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값진 땀을 빛내도록 지속가능한 국제대회 노력해야

 

한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노곤한 가을을 보내고 있을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이 9월 19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뜨거운 시작을 알렸다. 선수들은 지난 4년간의 준비를 온몸으로 말하듯 활시위를 당기고, 힘찬 발차기를 한다. 이에 응답하듯 수많은 팬들은 가슴 왼쪽에 ‘태극기’를 단 우리 선수들을 위해 울고, 웃고, 소리친다. 16일 간 뜨거운 여정은 지도 없는 여행길처럼 흘러갈 것이고, 그 끝은 어느새 코끝을 휘감는 완연한 가을 내음과 함께 일 것이다.

 

빛나는 ‘태극기’, 당신들의 열정


이번 아시안게임은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OCA)에 가입한 45개 참가국에서 1만3000여명의 선수 및 임원단이 참가하는 명실상관 아시아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총 36개 종목(수영, 양궁, 육상, 배드민턴, 농구, 복싱, 카누, 사이클, 승마, 펜싱, 축구, 골프, 체조, 핸드볼, 하키, 유도, 근대 5종, 조정, 럭비, 요트, 사격, 탁구, 태권도, 테니스, 트라이애슬론, 배구, 역도, 레슬링, 야구, 볼링, 크리켓, 카바디, 공수도, 세팍타크로, 스쿼시, 우슈)에 걸린 439개의 금메달을 놓고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16일간 혈전을 벌인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아시아 지역대회 개최를 요청 받아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처음 시작된 아시안게임은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했다. 우리나라는 1986년 서울에서, 2002년 부산에서 아시안게임을 개최했고, 이번이 세 번째 개최이다.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슬로건 하에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인류의 평화, 하나돼 빛나는 아시아를 꿈꾼다.

 

   

 

총 1068명(본부임원 60, 선수 831(남454/여377), 경기임원 177)의 역대 최대규모의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90개 이상을 획득해, 1998년 방콕 대회에 이어 5개 대회 연속 종합2위를 목표로 한다.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로 줄곧 종합 1위를 차지해온 중국과,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로 20년만에 종합2위를 노리는 일본이 가장 유력한 경쟁국. 수영, 배드민턴, 유도 등 각 종목에서 한·중·일 삼국의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우리 선수단은 양궁, 펜싱, 볼링, 골프, 사격, 태권도, 테니스 7개 종목에서 많은 수의 금메달 획득을 기대한다. 전통적으로 강세인 이들 종목에서 선전하는 것이 선수단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은 단연 야구다. 멈출 줄 모르는 프로야구의 인기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에서 선전에 힘입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선수단의 부담도 클 것. 류중일 감독(체육.82)과 대표팀 24명의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성을 다짐했다. 이러한 효자종목, 인기종목 외에도 우리 선수단이 참여하는 숨은 종목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번 아시안게임의 큰 매력이다. 볼링과, 소프트볼, 카누, 크리켓, 요트, 근대5종, 트라이애슬론, 경보, MTB와 도로경기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비인기종목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 선수들을 직접 찾아 응원한다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한양의 아들, 금메달을 노린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우리대학 소속 선수의 출전 또한 기대를 모은다. 그 주인공은 차상엽(예체능대·경기지도 4), 전재희(예체능대·경기지도 2), 박민수(예술체육대·스포츠산업 2) 선수. 이들은 각각 승마 장애물비월 경기, 기계체조와 트램펄린 종목에 참가한다. 전재희 선수가 참가하는 승마는 아직 국민들의 큰 관심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아시안게임의 숨은 ‘효자종목’이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매 대회 금메달 2개씩을 따내고 있다. 승마는 마장마술, 장애물비월, 종합마술로 나누어 경기를 치른다. 그 중 장애물비월 종목은 정해진 시간 내에 경기장에 설치된 여러 장애물을 통과해 가장 적은 감점을 받고 들어오는 순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종목이다. 장애물비월 종목은 선수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변수가 많은 경기로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컨디션 관리만 잘 한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 진재희 선수는 지난 8월 있었던 대통령기 승마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박민수 선수가 참여하는 기계체조는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 선수가 참가하는 종목으로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기계체조란 기계를 이용해 몸동작을 표현하는 운동으로 남자의 경우 마루·철봉·평행봉·안마·링·도마 여섯 종목에서 자웅을 겨룬다. 점수는 선수가 구성하는 기술의 난이도에 따라 부여되는 점수에서 자세가 미흡하거나 실수를 할 경우 감점하여 책정한다. 박민수 선수는 기계체조 종목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단 중 막내지만, 지난해 첫 출전한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결선무대에 진출 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다. 개인종합과 철봉, 평행봉 종목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차상엽 선수가 참여하는 트램펄린은 조금은 낯선 종목.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도입돼 이번 대회에는 남녀 각각 1개씩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뛰어본 이른바 ‘퐁퐁’위에서 진행되는 경기로서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묘기가 자주 펼쳐져 눈을 즐겁게 한다. 선수들은 트램펄린에서 8번까지 도약할 수 있으며 연기의 질과 난이도에 따라 10점 만점의 점수를 부여 받는다. 스포츠의 재미는 응원과 함께 배가 되는 법. 우리나라 선수 응원은 물론 우리대학 소속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을 통해 훨씬 더 재미있게 아시안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안게임의 명과 암

