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부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우승

"'우승 DNA'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올해로 48회인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대한야구협회에서 주관하는 전국 규모의 대회다. 대학 야구에서 내로라하는 많은 팀들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지난 4일 우리대학은 통산 7번째 우승을 거뒀다. 지난 1997년 이후 20년 만의 우승이라 어느 때 보다 더욱 값졌다. 김한근 감독이 이끈 우리대학 야구부의 우승 스토리는 유쾌했다.

 

결승전, 그 짜릿했던 기억

 

   


31개 대학이 출전한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우리대학 야구단은 서울대를 상대로 6:0 콜드 승, 경희대에 9:0 완봉 승, 중앙대에 7:0 콜드 승 등 큰 점수 차로 강호들을 차례차례 격파했다. 결승전은 동의대와 겨뤘다. 선취점은 동의대가 가져갔다. 1회 초 고성우 선수와 도태훈 선수가 볼넷으로 출루한 후 권유식 선수가 중전안타를 날려 선취점을 뽑았다. 이후 김달환 선수가 2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로 1점을 더했다. 하지만 이내 우리대학은 2회 말 권정웅(예체능대·경기지도 4) 선수의 내야안타와 소재환(예체능대·경기지도 3) 선수의 우전안타, 김태수(예체능대·경기지도 2) 선수의 내야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황현준(예체능대·경기지도 3) 선수의 좌전안타로 1점을 따라 붙었다. 계속된 공격에서 이재성(예체능대·경기지도 3) 선수의 2루수 앞 땅볼로 1점을 추가해 2-2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 계속된 기회에서 동의대의 실책을 틈타 2점을 뽑아 4-2로 전세를 뒤집었다. 우리대학은 실책으로 5회 초 1점을 내줬지만 더 이상의 점수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 대회에서 포수 권정웅 선수는 최우수선수상, 최채흥(예체능대·생활스포츠 1) 선수는 25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72점으로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3루수 황현준 선수는 수훈상, 우익수 소재환 선수는 타격상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대학의 팀타율은 3할 4푼 3리다. 올 시즌 프로야구 리그 평균 타율인 2할 9푼 1리와 비교해 보면 압도적인 공격력이다. 김 감독은 “감독을 처음 맡았을 때 목표가 3년 내에 우승을 하는 것이었다”며 “선수들이 생각보다 너무 잘해줘서 일찍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승전 당시 김 감독의 전술은 무엇이었을까.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작전 수행능력이 좋았던 것을 우승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김 감독은 “발이 빠르고 센스도 있는 우리 선수들의 강점을 이용해 희생 번트가 아닌 세이프티 번트를 사용한 것이 주효했다”며 “하계리그부터 성공률이 높아 자주 사용했다”고 말했다. 날씨도 한 몫 했다. 결승전이 우천으로 하루 연기된 것이다. 준결승 다음날이 결승전이었기에 준결승에서 선발로 나선 최채흥 선수가 다시 한번 출전할 수 있었다. 보통 프로리그 투수는 5일에 한번씩 선발에 나서고 선수층이 비교적 얇은 대학 리그에서는 그 간격이 더 짧다. 김 감독은 “최채흥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자책점이 0.72으로 최상의 컨디션이었다”며 “우천으로 하루의 여유가 생겨 결승전에 등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승전에서 최채흥 선수는 완투승을 따냈다.

 

경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다

 

   

6번 타자 소재환 선수는 타격상에 담긴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줬다. 타격 연습 때는 적중하지 않던 방망이가 실전에서는 스트라이크와 볼에 관계없이 잘 맞았다는 것이다. 소 선수는 “4강까지는 타격상 생각이 없었다”며 “결승에 올라와 첫 타석 안타를 치고 나서 ‘이거 욕심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스코어는 4:3이고 5번 타자 권정웅 선수와 타격상을 겨루는 상황이었다. 권정웅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서 공을 치자 동의대 3루수 도태윤 선수가 잡아 아웃시켰다. 소재환 선수는 ”도태윤 선수에게 내심 ‘잡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 타석에서는 상대 투수가 공을 쉽게 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중견수 뒤로 넘어가 3루타가 됐다”며 “나중에 벤치에 돌아와 감독님의 축하 인사를 들으니 실감이 났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다른 팀과의 경쟁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더 치열했던 것 같다”며 “오랫동안 우승을 못해서 우승 DNA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소재환 선수는 “경기를 거치면서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다”며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둘 것이다”고 말했다. 황현준 선수는 “진짜 결승전인지 실감이 안났다”며 “중압감 없이 경기에 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권정웅 선수는 “마지막 공을 잡으면서 스트라이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트라이크 사인을 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기뻐했다”고 말했다. 권정웅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 구단으로부터 신인 드래프트 6라운드에 지명 받았다. 권 선수는 “계약금을 받으면 야구부의 운동 시설을 교체해 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채흥 선수는 “결승 이전 경기에서는 경기가 쉽게 풀려서 그런지 전광판을 볼 때면 항상 8회, 9회였다”며 “하지만 결승전에서는 몸과 마음이 지쳐 그런지 3회, 4회에서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도 대학생이다


