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캠퍼스 18일부터 '별꼴', 서울 캠퍼스 19일부터 '心身풀이'

'단순 관람문화에서 벗어나 참여를 통한 대동의 장으로'

 

 캠퍼스의 낭만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 대동제. 올해도 어김없이 5월 대동제(大同祭)가 찾아왔다. 푸르른 캠퍼스 곳곳에는 각 학과, 동아리, 소모임에서 준비하는 행사로 다채롭고 활기찬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서울 캠퍼스는 ‘心身풀이-마음과 마음을 풀어, 하나로 엮어 가는 5월 대동제’(이하 ‘心身풀이’)라는 주제로 18일의 전야제를 시작으로 21일까지, 안산캠퍼스는 ‘별꼴’이라는 주제로 17일의 전야제를 시작으로 20일까지 대동제의 열기로 채워진다. 하지만 대동제의 화려한 시작과 달리 그 끝은 초라하게 막이 내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뜨거웠던 열기만큼이나 차가운 냉기 속에서 대동제가 치러질 수 있는 것이다. 대동제의 필수요건인 ‘참여’와 ‘대학문화’가 빠진다면 말이다.

 

   
 

새로운 축제, 대학 문화를 위하여

 

 안산캠퍼스 총학생회는 이번 별망제를 ‘학교와 학우들의 문화를 다양한 공간에서 소속에 관계없이 즐기는 것’으로, 서울 캠퍼스 총학생회는 ‘心身풀이‘라는 주제처럼 ‘마음과 마음을 풀어, 하나로 엮어 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양 캠퍼스의 대동제 기획자 모두가 대동제를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로 어울리는 장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것은 대학의 축제가 ‘대동제’라고 불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 캠퍼스의 축제 기획자들은 이러한 대동제의 본질에 걸맞은 행사를 포함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心身풀이’의 기획단장인 서울캠퍼스 부총학생회장 이기석(공과대·도시공학4)군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문화의 위기라고 하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대학문화 생산은 중요하다’고 밝히며 ‘心身풀이’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맞는 문화코드를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획의도를 살리고자 서울캠퍼스 축제 기획단은 그 동안 주점으로만 채워졌던 애지문 앞을 문화의 거리로 지정해, 지하철 문화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진행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한편 안산캠퍼스는 문화적인 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3대 3 농구대회, 단과대 대항 구기대회 등 다채로운 체육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양 캠퍼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문화생산과 참여의 장으로서의 축제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이 훈(사회대·관광학부)교수는 “더 이상 대학 문화, 대동제가 사회문화를 이끌어가지 못한다”고 언급하며 “이는 대학문화 즉 대동제가 균형감을 잃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대동제의 수많은 행사들이 기존 질서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아닌 대중문화와 같은 오락성과 상업성에 기반한다는 것. 이는 학과나 동아리, 소모임 중심의 문화전시의 장이 아닌 주점중심의 축제문화 속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 없는 축제는 가라!

 

   
 

 양 캠퍼스 모두 다양한 문화공연과 다채로운 행사들로 3일 간의 축제기간이 채워졌다. 서울 캠퍼스는 개막제인 휴(休), 지식in 100:100 미팅, 움직이는 아름다운 가게, 한양 가요제, 드림팀 ‘달려라 한양’등의 행사와 전통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한양 장사씨름대회, 전통혼례, 한양 과거제가 실시된다. 한편 안산캠퍼스는 퓨전콘서트, 중요무형문화제 공연, 민속 운동회, 기숙사 오픈 하우스, 3 ON 3 농구대회, 단과대 대항 구기 대회, 별망장터등이 총학생회 준비단 차원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대동제가 펼쳐지기 전, 학생들의 관심사는 ‘나는 이번 대동제 때 무엇을 할까?’가 아닌 ‘이번 대동제는 연예인 누가 올까?’, ‘무슨 행사들이 재미있을까?’에 집중돼 있다. 전동욱(공과대·기계공학4)군은 “직접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나를 표현할 행사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개막제, 한양가요제는 참석해서 구경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상회(법대·법학3)군 역시 “작년까지는 주점에서 일했지만, 이번 축제에는 가요제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대부분 해당하는 것으로 자칫 다양한 참여행사들이 속빈 강정이 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채로운 행사 속에서도 독자적인 대학 축제문화와 참여가 없는 ‘풍요속의 빈곤’ 현상에 대해 조흥윤(국문대·문화인류)교수는 “한국 대학의 역사적,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그동안 대학 당국이 축제의 의미를 몰랐으며, 축제의 기획을 맡아 온 학생회 역시 축제를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는데 이용했다는 것.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일반 학생들이 식상함을 느꼈으며 결국 참여의 문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 축제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하며 “대학을 취업을 위한 전문 단체로 여길 것이 아니라, 학문과 깊이 있는 고민, 낭만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동제, 너, 나 아닌 우리가 만드는 축제

 

   
 

 그렇다면 대동제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할까?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축제에서 개인이 느끼는 만족은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때 가장 높다”면서 “가요제나 연예인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노래, 그림들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축제의 참 뜻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행사를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선 참여가 있을 때 축제는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된다는 것.

 

 이번 대동제는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참여로 축제의 의미를 살려가는 가능성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별망제의 민속운동회에 참가한 김 연(국문대·국문 3)양은 “줄타기등과 같은 무형문화재를 관람하고,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직접 참여한 문화행사에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번 축제에서 탁구대회를 주최한 오렌지볼의 백돈규(공과대·전자전기공학2)군은 “탁구대회를 주최하고, 직접 선수로 참여하여 많은 사람들과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이렇듯 학생들이 단순히 축제의 구경꾼이 아닌 같이 만들어가고 참여하는 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대학 축제가 보다 축제다워지게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대동제 기간만큼은 취업과 학점, 생활비 걱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놀이를 통해 일탈과 해방 그리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이 대학생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구성원들이 작은 부분이라도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보도록 노력하고 축제 기획자들은 그것을 적절하게 뒷받침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례 학생기자 eeka232@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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