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방법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 주목, 오준영 조교수(기초융합교육원)
과학교육을 위한 갈릴레오의 유산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당시 진리로 여겨지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의 과학적 전제, 천동설을 부정하고 새로운 과학적 사고의 틀을 구성하여 지동설을 입증해 냈다. 돌이켜보면, 인류사에 길이 남은 과학적 연구들은 기존의 가정이나 전제를 부정하며 탄생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 교육은 기존 사고의 틀을 깨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갇힌 사고에서 새로운 이론이 등장할 리 없다. 과학사와 과학철학 연구를 통해, 과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오준영 조교수(기초융합교육원)를 만나봤다.
갈릴레오(Galileo Galilei)의 사고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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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史)를 살펴볼 때, 갈릴레오 갈릴레오는 상식적인 수준의 고대 과학과,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현대 과학의 중간지점에 존재한다. 고대과학과 현대과학의 갈림길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됐던 갈릴레오는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목성의 4대 위성을 발견한 것은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이는 단순히 위성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위성의 존재는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주장하는 주요 근거로 사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갈릴레오가 목성의 위성을 발견한 것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갈릴레오가 목성의 위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 당시에 일반적이던 지구 중심적 사고, 즉 천동설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성 주위의 별을 유심히 탐색한 거죠.”
갈릴레오는 목성의 위성에 대해 관찰함으로써 어떻게 지동설을 주장할 수 있었을까? 천동설이 지배적인 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중세에, 지동설에 대한 강력한 반론 중 하나는 “만약 지구가 공전하고 있다면, 달 또한 지구가 아닌 태양에 의해 공전하고 있을 것이다. 천체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기 때문에 달이 태양에 이끌리지 않고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목성의 위성을 관찰함으로써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또한 달과 같은 위성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했고, 이는 결국 지동설을 주장할 수 있는 논리적 토대가 됐다.
사고의 틀에 갇히지 않는 교육을 위해
오 교수의 약력은 다소 특이하다. 과학교육 학사, 천문학 석사, 과학기술협동과정 이학박사, 물리교육 박사 등 다양한 학문을 두루 섭렵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학문을 과학교육방법연구와 직관적으로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다. 오 교수는 사실 연구보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사범대에 진학했고, 한때는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물리를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국립사범대를 졸업한 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본격적으로 과학교육방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과학교육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죠. 보다 본질적인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천문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단순히 정형화된 틀 안에서 연습문제를 풀도록 하는 교육보다는, 열린 사고를 지향하는 교육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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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수는 과감한 가정에 의해 기존의 틀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의 습득을 주장한다. 최근 창의적인 과학교육방법론 개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그의 연구는 과학철학, 과학사와 과학교육 그리고 자연과학에 이르기 까지 포괄적인 범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들은 대부분 국제학술지에 게재되고 있으며, 진행하는 연구마다 외국 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연구들이 진행 중이지만 오 교수가 중점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탐구모형에 관한 것이다. 갈릴레오는 기존의 관점을 뒤집는 자신의 가설에 대해 이론적 믿음을 갖고 관찰에 임했고, 결국 다수의 증거를 확보하여 자신의 논리를 증명해냈다. 이 같은 탐구 방식을 ‘이론 의존적 관찰방법’이라 한다. 이 방법은 현대 과학자들도 사용하고 있지만, 갈릴레오가 사용했던 방식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갈릴레오는 진리로 여겨지던 기존 이론(천동설)을 부정하고, 자신의 믿음(지동설)에 따라 관찰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현대과학의 경우 너무나 전문화, 고도화 됐기 때문에 사실상 연구를 수행하는 학자 또는 학생들이 그러한 이론적 전제를 부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갈릴레오처럼 틀 자체를 전환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미 만들어진 틀 속에서 모형을 정교하게 다듬으려는 노력만 가하고 있죠.” 오 교수는 이런 한계에 주목하여, 갈릴레오의 탐구모형을 실제 학생들의 교육에 적용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김유신 교수와 함께 연구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탐구모형에 관한 논문(Galileo's Discovery of the Moons Orbiting Jupiter Based on Abductive Inference Strategies)은 세계적인 과학·기술·의약 분야 전문 출판사인 [springer]의 인기 있는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이 연구는 최근 4년간 [ssci]저널에 4편, [scopus]에 4편, [springer]의 'book chapter'에 3편이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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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을 위한 갈릴레오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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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축적된 과학 이론들과 전제들을 모두 부정하고 새로운 틀을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구축돼있는 틀 안에서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과학 이론의 발달을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과거의 이론적인 틀로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확고한 진리로 여겨지는 전제라 할지라도, 시대에 맞게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사고의 틀을 제약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오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과학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과학교육은 고정된 사고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존의 틀을 배우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틀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도 필요해요. 하지만 우리 교육은 기존의 틀에 대한 연습, 즉 문제를 많이 풀게 할 뿐 실제로 그 문제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방식의 교육은 없죠. 이런 방식의 교육이 학생들의 사고를 한정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오 교수는 보다 진보된 과학 교육을 위해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강조했다. “현존하는 과학연구의 틀을 버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존의 틀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과학 이론과학 철학이 변화해온 과정을 알아야 현재의 틀에 국한되지 않은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맥락에서 과학사와 과학 철학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력 및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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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영 한양대 교수는 공주사범대학 과학교육과(지구과학교육) 이학사, 연세대학교 (현)천문우주학과 천문학 이학석사, 부산대학교 (현)과학기술학협동과정 이학박사, 단국대학교 물리교육 교육학박사학위를 취득해 자연과학, 과학철학, 과학교육 등 여러 학문을 융합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왔다. 현재 한양대학교 기초융합교육 조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최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제4회 세계과학관심포지엄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정우진 기자 wjdnwls@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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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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