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브랜드서포터즈 2기 권현진
소셜픽션(Social Fiction)이란 사회에 대해 제약 조건 없이 상상하고 이상적인 미래를 그리는 기획 방법이다. 당장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염원하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수 년 후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사회적 상상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막연한 예측이 아닌,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의지가 담긴 염원을 해야 한다. 비전과 목표를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는 것에서 일이 방향을 잃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는 효과적인 기획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재무설계에서도 소셜픽션이 지향하는 장기적 목표와 비슷한 개념이 적용된다. ‘55세에 은퇴한 이후 연금으로 500만원(현재가치)이상을 받으며 평생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는 어쩌면 과해 보일 수 있지만 상상을 통해 확고한 방향을 정립한다면, 일반 월급쟁이라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이다. 누구에게는 코웃음 나오는 픽션일수도 있지만 훗날 이 목표를 위해 꾸준히 수 십 년간 모아나간 사람에게는 현실이라는 말이다.
소셜픽션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나열해 보자. 첫 번째로 본질을 정하고 그 것이 해소된 상태의 미래를 그린다.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상상이라면 즐기고 사색하며 일상 생활이 큰 노력 없이 영위되는 삶이 그 미래일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그 미래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을 찾아본다. 자본의 축적이 필요하겠지! 세 번째로 이 자본의 축적을 위한 과정에 필요한 것(지혜와 유쾌함)과 방법(철학, 문화, 예술)을 정립하고 브레인 스토밍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노동시간을 감축하고 물적 생산 인프라를 더 많이 구축해야 한다는 해답이 나온다. 지혜와 유쾌함을 위해서는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케인즈의 역방향 기획이 바로 이것이다. 예전에 광고제작 전문업체인 빅앤트 인터네셔널 박서원 대표의 강연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려운 생각만 하지 말고 그 상품의 본질부터 찾아봐라.’. 하얀 바나나우유를 광고하기 위해서 타 제품과 차별화되는 ‘흰색’을 강조하고, 바리스타 커피를 광고하기 위해서 ‘바리스타’라는 표기를 ‘BARISTA’로 바꾼 후 엄청난 광고효과를 거둔 사례가 상상의 시작에서 고려해야 할 본질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오늘을 바꾼 어제의 상상?
유럽을 통합한 장 모네의 정치사상, 인종차별 없는 민주주의 국가,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복지국가의 꿈을 그린 스웨덴, 빈곤을 시장 원리로 해결하려 한 그라민 은행과 무함마드 유누스의 다른 금융 그리고 시대에 뒤처지는 상상에서 제주도의 상징이 된 올레길. 이 사례들은 하나같이 감탄사가 나오는 주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던 나에게 가장 관심이 가던 사례는 그라민 은행의 사업 방식. 부유층 대상의 대출이 아닌 저소득층을 주 타깃으로 투자를 늘리고 경제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선순환 경제를 유도한 기존의 틀을 깬 예대마진 장사였다.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 못할 계층’으로 치부하던 시대에서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지만, 27달러(저소득층이 자생하기 위한 금액)로 시작한 그라민 은행은 2011년 말 기준 지점 2567개와 1만 2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며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서도 IBK 기업은행처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대출을 장려하며 국가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하려는 움직임은 끈임 없이 강조되고 있다. 상상도 못할 아이디어 하나가 시장을 한 순간에 뒤바꿔놓았고 지금은 Microcredit가 비즈니스로 발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내일을 바꿀 오늘의 상상?
지금 이 세계가 상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을 위한 4가지 키워드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1) 참여 : 탑-다운 방식이 아닌 모두가 참여해서 담아내는 상상과 실험.
2) 자립 : 참여의 전제는 자립이다. 모두가 자립하는 사회를 상상하고 실험.
3) 정부 : 시민들의 의지를 반영한 혁신의 시발점. 열린 실험실이 되기를 상상
4) 알고리즘 사회 : 일률적인 알고리즘에 고착된 사회. 미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지 생각 |
가장 나의 흥미를 끌면서도 한양브랜드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는 ‘참여’가 아닐까 싶다. 소수가 아닌 다수가 모여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 집단지성을 형성하고, 수준 높은 지식을 형성하며 상상이 온전히 구현되는 사회의 모습이 되리라는 것이다. 지원서를 쓰면서도 유쾌한 참여형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로 했으니만큼, 대학생으로서 엄청난 혁명보다는 한양인이 함께 즐기며 응집될 수 있는 컨텐츠처럼 단순하면서도 작은 동요를 일으킬 무언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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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담긴 사례 중 ‘Wikipedia’는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직접 수정하는 2001년 등장한 자유 백과사전이다. 소수의 천재들이 주도했던 지금까지의 지식 생산 구조를 집단지성 중심으로 바꾸게 된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권위있는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보다 훨씬 더 사람들이 즐겨 찾는 Wikipedia는 신뢰도 이전에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질적으로 발전하는 집단지성의 광장에 더 매료된 것이 아닐까? IT강국인 우리 나라에서는 비슷한 서비스가 많이 등장한다. 선뜻 기억에 떠오르는 성공사례로는 ‘Job Planet’이라는 직장인들의 회사평가 SNS이다. 소셜 앱 스타트업인 ㈜브레인커머스는 단지 각자 취업을 원하는 혹은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썰(이야기)’을 풀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놨을 뿐이지만, 현재 수만 명이 참여해서 각자의 이야기를 써냈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며 그 신뢰성은 더욱 높아지고 예비 직장인인 나 또한 페이스북 만큼이나 자주 접속하며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긴다.
이렇듯 1+1=2가 아닌 10, 100 더 나아가 +∞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자발적 참여를 이끌만한 공통의 관심사가 중요해 보인다. 한양브랜드서포터즈가 상상해볼 것들 또한 이런 위키피디아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무언가를 알 것이며, 이것을 한 곳에 모은다면 한양을 홍보할만한 괜찮은 웹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간단히 떠오른 아이디어로는 ‘한양Wiki’. 한양대학교에는 [ ]가 있다. 라는 주제를 던져놓고 누구나 참여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면, 각 분야의 쎌렙, 교내 혜택, 미남미녀, 독특한 수업 등 교내외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당길 수 있는 공간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분야와 정치 성향을 뛰어넘는 지적 교류의 장인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발’의 사례에서 보듯, “세상을 바꾸는 빅아이디어는 서로 다른 배경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일 때 나온다.”라고 한다. 현재 일부분을 당장 고치는 게 아닌 근본적으로 바꿀 거대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가장 이 페스티벌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한양브랜드서포터즈에서도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인 만큼 멋진 상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