이공계 쏠림 현상이 심해서다. 생활과학대에서 들려온 여성 동문들의 활약상이 반가운 이유다.
생활대는 지난 5년 간 12명이 해외대학 전임교수로 임용됐다고 밝혔다. <아래 표 참조> 12명 중 11명이 여성. 여학생 비율이 높은 생활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학과 별로는 의류학과 졸업생이 10명(학부 7명, 석사 3명)으로 가장 많고, 식품영양학과와 실내건축디자인학과가 1명씩 배출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대학 여덟 곳에 9명이, 중국대학 두 곳에 1명씩이, 영국대학에 1명이 임용됐다. 생활과학대학장 박명자 교수(생활대·의류)는 "생활대 졸업생이 해외대학 교수로 임용되며 한양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며 "이들이 전공 분야에서 한양대의 국제 교류 및 협력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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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주 동문(의류.97), 최초의 외국인 교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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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 조은주 동문의 꿈은 패션 디자이너였다. 화가들의 그림을 응용한 의류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조 동문은 교내 캐드디자인 콘테스트, 국내 대학생 패션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꿈을 굳혔다. 그녀의 마음을 바꾼 것은 99년 스리랑카 여행에서 만난 이들과의 대화였다. "현지 학생들과 대학 교육 과정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리랑카 대학에는 의류학 전공이 없다더군요. 의복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데, 대학 과정에 없다니 의아했어요." 이에 조 동문은 교육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의류학계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조은주 동문은 우리대학에서 의류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의류 브랜드 갭(Gap)에서 머천다이저(Merchandiser, MD)로 4년 반 동안 근무했다. 박사 과정에 진학하기 전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퇴사 후 유학 길에 오른 조 동문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패션머천다이징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 대학원 과정과 다른 미국의 대학원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공부하고 싶었고요. 우리대학 교수님들의 조언으로 연구 중심의 아이오와주립대를 선택하게 됐어요." 지난해 7월, 조 동문은 미국 아칸소대학교의 의류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임용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에게 교수직의 벽은 높았다. "아무래도 미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국인을 고용하면 비자 문제도 처리해야 하고, 영어 강의도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동문은 아칸소대 의류학과 최초의 외국인 교수가 됐다. 강의 경험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 "최종 면접에 오르면 학과 교수진과 1:1로 면접을 진행합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공 및 연구 분야에 대한 공개 강의예요. 저는 박사 과정 중에 연구 조교 및 강의 조교를 병행해 3년 이상 경험을 쌓았어요.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전임강사로 일했고요."
조은주 동문은 패션브랜드가 글로벌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이미지 전략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세계 패션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중국, 미국의 사례를 비교한다. 그녀는 학자의 길에 오르려는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미국에서도 교수직에 대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어려운 길이에요. 박사학위를 받는 것 외에도 강의 및 연구 경력을 쌓아야 하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뤄집니다." 조 동문은 유학 길에 오를 때 우리대학 원로교목인 김장환 목사의 격려를 기억하고 있다. '낙심하지 말고 인내하며 견디면 때가 되어 열매를 거두게 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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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동문(의류.96), 나만의 스토리로 승부하라.
황지영 동문은 학부 졸업 후 의류 기업의 기획부에 머천다이저로 취직했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독립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로 실력은 출중했다. "업무량은 많았지만 일이 즐거웠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말에도 근무했죠." 하지만 열정이 몸을 상하게 했고, 개인사정이 겹쳐 퇴사를 결심했다. 황 동문은 퇴사 후 캐나다 여행길에 올라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학부 시절 어느 교수로부터 들었던 질문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지영 학생, 나중에 큰 곳에서 공부하는 건 어때요? 자신에게 도전 과제를 주세요.' 황 동문은 귀국 후 유학 준비에 매진했고, 27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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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나갔다. 미시간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후,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패션/유통전공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박사과정 프로그램을 마치는 데 4년 반이 걸렸다. 박사과정 수료 후에는 플로리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국제비즈니스 박사후연구원(Post doc.)이자 강사로 일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석사과정 학생들과 즐겁게 일했습니다. 국제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하며 플로리다에서 3년을 보냈죠. 업무가 즐거워서 예상보다 오래 머물게 됐어요." 황 동문은 이 때의 경험을 살려 본래 전공 대신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직에 지원했다. 워낙 전공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은 마케팅 분야다. 황 동문은 치열한 길을 스스로 택했다.
황 동문은 이 밖에도 약점이 많았다.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 능숙하지 않은 영어,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 그럼에도 그녀를 돋보이게 만든 것은 풍부한 실무 경험이었다. 황 동문은 박사과정 재학 시절부터 유통분야 월간지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한국 기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카고에서 홀로 기업연수를 진행한 적도 있다. "약점을 뒤집어 봤습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시각을 갖췄죠. 직장 경험이 있어서 실생활과 학문을 연계하기 쉬웠고요.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마침내 그녀는 지난해 7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마케팅 전공 전임교수가 됐다.
황지영 동문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주문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자기 발전을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해보세요. 학부 시절의 배낭여행, 컨설팅동아리 운영진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것, 무작정 월마트 본사에 전화해 연수 일정을 잡았던 일. 지금 생각하면 이런 경험들이 제 인생의 퍼즐 조각이었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 외국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하려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황 동문의 열정은 여전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소비자와 기업 간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 중이라고. 그녀는 교수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석·박사 과정은 적어도 5년, 많으면 10년을 투자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이런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본인의 중심을 유지하려면, 결국 의지와 열정이 가장 중요해요."
곽민해 취재팀장 cosmos3rd@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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