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희생자 유골송환과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 특강

지난 25일, 영월국제학술강좌서 토노히라 요시히코 일본 스님 초청 특강

"강제징용희생자 유골 발굴에 관심 가져 주길"

 

 지난 달 25일, 국제문화대가 주최하고 문화인류학과가 주관하는 ‘제 97차 양월국제학술강좌(이하 학술강좌)’가 국제문화대학 326강의실에서 열렸다. 학술강좌는 지난 1983년 ‘제1차 양월 강좌’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매년 서너 차례, 인류학 분야 전문가들의 특강을 들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현재의 명칭은 2003년에 변경됐다. 이번 학술강좌는 ‘강제징용희생자 유골송환과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라는 주제로 강제징용으로 끌려 간 조선인들의 유골을 찾는 운동을 펼쳐 온 토노히라 요시히코 스님의 특강이 마련됐다. 이번 특강을 맡은 요시히코 스님은 그동안 조선인 일본 강제 징용자의 유해 발굴 작업에 적극 노력해 온 주인공이다.

 

 훗카이도의 슈마리나이는 1935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 최대의 댐 공사와 철도 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진 곳으로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연행, 강제징용 됐다. 힘겨운 타지에서의 노동생활 끝에 죽어간 그들의 유해는 그 동안 아무런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왔었다. 요시히코 스님은 지난 1976년부터 이들의 유해를 발굴해 불교식 제를 지내오다 지난 97년에는 정병호(국문대·문인과) 교수와 함께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을 모아 ‘강제 징용 희생자 유골 발굴 프로젝트’를 펼쳤다. 이는 최초의 체계적인 인류학적 발굴조사 작업으로 부장품과 과학적으로 복원된 유골의 체질적 특성을 통해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요시히코 스님은 한·일 양국에서 호적지 탐문조사 등을 통해 유족 찾기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요시히코 스님은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잘못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죄송하다”고 말하며 강제징용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에 대한 얘기들을 꺼내 놓았다. 다소 무거운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요시히코 스님은 한국학생들과 함께 했던 발굴작업에 대한 얘기, 문인과와 인연을 맺게 된 배경 등을 얘기해 가며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어갔다. 또한 요시히코 스님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아직 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강제 징용 희생자에 관한 것이라며 “당장에 해결을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한·일 학생들이 함께 한다면 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요시히코 스님은 더 나은 한·일관계를 위한 2가지 조건으로 ‘한국의 통일’과 ‘일본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후보상을 확실히 할 것’을 들었다. 요시히코 스님은 “인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제 징용 희생자 유굴 발굴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번 학기에 인류학개론 수업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인류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도움 주고자 평소 알고 지내온 요시히코 스님에게 특강을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요시히코 스님과 정 교수는 인류학연구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올해로 15년 동안 알고 지낸 절친한 사이. 정 교수는 요시히코 스님의 강연 내내 통역을 맡았다.

 

 이번 강연에는 문인과 재학생 40여 명이 참석했다. 정세현(국문대·문인 3) 양은 “일본인으로서 한국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유골 발굴에 앞장 서고 계신 것을 보고 좋은 일을 하신다고 생각했다. 또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기도 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상은(국문대·문인 3) 양은 “강제 징용 희생자 유해 발굴에 직접 나서는 사람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며 “기회가 된다면 유골발굴에 참여하고 싶다. 뜻깊은 강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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