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부부터 공지사항까지도 영어로 갖춰야 진정한 국제화"

 국제화는 이제 하나의 추세와 경향을 넘어 하나의 복음처럼 한반도에 퍼지고 있다. 캠퍼스도 예외일 수는 없다. 과거 '위탁 교육' 차원에서 학생들을 외국으로 파견하던 것으로 국제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외국인 교수가 강단에 서고, 싱가포르 학생과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낄 법도 하다. 이번 학기에 새롭게 부임한 구랑가 고팔다스(디경대·경제학부) 교수를 만나 한양대 국제화, 그 현 주소를 물어 보았다.

 

 - 본교의 첫 인상이 어떠했나?

 

   
 

 캠퍼스가 굉장히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매우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강의실이나 강의시설, 건물 등이 미국의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훌륭한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강의를 하게 돼 기쁘다.

 

 - 인도 출신으로 호주, 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서 학위를 마쳤는데 어떻게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나?

 

 작년 8월 한국에 처음 왔다.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난 뒤, 한국의 한 대학에서 외국인 교수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오게됐다. 지리상으로도 인도와도 가깝고, 강의 경험을 쌓기 위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다.

 

 - 이번 학기에 가르치는 과목과 전공 분야는 무엇인가?

 

 전공은 경제학, 무역학이다. 특히 국제무역, 경제성장 및 개발, 경제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English Reading in Economics', 'Principles of Macroeconomics', 'Theory and Application in Economics' 세 과목을 강의한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1학년과 4학년을 가르치고 있다.

 

 - 100퍼센트 영어 진행 수업을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강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말해달라.

 

 아직 강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커다란 문제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전 대학에서의 강의 경험을 빌어서 말하면, 처음에는 학생들이 얼마나 잘 따라올지 우려를 많이 했다. 그런데 학기가 끝나면서 정말 처음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모든 학생들이 나의 강의를 충실히 이해했고 잘 따라왔다. 지금 학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도 꽤 수줍어하고 조용한 학생들을 보면 약간은 걱정된다. 영어의 문턱을 넘어 수업시간에 더 많이 말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학생들이 따라오려고 노력해 안심이다. 사용하는 교재도 영어 원서이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영어 실력이 늘 것이다.


   
 

 - 본교는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비롯해 영어 강의 등 캠퍼스의 국제화를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본교 캠퍼스의 국제화에 있어서의 걸림돌을 꼽자면.

 

 한양대학교가 국제화, 세계화를 지향하고 여러 정책들을 펼친다는 사실을 안다. 외국인 교수 채용도 그 일환일 것이다. 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우수하고 학교 시설 또한 국제적인 수준에 맞게 잘 갖춰져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부족하다고 본다. 대학의 업무에 관한 정보, 공지사항, 행정 업무 문서 등 모든 것이 한국어로만 씌어져 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매일 아침 건네 받는 한 뭉치의 문서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심지어는 강의 출석부도 한국어로만 씌어져 있어 교학과에 직접 학생들의 영어 이름을 물어봐야 했다. 교내 연락처가 적힌 전화번호부나 경제학부에 관한 기본적인 안내책자도 영문판이 없다. 만약 한양대에 지원하고자 하는 외국인 학생이 있다면 이것은 꽤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부터 캠퍼스 국제화에 걸맞게 세심히 신경써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 외국인 경제학자가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경제에도 외국인의 직접적인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서 세계화가 더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세계와 동떨어진 섬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아까도 말했듯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투자를 제한하고 규제하는 법들을 쇄신,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규제를 완화할 때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 흔히들 외국생활에서 음식이 가장 적응하기 어렵다고들 말한다.

 

 처음에는 약간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인도음식도 한국음식처럼 맵고 강한 맛이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한국음식에 익숙해졌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친한 이웃이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한국음식을 접할 기회도 있었다. 지금은 김치, 순두부, 볶음밥, 비빔밥, 돈까스 등 대부분의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세미나 등 학술행사에 많이 참석하고 싶다. 10월에 방콕에서 열릴 APEC 세미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어를 전혀 못해 외국인 교수를 위한 한국어 과정이 있다면 강의를 마친 뒤에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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