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브랜드서포터즈 2기 박혜민

 1. 소셜(Social)+픽션(Fiction)


픽션의 사전적 정의는 지어낸 일, 꾸며낸 이야기, 허구이다. 즉,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꾸며내어 말하는 것을 픽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허구의 생각이 사회와 관련이 있게 되면 그것을 소셜픽션(Social Fiction)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사회의 범위는 얼마 만큼으로 잡을 수 있을까? 유럽이라는 거대한 대륙 범위의 상상을 한 프랑스의 장 모네(Jean Monnet)처럼 대륙이나 범국가적인 큰 범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정책발의를 장려하는 스위스처럼 단일 국가, 카페를 통한 공론장을 모색했던 영국의 지역사회 역시도 소셜픽션의 대상인 사회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예시들로 비추어 볼 때, 그 사회의 크기가 어떠하건 간 일정 이상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상상은 모두 소셜 픽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콜로라도 주 아스펜에서 해마다 열리는 아이디어 축제인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빅 아이디어’를 강조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를 변화시킬 방법을 상상하고 논의하자는 의미이다. 사회에 현존하는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고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회를 발전시키는 아이디어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고민한다.


한양 브랜드 서포터즈 또한 한양대학교라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상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하나의 작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학과에서 각기 다른 부분의 한양대를 느끼고 경험한 학생들이 한양대학교의 10년, 20년 더 나아가 100년 후를 위해 꾸준히 소셜픽션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나 또한 한양 브랜드 서포터즈의 일원으로써 100년 뒤의 한양대학교가 가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고민해 보았다.

 

 


2. 집단지성이 춤추는 '한양의 우연한 만남'


한양대학교를 우연한 만남이 끊기지 않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양대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진 학우들의 우연한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양대학교는 15개의 단과대학으로 이루어진 작지만 큰 사회이다. 한양대학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공알림단, 대내외적으로 한양대학교를 목적의 사랑한대와 한양대학교 브랜드 서포터즈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학생들의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각 단과대학과 학부간의 교류나 소통을 촉진하는 단체나 행사의 존재는 찾기 힘들다. 소셜픽션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지만, 어떤 사람이든 무언가는 안다'는 전제와 그러한 사람들의 우연한 만남의 기회가 있을 때 활발해 질 수 있다.


<소셜픽션>에서 향후 100년간 세계를 이끌어갈 소셜픽션을 찾기 위해 스콜월드포럼,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 샌프란시스코의 사회적 자본시장 컨퍼런스 등에 간 것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여러가지 상상이 한데 모이면 각각의 원래 아이디어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학생들이 '우연'한 만남으로 잦은 접촉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싸군(주: 사자가 군것질할때 라는 이름의 편의점)과 그 옆의 카페와 같은 공간을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학교의 정책과 발전에 대해서 총학생회 임원단과 단과대 학생회 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공론화하여 대화하는 기회가 더 잦아지게 만들어야 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컨퍼런스 룸을 건물 내, 건물 사이사이에 만든다. 이 소규모의 컨퍼런스 룸에서는 끊임없이 여러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의견을 공유하고, 상상을 말하며 토의하게 될 것이다. 음식과 영양을 전공하는 생과대 학생들은 학식을 개선하는 방안이나 메뉴에 대한 의견을 펼 것이고, 법과 정치를 공부하는 정책대 학생들은 학교가 처한 법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관광학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중랑천과 살곶이 공원을 잇는 한양길을 만들자는 주장을 할 것이다. 이러한 크고 작은 다양한 의견들은 바로바로 학교 곳곳의 또 다른 컨퍼런스 룸에서 확인 가능하고 언제나 수정과 보완, 이의제기가 가능하다. 다른 학우들이 낸 의견을 추천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각 의견들은 학교의 안건이 되고 정책이 될 것이다. 학교는 토론이 일상화된 공간이 되고, 학생들은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일상화됨으로써 학교는 경쟁과 생존, 낙오의 공간이 아닌 협력과 융합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한다.

