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 통해 정격연주의 위상 종합적으로 조망한 계기 평가

 국내 관현악계에 정격음악에 대한 돌풍을 일으켰던 음악연구소에 다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음악연구소는 올해 개소 20주년을 맞아 '옛 음악 예스러운 연주'라는 주제로 정격음악 시리즈를 펼치고 있다. 조르디 시발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정격연주 음악회를 개최한 음악연구소는 지난 6일 정격연주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서울캠퍼스 백남음악관에서 개최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정격음악의 대가들이 발표자로 대거 참석해 더욱 화제가 됐다.

 

 본교 음악연구소 개소 20주년 기념식과 개소 2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이 함께 열린 백남음악관 개소기념식에는 김종량 총장과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장 등 한국 음악계의 거목들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김종량 총장은 기념사에서 그 동안 음악연구소가 음악계와 본교 음악교육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치하하며 앞으로도 무한한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기념식에 이어 정격음악 시리즈의 마지막 행사로 기획된 심포지엄은 '현 시대의 옛 음악, 20·21세기에서의 진정한 부활'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오프닝 콘서트에서는 일본 실내악단 Conversium Musicum가 연주하는 비발디와 바흐의 선율에 맞춰, 바리톤 정록기와 하프시코드 연주가 오주희가 하모니를 이뤘다. 심포지엄은 음악연구소 소장 강해근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바르톨드 쿠이켄(den Haag왕립음악원·네덜란드) 교수의 '현 시대에서의 옛 음악,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가', 로버트 모간(예일대학·미국) 교수의 '현 시대에서의 정격성, 음악적 전통과 현재의 동향', 재미 지휘자 조소연씨의 '복원연주의 예술사적 당위성과 그 비판의 근거', 일본 지휘자 겐조 다케히사씨의 '일본에서의 옛 음악 운동, 역사와 전망' 순서로 발표가 진행됐다.

 

 쿠이켄 교수는 '옛 음악이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운을 떼며 '음악은 연주되는 모든 순간에는 하나지만 다음 연주 때는 바뀐다. 정격음악 방식으로 연주해도 과거에 얽매인 똑같은 연주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간 교수는 정격음악에 대해 '음악을 원상태로 복구시키려는 열망'이라고 정의하며, '완전한 복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고 정격음악은 단지 과거 음악을 추측하는 것일 뿐'이라고 정격연주를 해석했다. 아울러 쿠이켄 교수는 정격음악을 '음악적 다원주의 시대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마무리함으로써 정격음악 자체가 음악계 내 하나의 흐름임을 인정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정격연주가 음악사에서 가지는 의미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평가다. 음악연구소는 올해 16, 17세기 유럽의 궁중무용 워크숍을 시작으로 영국 비올(Viol) 사중주단의 판타슴(Phantasm)공연, 정격연주의 대가 조르디 사발 내한공연 및 렉처 콘서트 등을 연이어 성사시킴으로써 국내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더욱이 대미를 장식한 심포지엄을 통해 정격음악에 대한 학문적 논의를 성공적으로 정리함으로써 기획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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