대학교 시절을 운동에 몰두한 학생의 입장에서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야구 선수들은 학적은 ERICA캠퍼스에 있지만 운동을 위해 서울캠퍼스에 머물고 있다. 당연히 수업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학업과 운동에 모두 욕심이 있었던 권정웅 선수는 “1학년 기초필수는 서울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전공수업들은 주로 ERICA캠퍼스에서 개설돼 듣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학생 선수들의 학업권 보장을 위해 조금 더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선수들은 시험기간에만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는 정도란다. 그런데 이마저도 선수들에게 부담이 된다. 권 선수는 “ERICA캠퍼스에 방문하면 하루 운동을 포기해야 할 만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또 선수로 입학했지만 도중에 진로가 흔들려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학생들도 간혹 있다고 털어놨다. 황현준 선수는 “체육부에 속해있지만 운동이 아닌 체육에 관련한 지식을 쌓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이들을 위해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희대는 선수들을 위해 저녁에 수업을 개설하기도 한다. 한편 소재환 선수는 다른 학과생들과 친해지지 못해 아쉽다며 얼굴을 붉혔다. 소 선수는 “체육부 학생들끼리만 수업을 들으니 타 학과 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없다”며 “혹시나 저희들이 일반 교양을 통해 모습을 보인다면 어려워하지 말고 다가와 달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구단으로 가는 정책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프로 구단에서 지명된 선수와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계약금 없이 프로팀에 입단하는 신고선수 제도를 통해 ‘저인망’ 식으로 학생들을 끌어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선수들의 미래를 생각해 달라는 것. 김 감독은 “지명 5번에서 10번 사이의 선수들은 프로 구단에 들어가고 몇 년 뒤에 다른 직업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이 경우 다른 직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야구 밖에 모르고 살았던 학생들이 야구를 그만두면 살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만약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무대에 진출한다면 대학 시절에 쌓은 인적 네트워크와 전공지식이 추후 진로를 탐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오르다


김한근 감독이 1975년 우리대학에 입학했을 때 당시 야구단의 실력은 대단했다. 어느 대회에 출전하든지 우승을 당연하게 여겼고 준우승을 했을 때는 야단 맞을 정도였다. 김한근 감독은 “다른 팀들은 우리대학 야구단 유니폼만 봐도 재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당시 전력은 전국 대학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야구단을 맡은 지 2년 차에 접어든 현재의 훈련 여건은 부족함이 엿보였다. 야구부는 대회 준비를 위해 주로 퇴계원에서 운동을 한다. 그런데 문제점은 왕복 2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하지만 이마저도 체육부에 할당된 2대의 차량으로는 원하는 시기에 맞춰 훈련을 하기에도 한계가 따른단다. 이는 자연스레 연습량 부족으로 이어진다. 최채흥 선수는 “연습량은 대회에서 발휘되는 자신감과 직결된다”며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주눅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운동장이 있어 원하면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야구부가 대운동장을 쓰면 다른 팀과 일반 학생들에게 공공의 장소를 뺏어 쓰는 듯한 미안함이 들어 연습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이 밖에도 예산 문제로 원정 대회를 떠나는 데도 부담이 따르고 야구 장비를 동문들이 운영하는 곳에서 지원받는 실정이다. 김 감독은 “필수적으로 드는 고정비용이 상당하다”며 “올해 성과로 앞으로 지원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감독 직을 내려놓을 때 좋은 팀을 완성시켜 차기 감독에게 넘기는 것이 지금의 신념”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야구단 전력 구축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신입생을 뽑는 과정에 감독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한정돼있기 때문. 김 감독은 “현재 선수를 뽑는 데 감독의 권한은 선수들에게 응시 권유 정도 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우리 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선수가 지원했더라도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형국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실질적으로 팀을 꾸려가는 감독의 대내외적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뛰어난 선수들의 지원을 막고 나아가 학생들이 지원을 꺼려하는 굴레가 만들어질 수 있다. 김 감독은 “차트화된 기록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따른다”며 “선수들의 가능성을 판단해 뽑을 수 있는 전문가의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어려움을 뒤로한 채 오늘도 학교의 명예와 자신들의 꿈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 우리대학 야구단, 나아가 체육부 전체의 건승을 빈다.

 

 

최슬옹 학생기자 kjkj346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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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요진 사진팀장 loadingma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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