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교육위원회 이상욱(인문대 철학과) 교수
과학철학교육위원회 이끌어가는 이상욱(인문대·철학과)교수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인문·사회학적 성찰 필요해"
이공계 학생들과 인문계 학생들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인문계 학생들은 이공계 학생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며, 이공계 학생들은 인문계 학생들이 뭘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흔히 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로의 지식과 배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대서 비롯되는 해프닝이다. 수십 년 간 계속되어온 이런 오해를 풀어주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책이 출판돼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과학철학교육위원회에서 편찬한 ‘인문사회계 학생을 위한 과학 철학의 이해’가 그것이다.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라는 책에 이어 ‘인문사회계 학생을 위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라는 책을 잇따라 편찬한 과학철학교육위원회의 이상욱(인문대·철학) 교수를 만나 인문사회계와 이공계간의 화해와 상생의 해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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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학생을 위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라는 책에 이어 “인문사회계 학생들을 위한 철학적 이해”라는 책이 출판됐는데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라는 책이 ‘이공계 학생을 위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와 ‘인문사회계 학생을 위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라는 책으로 나눠진 것이다. 이는 처음의 기획에 따른 것이다. 이공계 학생들과 인문사회계 학생들의 요구나 관심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책을 분리해서 출판하게 됐다. 이공계 학생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전공의 내용이 사회적 맥락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인문사회계 학생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우리나라 전통과학에 대한 부분들에 더 관심을 가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공계 학생들과 인문사회계 학생들의 다른 관심과 요구들을 수용한 것이다. 책의 구성에 있어서 전체 내용의 70퍼센트 정도는 공통된 내용이다. 이는 과학기술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특성에 맞춰, 30 퍼센트 정도 구성의 차이를 뒀다.
출판된 책들이 가지는 의의가 있다면 무엇인가?
일련의 출판 도서들은 과학기술을 특정시각(철학적 시각, 역사적 시각, 사회적 시각)으로 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배경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연구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됐다. 이러한 작업은 인문사회 분야와 이공계분야의 과학기술에 대한 배타적 이해의 추구가 아닌, 다양한 지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문사회계 학생들이 과학기술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이공계학생들이 과학기술이 가지는 인문사회학적 함의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이 두 책은 상호 배타적인 책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책으로 보는 것이 옳다.
또한 과학기술에 대해 이렇게 포괄적으로 기술하는 것 자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다. 기존에 출판된 책이 없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형식이나 내용들이 없어서, 어느 범위만큼 어떤 내용들을 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하나의 이정표를 새웠다는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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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철학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
과학 철학을 은밀히 말하면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 혹은 과학기술들을 철학적 분석도구로 분석하는 의미인 과학철학과 과학기술을 사회적, 윤리적, 역사적 시각으로 조망하는 과학철학으로 구분될 것이다. 후자가 더욱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내가 연구하는 분야이며, 현재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과학철학의 개념이다. 하나의 단선적인 시각이 아닌 다양하고 포괄적인 시선을 가지고 과학기술을 보고, 과학기술의 다양한 측면들을 분석하고, 전체적인 이미지를 형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학문이다.
과학철학에 대한 수업을 국내에서 처음 개설한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영미나 유럽의 대학 교육에 비해 편협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각 분야의 전문가를 생산해서 최단시간에 그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간형을 교육하는 것을 대학교육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과와 문과라는 구분이 심화되고 있다. 폭넓은 생각을 가지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 수 있고, 양 영역과 생산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즉, 상대방의 관점에서 서로의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싶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은 어느 한 영역에 속하는 문제가 아닌 서로의 영역에 해당되는 복합적인 문제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영역에 대한 지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나라는 몇몇의 과학기술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휴대폰기술, 반도체기술,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도로 발전한 기술력과는 달리 과학기술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성찰은 선진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나는 이러한 과학기술들을 사회, 문화적으로 고찰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문과 이과의 구분을 뛰어 넘어 서로의 영역에 대한 생산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라는 수업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진행하려고 한다. 현재는 이공계 1학년생만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인문사회계 학생들을 위해서도 강의를 개설해 나갈 것이다. 다음 학기부터 각 단과대에 하나의 강좌 정도를 개설해 인문사회계 학생들에게 공감대를 마련해 나가면서, 형성된 공감대를 토대로 수업 수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사진 : 김충일 학생기자 bole1@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