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 전쟁` 관련 서적 펴낸 최문형 명예교수
'국제관계로 본 러·일 전쟁과 일본의 한국병합' 펴낸 최문형 교수
러·일 전쟁 발발 100주년,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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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 일 전쟁이 발발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올해, 일본과 러시아에서는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본의 경우, 극동 지역으로 세를 확장하려던 러시아에 맞서 싸운 자위전쟁이자 온 국민이 일치 단결해 유럽 최대의 육군 국가를 무찌른 국민 전쟁으로 러 · 일 전쟁을 평가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극동으로의 진출은 어떤 침략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었으며 일본의 기습 공격과 혁명 등으로 복잡했던 국내 사정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일본을 격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러 · 일 양국의 시각은 지나치게 자국 중심주의적 해석이라는 주장이 국내 사학계에서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우리 역사를 세계사적 맥락에서 조명하는 작업을 진행해 온 최문형(인문대 · 사학과)명예 교수는 "러 · 일 전쟁을 단순히 러시아와 일본간의 싸움만으로 한정해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제 관계로 본 러 · 일 전쟁과 일본의 한국병합(이하 국제관계...)'이라는 새 저서를 통해 러 · 일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최 교수를 위클리 한양에서 만나봤다.
이번 '국제관계...'를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러 · 일 전쟁 100주년을 맞이해 러시아와 일본 모두 이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들의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 지나치게 자국 중심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엄연한 침략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러 · 일 전쟁을 '일본을 빛낸 국민의 전쟁'으로 해석하려 한다. 이러한 논리는 결국 러 · 일 전쟁을 러시아와 일본간의 싸움으로만 한정시켰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제대로 된 러 · 일 전쟁의 의미와 우리 역사에 끼친 영향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일본이 차지하려던 한반도와 만주, 그리고 이를 둘러싼 당시 제국주의 열강들과의 다양한 국제 관계로 시각을 확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관계...'를 쓰게 됐다.
러 · 일 전쟁이 단순히 러시아와 일본만의 싸움이 아니라고 했는데 왜 그러한가.
당시는 이미 제국주의 열강,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대부분을 식민지화 한 상황이었고 남은 곳은 한반도와 만주의 동아시아 지역 밖에 없었다.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벌인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뒤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일본의 배후에는 미국과 영국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전쟁 초기부터 개입했다.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를 했지만 미국과 영국의 자본과 도움이 없었다면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결국 러 · 일 전쟁은 러시아와 일본간의 문제를 넘어 개전과 동시에 전쟁터가 되고 종전과 함께 식민지가 된 한반도와 청나라, 서로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고 이해를 따지던 영국 · 미국 · 프랑스 · 독일 제국주의 열강의, 이 8개국 간에 벌어진 소규모 대전이자 1차 세계대전의 '오픈 게임'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와 만주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얽히고, 설킨 국제 관계 속에서 러 · 일 전쟁이 진행된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로 한국적 시각에서 러 · 일 전쟁을 바라본 점이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각에서 러 · 일 전쟁을 바라본 연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제관계...'를 통해 우리의 시각에서 본 러 · 일 전쟁을 살피는데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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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국제관계에서는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지만 현재 일본을 비롯한 각 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구를 보면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많다. 일본의 경우 자신들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시각에서 이 전쟁을 연구했을 뿐 당시 러 · 일 전쟁에 관여한 8개국의 관점을 살펴보려는 시도가 없다. 또한 제국주의 열강과의 관련 속에서 러 · 일 전쟁을 다룬 연구도 현저히 부족하며 침탈의 대상이 된 한반도와 청나라의 시점을 다룬 결과도 없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국제관계 시각에서 러 · 일 전쟁을 거시적이고 종합적으로 연구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러 · 일 전쟁을 한층 명확히 정의하고자 했다.
셋째, 러 · 일 전쟁 이후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는 과정을 각 단계마다 국제 관계를 바탕으로 밝혔다. 1905년 포츠머스 강화 조약에서 이미 일본은 한국의 보호권을 얻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국을 병합한 것은 1910년이 되어서였다. 그렇다면 그 5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는 결국 당시 열강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야만 하는 문제였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없었다. 따라서 국제관계의 관점에서 일본의 한국병합 과정을 단계적으로 살피는데도 힘을 쏟았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여러 주변 강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왔다. 우리는 러 · 일 전쟁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나?
한마디로 세계 정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올바른 인식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한국은 세계 정세에 너무나 둔감했다. 열강들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이것이 결국 열강의 먹이 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우리 현실을 이해하고 객관적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문호 개방(개국) 이후의 한국사가 우리의 의지만으로 결정된 것이 아닌, 국제 관계에 의해서 진행되어 왔다는 점을 상기할 때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보는 필수다. 잘 알지 못해서 당해야만 했던 러 · 일 전쟁 속의 우리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 오늘날의 4강 체제 속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 한다.
연구의 어려움은 없었나.
러 · 일 전쟁과 연관된 8개국의 관계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또 특정 사건이나 문제에 대한 관련 열강 모두의 정책과 입장을 다 다루어야 했기 때문에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랫니가 제대로 성한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온 몸으로 써야만 했던 책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힘이 닿는데 까지 저술활동을 계속하고 싶다.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 관한 서적을 구상 중에 있다. 이 일이 끝나면 그 동안 못 읽은 책들을 보며 소일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