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장순각 교수(생활과학대학 실내건축디자인학과)
| 장순각 교수를 만나기 전 그가 선보인 여러 공간들을 먼저 만났다.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 그를 표현하는 말에 왜 ‘혁신’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지 그 공간들이 설명해주고 있었다. 국내 3대 메이저 건설사의 주택문화관을 설계하며 가까운 미래 더 나은 삶을 위한 주거문화를 제안하기도 한 장순각 교수. 그를 만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그의 생각과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질 주거 형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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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대 생활과학대학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장순각 교수 | ||
Q. 교수님께서 보여주시는 새로운 시도, 시들지 않는 변화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주거, 집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시도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집이라는 것은 가족을 온전히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주거 공간을 혁신적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요. 행복하게도 그간 만난 건축주의 폭이 넓은 덕분에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하고자 하는 제 의지를 이해하고 그에 동의해주는 건축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새로운 시도란 겉으로 보기에는 디자이너의 감성에 의한 것으로 비쳐지기 쉽지만 철저한 분석과 이성적인 판단으로 만들어집니다.
Q. 이성적인 판단에 감성이 더해져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공간은 되돌림이 없습니다. 한번 만들어지면 쉬 바꿀 수도 원점으로 돌릴 수도 없죠. 마음에 안 드는 물건은 반품하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되지만 공간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합니다. 저는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공간을 작업할 때 그 공간을 사용할 사람에 대한 이성적 분석을 먼저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식사를 하며, 언제 집을 나서서 언제 돌아오고, 저녁에는 집에서 무엇을 할지… 그런 세세한 것들을 모두 시나리오에 포함한 후 ‘여기서는 이런 감동을’ ‘이쯤에서는 이렇게 화목한 기억을’ 등등 디자이너로서의 감성을 더합니다.
Q. 공간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서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의 주거 형태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하시나요?
현재 사물인터넷이 건축에서 무척 중요한 상황인데 이 기술이 주거에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순간 우리의 주거 형태도 엄청난 변화를 보일 것입니다. 기계공학적인 측면도 앞으로 공간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거고요. 한번 놓이면 그 공간에 고정되는 것으로 여기던 가구들도 웰메이드 기계장치와 결합하면서 트랜스포밍이 가능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 층 스마트하고 콤팩트한 공간이 만들어지겠지요.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다른 한편에서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회귀 본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집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릴 때 내가 자라던, 내가 기억하는 옛 향수를 떠올리며 오히려 정보화라는 측면과 거리가 있는 아날로그가 부각되는 레트로(Retro)적인 공간도 공존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Q. 결국 주거 형태의 변화는 그 나라의 사회현상 및 문화와 변화의 축을 함께 하는 것인가요?
프랑스 유학 당시 그곳에서는 베트남 난민들을 위한 난민 주거, 이민자들을 위한 이민자 주거, 저소득층을 위한 소셜 하우징 등이 굉장히 발전해 있었습니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처한 사회현상이 그 나라의 주거 형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조금 특수한데 주거의 질적인 부분보다는 ‘부동산과 교육’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교통이 편리한지, 투자 대비 가치가 어떠한지, 자녀가 있는 경우 이른바 학군이라는 것에 따라 주거의 가치를 판단합니다. 이 때문에 주거 공간의 질적 측면은 많이 발달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나만의 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질적 향 상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Q. 공간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교육기관을 디자인할 때 그런 바람을 가졌습니다. 정형화된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에서 학원과 학교만 오갔을 학생들에게 ‘공간이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건물을 딱 보는 순간 ‘어? 이거 뭐야?’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교육 공간은 이러이러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싶었습니다. 공간을 영위하는 학생들이 공간이 지닌 느낌을 온전히 체험하며 ‘여기서는 뭐든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얻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주입식 교육을 받는 친구들은 공간을 통해 생각을 많이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 장순각 교수 프로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