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광장과 호수공원

 에리카 캠퍼스에는 빈 공간도 이름이 있다. 복지관 앞의 광장은 '민주광장'이고 도서관 옆 공터는 과거에 번개가 쳐서 비닐하우스가 불탔다고 해 '번개공원'이다. 공간은 이렇게 이름과 함께 그럴싸한 유래도 있다. 학교의 정문에 기울어진 건물 두 개를 비롯한 공간은 ‘아고라 광장’이라고 부른다. 이런 공간들보다 학생이 더 많이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이름은 잘 모르는 공간이 있다. 학교 정문, 횡단보도를 건너면 나오는 천막과 트릭아트의 공간, 바로 '안단테 광장'이다.


안단테 광장은 안산이 안산 대학동 문화거리를 조성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공간이다. 대학동이라는 공간을 학교 앞 GS25시 맞은편의 석판으로 설정해 놓고 이곳에 천막을 치고 무대를 설치한 뒤 트릭아트를 그렸다. 이 공간에 갖추어놓은 것은 무척이나 많다. 배전반부터 각종 음악장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이다. 안산시는 이 공간을 '안산의 홍대 버스킹 거리'처럼 만들려고 했었다. 이러한 기치에서 공간을 좀 더 활용해보고자 욕심냈던 프로젝트가 현재 4회까지 진행되었던 '안단테 프로젝트'이다.

 

   

 

 

   
 


첫 번째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4회 안단테 프로젝트 준비 사진이고, 두 번째 사진은 2013년도에 있었던 1회 안단테 프로젝트의 모습이다.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자유와 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안단테 광장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 사실 버스킹이라는 것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갖춰져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문화였고 이러한 문화를 '공간'적으로 갖춰진다고 이러한 변화가 바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계속되는 안단테 프로젝트의 행사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버스킹 문화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지점이다.


지금 이 공간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최근 에리카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는 이 공간에서 이어지는 주거 거리까지, 고성과 고음, 주정 섞인 고함들에 대한 성토성 글이 몇 차례 올라왔다. ‘기존에 주거적인 공간으로 술집의 분위기가 싫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왜 술집 공간이 생기면서 내 주거권이 침해받아야 하는가’ 하는 논란. 그렇다. 지금 이곳은 소음으로 인한 문제적 공간이다.


안산시는 이러한 소음의 공간을 예상이라도 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곳이 진정 버스킹의 공간이 된다면 음악적인 것을 소음이라고 할 수 없을까? '음악'과 학교 앞 거리를 왜 연결하려고 했을까?


이것은 대학가에서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환상, 그리고 이 환상을 실현시켜주는 '호수공원'의 존재로 이어진다.

 

   
 


에리카는 타 학교와는 달리 호수공원이 두 곳 존재한다. 습지생태공원은 그 자체로 습지가 있는 자연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식의 공간이다. 수많은 야생 조류들이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가며 여름에는 연꽃이 만개한다. 그에 반해 호수공원은 인공적인 산물이다. 무대가 있고 건축물이 있고 분수가 쏘아진다. 하늘을 향해 원을 그리는 연꽃의 모습과 쏘아지는 분수의 모습은 일견 비슷하고 대조적이다.


중앙의 호수공원에서는 날씨가 좋아지면 나와서 바람을 즐기고 햇살을 맞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저녁이 되면 술과 주전부리를 가져와서 분위기를 즐기는 학생도 많다. 이 같은 모습은 에리카에서는 일상이지만 다른 학교의 학생들에게는 독특한 문화적 공간이기도 하다. 버스킹을 할 수 있고 바깥에서 잔디밭에 앉아 모여앉아서 술을 한 잔 걸칠 수 있는 곳. 그러한 공간적인 이미지는 과거 ‘대학가의 낭만’이라고 부르던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학교 건물들의 배치는 이 중앙의 복지관과 호수공원을 둘러싸고 있다. 양귀비 꽃밭이나 습지생태공원, 본관 뒤편의 잔디밭이나 민주광장 등 다른 조경적인 공간이 수업적인 동선 바깥에 위치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호수공원의 지리적 위치는 무척이나 독특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버스킹이나 이렇게 머릿속에서 그리기만 해놓은 대학가의 낭만적 이미지를 소비하는 건 의미가 깊다.


취업과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청춘들의 표상이자 대학가의 삶 자체는 결국 일상이다. 도서관과, 총학생회와, 학생식당과, 공학대학의 건물과, 체대의 체육관과, 동아리건물 사이에 있는 그 기묘한 배치는 일상과 낭만을 합치시킨다. 이곳에서 우리는 노래를 소비하고 음악을 즐기며 여유를 즐기는 동시에 우리가 그려왔던 대학교 생활과 우리의 현실적 대학교 생활을 병렬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상에서 이곳에서 일어나는 여유와 음악은 에리카 전체의 문화로 진화하지는 못할지언정 ‘쉬는 시간’ 동안의 여유는 우리가 그렸던 대학교 시절의 여유, 그 머릿속에서 가득했던 낭만의 시간으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대학교의 낭만’ 같은 추상적 이미지는 하나의 행위나 대상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통기타를 들고 언제나 즐겁게 즐기던 모습, 캠퍼스 커플로 학교를 거닐던 모습, 잔디밭에 누워서 낮잠 자는 모습, 그 여유와 문화적 공간이 따라온다.


호수공원이나 민주광장에서 이렇게 앰프를 들고 버스킹하는 사람들, 또는 어설픈 실력이나마 기타 하나를 들고 먹을 걸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런 문화적 속성 탓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음악적 분위기와 열망을 학교 바깥까지 끌고 나와서 대학동이라는 문화로 만들려고 했던 시도가 아닐까.
상권과 학생, 그리고 대학동의 주민은 공간적으로 공유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삶의 스타일이 분리되어 있다. 그러한 분리를 이어주기 위해 교내의 ‘학생’들의 공간을 ‘주거민’들이 있는 곳까지 끌고 오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음악이었던 것이고.


그러면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다른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대학동은 주민과 학생과 상권이 함께 하는 곳이다. 그리고 저런 음악적 확대는 학생과 주민의 연결점을 찾는 행동에 더 가깝다. 상권까지 연결된 행동은 없을까? 다음 2번 칼럼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학교 앞에서 이러한 문화적 움직임을 계속 시도하는 술집 <감성포차 허구헌날> 에 대한 것이다.

 

 

 

 

[1. 소리와 에리카]에리카 캠퍼스에는 빈 공간도 이름이 있다. 복지관 앞의 광장은 '민주광장'이고 도서관 옆 공터는 과거에 번개가 쳐서 비닐하우스가 불탔다고 해 '번개공원'이다. 공간은 이렇게 이름과 함께 그럴...

Posted by 한양대 ERICA 다 찍어드립니다. on 2015년 4월 29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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