 

   

아시안게임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아시아 대륙은 다양한 기후와 이질적인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나라가 스포츠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갖고 한자리 모인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한·중·일 삼국이 단연 종합순위에서는 앞서지만 동남아와 중동, 중앙아시아의 국가들 또한 자신들의 전략 종목을 갖고 있으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조성식 교수(예술체육대·스포츠산업)는 “아시아의 다양한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올림픽에 버금가는 의미가 있다”며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을 확인하는 것”이라 말했다.

 

주최 측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18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와 27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인천의 국제도시로서 브랜드 가치 향상과 국민통합, 체육 시설확보와 국가 체육발전 등의 경제적 가치 외의 의미 또한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면을 바라봤을 때는 생각만큼 장밋빛 전망은 아니다. 우선 경제효과 창출은 투자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 볼 수 있다. 대회 유치를 위해 통용한 자금과 경기장 건설 등의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 사용한 예산으로 인해 인천시 예산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가 예산까지 사용됐다. 조 교수는 “경제효과 창출은 투자한 예산에 따른 당연한 수순인데 부풀려 진 면이 있다”며 “기회비용을 생각했을 때 교육·의료 분야에 투자했다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도시로서 인천의 브랜드 가치 향상 또한 회의적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인정하는 국제도시로 인정 받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한 나라에 국제도시 하나 있기도 힘든 실정. 조 교수는 “중국에 북경과 상해가 국제도시로 공존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 서울과 인천이 국제도시로 공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기대도, 우려도 공존하지만 선수들에게 있어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대회는 꿈의 무대이자 그토록 바라왔던 순간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의 영광을 조국에 안기는 것. 이 무대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운동선수로서 자아 실현의 기회를 갖는다. 주기적으로 참가하는 국제대회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선수로서 목표를 설정하기에 선수들에게 이번 아시안게임 무대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지속가능한 국제대회를 위해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대회는 늘 이슈다. 많은 국가가 차기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늘 경쟁이다. 당장 우리가 앞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벌써 세 번째 국내 유치인 아시안게임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 조 교수는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꼽았다. 국제 스포츠 대회에 있어 ‘지속가능성’이란 단순히 대회를 위한 대회를 준비하기 보다는 개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환경과 경제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조 교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런던 올림픽을 비교했다.

 

   

 

중국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과시하기 위해 더 큰 경기장과 인프라 확충에 힘썼다. 그 결과 현재 정확한 적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저우 인민대표회의 대표 5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광저우시 예산에 36조원에 이르는 구멍이 생겼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도시의 외관은 변했지만 물가상승과 집값상승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반면 런던올림픽을 준비한 영국은 적자를 최소한 하기 위해 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했다. 조 교수는 “우리는 영국의 모델을 따라가야 하는데 아직도 과시하려는 면이 크다”며 “보여주기식 국제대회는 지역사회와 국가에 짐이 될 뿐이기에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국제대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확충한 경기장과 체육시설 또한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해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 생활 체육시설로 재사용하는 것도 그 중 한 가지 방법. 조 교수는 “경기장과 체육시설을 365일 활용하기 위해서는 생활 체육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인프라의 향후 활용 방안을 해당 협회와 기초 지자체의 논의로 시작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탄생 할 것이고 국민들은 선수들의 순간, 순간들에 웃고 울 것이다. 16일 간의 여정을 통해 많은 금메달을 따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을 아시안게임의 성공이라 할 순 없다.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최국으로서 국민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아시안게임을 새로운 한류 전파의 창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빛나는 금메달만큼 더 빛나는 아시안게임의 성공을 기원한다.

 

 


박종관 학생기자 pjkk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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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미 사진기자 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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