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삼진(공학대 건축교통공학부)교수
20여 년 시민운동가에서교수로 변신한
교통시스템공학부 첨단교통연구실 임삼진 교수
교수를 꿈꾸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교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만큼 공부를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석사, 박사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대학강단에 서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수가 되기 위한 정규 코스를 밟지 않고 교수가 된 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교통시스템공학과의 임삼진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운수노조편집장, 녹색연합, 녹색교통연합 사무처장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임 교수는 지난 해 11월, 첨단교통연구실 연구교수로 부임했다. 그가 강단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위클리 한양이 그만의 특별함을 알아봤다.
시민운동가로서 대학 연구교수로서의 변신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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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학교측에서 교통과 환경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대학에 기여할 수 있는 면이 있다면 해 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솔직히 너무 기뻤다. 그땐 혹시라도 된다면 겸임교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근까지 하게 됐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거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대학과 사회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 그래서 교수가 사회참여라도 하려면 큰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한양대는 ‘열린 대학’이었다. 현재 산학연 클러스터를 야심 차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열린 분위기는 사회와 학교간의 상호역할이 한 쪽에 치우침 없이 서로가 잇닿아있음을 보여준다.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어떤 내용의 강의를 준비하고 있나?
교통정책론과 대중교통특강을 맡게 된다. 강의는 2005년도부터 시작하게 될 것 같다. 현재는 대학원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학생들이 열성적으로 임해 줘서 만날 때마다 젊어지는 느낌이다.(웃음) 앞으로는 교통도 휴머니즘에 기초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교통 분야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쪽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학적 시각에만 익숙한 경우가 있다. 자동차의 속도도 보아야겠지만 환경과 보행자 등 그 외적인 요소들을 볼 수 있는 눈 또한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워 주고 싶고, 그런 요소들을 고려해 강의를 계획 중이다.
시민운동가로서의 이력이 화려하다.
80년대 대학에 들어가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87, 88년은 급격한 사회변동의 시기였다. 노동자 대투쟁, 6월 항쟁 등으로 바쁘게 보냈다. 강제징집으로 군대를 다녀와 운수 쪽에서 일도 했으며 운수노보편집장까지 지냈다. 또 박종만추모사업회 사무국장, 서울노동운동단체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러던 중 MBC에서 서유석 씨가 진행했던 ‘푸른신호등’에서 교통에 대한 방송을 처음 맡게됐다. 피디들이 나를 잘 봤는지 1주일에 한 번 씩 몇 년간을 했다. 당시는 교통수단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이었다. 자연히 방송준비를 위해 외국 자료를 봤다. 그러다 보니 그 분량이 책 한 권을 낼 정도에 이르렀다. 90년 무렵에 나온 ‘교통부 장관 귀하’ 라는 책이 그 결정본이다. 그 후 91년에 유럽으로 떠나게 됐다. 교통과 관련해 더욱 공부하고자 하는 욕심과 함께 삶에 대한 방향을 찾기 위한 장소로서 택한 곳이었다. 그 곳에서 운명적으로 ‘녹색’을 만났다. 존 버튼의 ‘녹색사전’과 유럽 좌파들의 ‘녹색대안’을 읽으면서 녹색이 시대의 흐름임을 깨달았다. 귀국 후에는 녹색교통운동과 녹색연합 등에서 활동했다.
‘녹색운동’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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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생각하는 분들은 남들이 내지 못하는 바른 소리를 냈다며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권력화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다. 시민운동이 대안 없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그 목소리 안에 담긴 ‘뜻’이다. 시민단체들은 주변의 목소리를 듣고 직관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 그들에게 무조건 대안을 내놓으라고 할 것인가?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전문가들의 반응은 좀 더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다. 최적의 대안 속에도 약점은 있고 최악의 대안이라도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서로가 상호 협력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나라의 교통정책들은 지나치게 도로 위주로 짜여있다. 대중교통이나 환경부문투자 등에 관한 것들은 거의 없다. 또 철도나 버스와 같이 서민들이 애용하는 교통시설에 대한 투자비용이 낮다. 특히 버스의 경우는 좌석구조에서부터 후진적 구조이다. 이렇듯 돈 안 되는 교통수단을 없애거나 불편하게 만들 경우, 노약자나 어린이들의 사회 참여권과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빗을 것이다. 버스시설을 좋게 한다고 해서 버스회사가 돈을 버는 것인가?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서울시내에 1킬로미터의 길을 뚫는데 1000억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돈을 쓸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에 투자해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시민운동은 계속되나?
물론이다. 연구교수로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시민운동은 평생 해야 할 일이다. 지속적으로 공부하면서 그 동안 경험으로 쌓아왔던 것들을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싶다. 또 녹색 한국과 관련한 책을 마무리 할 것이다. 항상 열심히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
사진: 노시태 학생기자 nst777@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