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체급 개인전 우승 등 역대 최고 성적 달성
"동아시아 유도선수권 대회 정조준 중"
유도선수의 귀는 마치 수제비처럼 모양이 제각각이다. 상대방의 어깨 위에 얹힌 몸이 거꾸로 뒤집힌 채 눌리고, 발기술에 걸려 패대기 처져 짓이기고, 목을 졸린 상태로 바닥에 쓸리면서 귀의 모양이 제멋대로 변한 탓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표정은 밝다. 그들 모두 하나의 열정으로, 하나의 꿈을 향해 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유도부는 6년 만에 춘계 전국남녀대학유도연맹전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고, 세 개 체급의 개인전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작지만 강한 힘, 유도부의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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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는 부드러울 유(柔) 자와, 길 도(道) 자를 써, 서양에서는 '온화한 길(Gentle Way)'라고 풀이되는 스포츠다. 이는 상대를 직접 타격하지 않고, 다른 기구 없이 맨손과 맨발을 이용하여 넘어뜨리기, 메치기, 누르기나 조르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이름이다. 우리대학 유도부는 현재 14명의 학생들이 모여 훈련에 땀을 흘리고 있다.
2015년 춘계 대학 유도연맹전에 출전한 유도부 학생들은 -81kg급, -100kg,급, +100kg급에서 1위에 올랐다. 대학별로 주요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춘계 대회에서 용인대학교를 꺾고 6년 만에 단체전 우승을 한 것도 고무적. 전 해의 춘계 대회에서 유도의 맹아 자리에 오른 용인대와 한국체육대학이 모든 체급에서 1위 자리를 모두 차지한 것에 비해 큰 성과를 올린 셈이다. 이번 대회의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기도 한 권영우 유도부 감독(체육.00)은 "용인대의 학생수와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라고 성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용인대학교는 오랫동안 유도의 강자로 자리해왔습니다. 오랜 역사나 성과뿐 아니라 당장의 학생 수만 비교해봐도 규모의 차이를 알 수 있어요. 용인대에서 한 해에 뽑는 유도부 학생의 수는 연 백 명을 넘습니다. 반면, 현재 우리대학 유도부의 학생 수는 그의 반의 반도 되지 않아요. 적은 수로 이룬 성과임을 생각하면 보다 값진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권 감독은 이번 대회가 다가오는 6월에 열리는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의 국가대표 선발전임을 설명했다. "각 체급별로 1위에 오른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국가대표로 선발 됐습니다. 앞으로 국가대표 선수촌이 있는 태릉에 가서 훈련을 할 예정이에요. 각 나라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해 유도 실력을 겨루게 되는 대회인 만큼, 우리 대학 학생들 역시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출될 때까지,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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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계 대학유도연맹전에서 1위에 오른 세 명의 학생들이 있다. -81kg급의 임주용(예술체육대·체육 4), -100kg급의 김현철(예술체육대·체육 4), +100kg급의 정진형(예술체육대·체육 2) 씨가 그 주인공이다. 세 선수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유도를 해와 경기장을 10년 이상 구른 경력자들. 정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유도를 시작해서 이제까지 많은 대회를 나가봤지만 그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라고 대회가 갖는 의미를 밝혔다. 우승이 결정된 순간에 대해 기억나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이겼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기쁜 마음이 들었던 것 밖에 생각이 안 나요. 대회에 출전하고, 우승으로 국가대표로까지 선발되어 기쁩니다." 대회에서 한판승(상대 선수를 메쳤을 때, 누르기를 30초 동안 눌렸을 때, 꺾기나 조르기로 상대를 제압했을 때 승리가 선언되는 것)을 거둔 김 씨는 그간의 노력과 어려움에 대해 설명해줬다. "체육부실에서 모든 학생들이 합숙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유도부는 가족 같은 분위기라 함께 사는 일은 힘들지 않아요. 대신 우리대학 체육부는 운동 뿐 아니라 수업도 임해야 하기 때문에 둘을 병행하는 게 쉽진 않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는 김 씨는 "잠이 부족하다"며 웃었다.
임 씨는 동아시아 대회 출전에 큰 포부를 갖고 있었다. "이번 동아시아 대회 출전으로 제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습니다. 이번 대회를 기반으로 해서 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 꾸는 임 씨의 표정에 힘든 연습에 대한 불만은 보이지 않았다.
200여 동문들의 도움, '한양대학교 유도부'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을 위해
12일 열린 유도부 총동문회에는 그간 유도부를 거쳐간 동문들과 재학 중인 학생들이 만남을 가졌다. 총동문회장인 김형익 동문(체대.80)은 학생들의 성과에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후배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어 기쁜 마음입니다. 또 유도는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대물림 되는 경험이나 노하우가 중요한 스포츠입니다. 동문이기도 한 권 감독의 공도 컸습니다." 200여명에 달하는 유도부 총동문회는 신입생과 졸업생을 위한 총동문회와 연말에 열리는 모임을 통해 유도부의 맥을 이어가는 중. 김 동문은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동문들 간 돈독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한편 재학생들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렸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현재 재학 중인 선수들을 위한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문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해 조금씩 돈을 모은 결과죠." 이 날 역시 춘계 대학 유도연맹전의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총동문회의 장학금 전달식이 있었다.
유도부는 지난 2013년 체조부, 육상부와 함께 해체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문들을 포함한 체육계 인사들이 발을 벗고 나서 존속에 목소리를 보태 위기에서 벗어났다. "여타 구기종목이나 단체종목과는 달리 개인 종목은 존속 자체가 위협을 받는 순간이 있습니다. 2013년 당시 임덕호 총장님을 포함한 학교측과의 면담을 통해 폐부는 면하게 됐습니다만, 아직도 체육부의 존속이 보장된 것은 아니죠." 김 동문은 과거 유도부의 모습을 회상하며 현재의 아쉬움을 밝혔다. "제가 유도부에 입부했던 80년에는 초기에 7명 정도의 부원들이 있었습니다. 7명의 부원으로는 체급별로 선수가 다 나가지도 못했지만, 모두 최선을 다 해 이기자는 뜻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한양대학교 유도부'라는 이름이 무척 자랑스러운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대학에서는 과학경시대회나, 각종 창업 공모전에 입상한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비록 비인기 종목이라도 우리 대학의 마크를 달고 당당하게 시합에 임하는 학생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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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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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