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 창업의 바이블을 쓰다
지난 8월, 중소기업청은 올해 들어 대학 안에서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창업 절차를 밟기 시작한 예비 창업 대학생이 2만 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말 1만 2천명보다 67퍼센트나 늘어난 수치다. 극심한 취업난이 대학생들로 하여금 창업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벤처 붐은 지난 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로 실업난을 겪으며 경제가 침체되면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던 탓이다.
지난 90년대 이스라엘과 대만은 IT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을 이루며 창업이 활성화됐다. 이는 당시 경제위기를 겪던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한국 벤처 기업의 태동부터 함께 했던 한정화(경영대·경영학부) 교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육성 정책이 과도한 거품을 발생시켰고, 이는 준비 없는 창업을 불러일으켰다'라고 지적한다. 경영 마인드도 없이 기술 하나만 믿고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다.
준비된 자만이 성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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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창업은 초기에 전문인력과 고학력이 많이 참여한 특징을 가집니다. 특히 대학 연구소의 엔지니어가 많이 참여했죠. 실제 석사 이상이 창업자의 35퍼센트, 박사는 10퍼센트정도로 고학력의 기술 인력이 IMF 이후 대거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청년 창업도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과거에는 3, 40대 후반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외국의 경우와 같이 20대 후반의 학생 창업이 활발합니다. 더불어 과거 생계형 창업을 넘어 첨단 산업에 도전하는 여성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 붐이 일던 초기, 'lab venture'라고 불리는 교수·연구원들의 창업을 지원한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벤처 창업의 최우선 성공 요소는 물론 기술이지만, 대부분의 창업자가 기술만 있고 기업가적 역량을 키우지 못했던 탓이다. 더불어 거품시기에 자금이 과잉 공급됐고, 이로 인해 과다 경쟁이 벌어져 국내시장은 수요 한계의 장벽에 부닥쳤다. 또한 정부 주도적 벤처 지원이 역기능을 우발하면서 이른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 것이 지난 몇 년간 벤처 업계에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창업 앞서, 체계적 교육 절실해
그러나 아직까지도 벤처나 창업에 대한 교육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지난 98년 이후 활성화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인력이 미흡하고 대학에도 이를 위한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대학 중 경영학 커리큘럼 안에 창업론이 포함되어 있는 곳도 손에 꼽을 정도. 수요 측면에서도 학생들이 자격증, 어학시험, 고시 등에 몰두하고 있고, 창업이나 벤처는 힘들고 어려워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벌써 몇 년째 성장과 고용이 불일치하고 있습니다. 고용창출이 안 된다는 것이죠. 또한 중도퇴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히 자기고용(self-employment), 즉, 창업의 기회를 늘릴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처 창업이 성공하려면 교육의 힘이 필요합니다. 대학·대학원에서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즈니스 마인드와 경영·경제적 사고를 길러주어야 하는 것이죠. '고용되느냐 스스로 고용하느냐'에 대한 선택은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가로서 역량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이 절실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업 실패가 '인생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창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험을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친인척과 친구로부터 돈을 빌려 부채로 시작한 사업이 실패하면, 이는 재기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우리나라는 실패에 대한 관용의 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다.
따라서 부채가 아닌 지분을 활용한 벤처 창업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최근 '창업 자본 조달이 위축되어 위험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한편,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라고 주문한다. 최근 정부가 내놓는 지원책도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해외 진출 지원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실업, 중국을 뚫어라
"최근의 청년실업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3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반해 청년실업은 4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이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의 공급이 적다는 뜻이죠. 또한 중소-대기업간의 임금 격차가 과거엔 80퍼센트에 달했지만 최근엔 5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지며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가중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졸자가 과잉 양산되면서 기대치가 높아진 탓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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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실업난이 발생하면 각종 매스컴에서는 창업을 해결책으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준비된 창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의 실패자를 양산할 우려도 있다. 특히 실패에 대한 관용 정도가 낮은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이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따라서 창업에 대한 사전 교육이 선행되고 이를 통해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면 누구나 'skill building'을 해야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역량 분석을 통해 국내가 아닌 해외로 진출하라고 당부한다. 한 교수가 특히 권유하는 곳은 바로 중국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창출한 일자리가 200만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의 청년 실업을 해결하고도 남을 규모입니다. 저는 중국시장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 중국 비즈니스 전문가를 양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1년 간의 연수기간 동안 중국어를 집중적으로 익히고, 사전 교육 지원을 통해 법률·무역·문화 등에 대한 지식을 습득케 해, 1년에 1천명씩 전문가를 양산한다면, 미래 사회에서 10년 내 중요한 고용창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합니다. 창업보육센터에서 얼마전 개소한 한양·상하이 IT비즈니스 센터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사업입니다. 기회는 언제나 생기게 마련이고, 이는 준비한 사람의 몫이 되는데 지금은 중국이 그 기회인 것이죠."
혁신적 기술, 아이디어, 팀워크의 조화 필요
사업이란 남보다 변화의 흐름을 먼저 내다볼 수 있어야 성공한다고 한다. 즉 기회의 창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어떤 문제라도 관심을 갖고 매진하다 보면 창의적 발상은 자연스럽게 생산되고, 거기에서부터 창업도 시작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모두 창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 교수는 막연한 상상을 상품성 있는 아이디어로 개발하는 능력이 바로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혁신적 차별화를 이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상상력과 창의력을 개발하고, 기업가적 마인드를 갖춰 위험을 사전에 준비하는 의지력도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리더십과 매니지먼트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는 '지식+체험'의 시너지 효과가 중요합니다. 두 가지가 따로 움직여서는 절대 안 됩니다. 기술적 전문성에 팀워크과 역량이 조화를 이루어야 성공적인 창업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학력 및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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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노시태 학생기자 nst777@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