 

 

3. 보살피고 보살핌받는 ‘한양의 학생자치협동조합’


오늘날의 대학들이 받고 있는 지적 중 한 가지는 대학교가 더 이상 진리의 상아탑이 아닌 학점과 스펙, 그리고 취업을 위한 학생 양성소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에전처럼 듣고싶은 강의, 배우고싶은 학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학점을 받기 쉽거나 수강하기에 편한 과목 위주로 시간표를 구성한다. 진정한 삶의 멘토가 되는 선배들은 사라지고 모두 토익과 자격증 공부에 열중한다. 대학은 매년 국가고시, 자격증, 혹은 취업결과를 홍보하며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물론 학우들이 다양한 사회의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토 가운데서 학생들은 소외감과 열등감에 휩싸이기 쉽고 이러한 감정을 인정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소셜픽션>에서는 ‘언니 네트워크’에서 만난 ‘무영’과 ‘어라’가 만든 여성주의 의료생협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있다. 예비의사 무영은 의료생활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했고, 어라는 비혼여성을 위한 마을 공동체를 꿈꾸고 있었다. 그들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서로 소통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의료 생협 ‘살림’을 만들었고, 그 조합은 공통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서로를 보살피는 자조적인 조직이다. ‘살림’은 공동체 내부에 보살핌의 관계망을 만드는 것을 그 최종적인 목표로 삼고 공동체 위주의 삶을 꾸려나간다.

 

소외되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을 막고 서로를 보살피는, 1차 집단의 성격을 가진 한양대학교 버전의 ‘살림’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작은 자발적으로 작은 소집단을 구성한다. 학교 차원의 개입은 없으며 학생들이 함께 학업 뿐만 아니라 서로의 학교생활, 일상생활까지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집단으로 나아간다. 한 집단에 소속된 학우에게 생긴 좋은 일을 함께 할 수 있고, 불행한 일 또한 공감하고 더 나아가 해결책을 고민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도 이어지는 이러한 소집단은 학교라는 공통된 테두리로 만나게 된 학생들이 서로를 돕고 도움을 받는 긍정적인 공동체로써 학생들의 생활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스펙과 취업의 전 단계로 인식되는 학교에서 이렇듯 자발적으로 굴러가는 소집단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반론에 대해서는 제레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의 '인류사의 감추어진 역설'에 대한 예시로 설명하고 싶다. 세계대전 중 한 전장은 지루한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한 겨울의 추위로 양 측 군사들은 지쳐갔다. 하지만 어느 한 쪽 진영 귀퉁이에서 흘러나온 크리스마스 캐럴로 인해 양 측 군사들은 그 밤 전장의 한 복판에서 함께 어울려 축구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다. 이러한 믿을 수 없는 일은 상부에 보고되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의 힘인지 상부에서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런 밤이 지나고 다음 날 해가 뜬 뒤 다시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었지만 그 날의 크리스마스 밤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제레미 리프킨의 말과 같이,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배경 속에서도 또한,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하며 서로에게 위로받고자 프로그램 된 존재"라는 것이다. 개인이 겪는 수많은 경쟁들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모든 학생들을 여러 덩어리의 집단으로 구성하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학교 또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4. 상상함으로써 현실이 된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인 제주도 올레길을 기획한 서명숙 이사장이 제주에 길을 내고자 했을 때 주변 사람들, 관광 전문가 심지어는 그녀의 어머니까지 반대를 했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계획에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길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보듬고자 한 그녀의 상상은 주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그 상상이 해외로 향하던 국민들의 발걸음을 제주로 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제주도는 연평균 관광객 13.6퍼센트 증가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제주도 입도 관광객 수가 최초로 1000만명이 넘었으며, 오늘까지도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레길은 하나의 관광상품에서 더 나아가 관광객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가치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올레길은 그것을 걷는 사람에게 도심에서는 얻지 못할 치유와 평화, 화해와 어울림을 선물한다. 그녀의 상상은 허무맹랑한 꿈같은 이야기로 여겨졌지만 그것이 실천됨으로써 많은 것을 바꾼 것이다.


이렇듯이 상상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상상을 단순히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자세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내일을 바꿀 힘은 오늘의 상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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