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앞 감성포차 '허구헌날' 의 사례를 통해
앞서 거주자와 상권, 학생을 합치는 소리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며 1편을 마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리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선 소리를 먹는 공간부터 이야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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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진에 보이는 것은 바로 계란판이다. 밴드 연습실이나 녹음실에서 방음을 위해 계란판을 붙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인테리어를 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의 소음이 벽으로 흡수된다. 가게에서 나는 소리들을 흡수하여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귀를 편안하게 해 준다. 이러한 공간이 바로 학교 앞의 감성포차 ‘허구헌날’이다.
술집 허구헌날의 주인 ‘이창길’ 사장님은 과거 ‘비둘기가족’이라는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하셨던, 30년 이상 음악을 전공한 프로 키보드 세션맨이시자 한국 사진가협회 소속으로 수많은 사진 공모전에서 꾸준히 결과를 보여주시는, 에리카 캠퍼스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진가 선생님이다. 현재 허구헌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에리카 캠퍼스의 야생 조류 및 풍경들을 계속 소개해주시기도 한다. 이 허구헌날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대학동에서 유일한 라이브 포차로, 방문시 야마하 일렉톤의 라이브 재즈 연주와 함께, 라이브 키보드 반주를 통해서 학생들의 노래실력을 한두 곡씩 뽐낼 수 있는, 음악적 문화가 살아있는 독특한 술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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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은 그냥 술을 마시는 공간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술집만의 안주가 있고 술이 있고 공간의 배치에 따라서 우리는 몇 명, 어떤 사람들과 어떤 분위기에서 이곳을 찾고, 그리고 소비하는지 규정된다. 허구헌날은 그런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난 곳이다. 술을 마시다보면 선생님의 라이브 재즈 연주를 듣다가 각 테이블에서 한 명씩 번갈아가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의 노래를 듣는다. 잘 부르고 못 부르고보다 진심이 중요한 공간.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치고 격려를 하고, 감탄하기도 한다.
90년대의 포크적, 또는 낭만이라고만 규정지었던 그 대학가의 분위기와 예술적 분위기로 묶여진 공간 속에서 결국 개개인의 화합이 이루어진다. 최근 허구헌날에서는 ‘한 CEO가 와서 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술먹는 자리의 계산을 골든벨 울리고 떠났다’ 라는 이야기가 포스팅되었다. 과거 이승철이 부활의 멤버일 당시 부활의 매니저가 가수를 데리고 오기도 하고, 과거 사랑과 평화에서 세션을 하셨던 분이 레코딩을 하셨다며 가져오시기도 하는 공간. 신구 세대, 주거민들과 학생, 그리고 상권적인 결합이 이 ‘소리’로 결합되는 합치점이 아닐까.
그렇기에 이 소리를 이창길 사장님은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가게를 인수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이 모든 소리를 흡수할 수 있도록 가게 전체에 방음벽과 계란판을 설치한 것이다. 가게 전체에서 대화를 나눌 때 그들의 목소리가 흡수되기에 서로의 대화가 서로의 술자리를 방해하지 않는다. 음악소리 역시 직접 연주를 하지만 과하지 않고 사람들의 대화 바닥으로 깔린다. 그 자체가 문화적인 소리가 될 뿐 소리가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소리는 문화가 될 수 있다. 서로가 생각하는 낭만의 지점이 다르듯이, 그들이 똑같은 소리를 듣더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그 공간에 존재하고 움직이고, 그리고 직접 나가서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목소리로 끄집어내는 순간 소리가 의미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간혹 소란스럽게 떠드는 사람들에 대한 면박까지도 이 공간에서 약속된 하나의 ‘술집 사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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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도 밝혔듯 에리카라는 캠퍼스와 그 대학동의 문화를 소비하고 그것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공간의 의미도 바뀐다. 학생들이 마냥 잡담 이상으로 떠드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그냥 술을 마신는 공간이 아니라, 낯선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를 소비하고, 그러한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가지는 낭만을 극대화 하는 공간으로써의 허구헌날의 가능성. 이것은 학교 앞에서 보여줄 수많은 가능성 중 좋은 한걸음이 되지 않을까.
이제는 학생들이 이러한 문화적 움직임을 한 차례 보여줄 때다. 사장님이 연주가 끝났을 때, 박수를 치면서 멋지다는 말 한 마디씩만 건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한 움직임은 이제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공통의 움직임, 상권과 학생이 합쳐지면서 만드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동아리나 학회의 ‘스폰’이라는 개념이다. 다음 공간비평 3편에서는 그 스폰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도록 하자.
[2. 거주자, 상권, 학생을 합치는 소리]앞서 거주자와 상권, 학생을 합치는 소리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며 1편을 마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리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선 ...
Posted by 한양대 ERICA 다 찍어드립니다. on 2015년 5월 8일 금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