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이훈 교수(사회과학대학 관광학부, 관광연구소장)

‘2015 의정부음악극축제’ 총감독이자 한양대학교 관광연구소장인 이훈 교수. 그는 여가와 축제에 관한 폭넓은 연구와 문화예술축제 평가, 관광정책, 관광사업 컨설팅 등 다방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훈 교수에게 여가와 관광이 가져야 할 참 의미를 물었다.

글 임상범 | 사진 김정훈

 

   

▲ 한양대 이훈 교수(사회과학대학 관광학부, 관광연구소장)

 

Q. 교수님의 주된 연구 분야와 활동 내용은 무엇인가요?

 

여가와 대안 관광, 두 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합니다. 대안 관광은 생태 관광, 문화예술 관광, 축제 등을 의미합니다. 대량 관광이 지닌 ‘환경 파괴’나 ‘만족도 저하’ 같은 문제 해결이 대두되고 있는데 저는 이와 관련한 학술 연구와 발표, 의뢰받은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또 1년에 25가지 정도의 축제에 관여해 자문하거나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Q. 연구 활동을 통해 이룬 성과를 소개해주세요.

 

우선 수학여행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저희 조사에 따르면 많은 학생이 제주도나 경주 등 여행지가 제한적이고 프로그램 구성이 뻔한 수학여행에 불만족스러워했습니다. 수학여행을 통해 학생들은 여행지를 제대로 느끼고 경험하거나 여행에 대한 참재미를 느끼기는커녕 ‘여행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품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관광공사나 관련 기관과 연계해 수학여행에 대해 연구한 후 소규모 테마 여행을 제안했어요. 서울시 각 학교 교장, 교감을 대상으로 수학여행의 변화를 제안하는 과정들을 거치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수학여행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큰 자산이자 세계문화유산인 궁궐 연구도 뿌듯한 성과를 냈습니다. 궁궐은 사람들이 재미없어하고, 재방문율이 낮습니다. 중장기발전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한 결과 ‘창덕궁 달빛 기행’이나 ‘궁중문화축전’ 등을 통해 궁이 재미있는 장소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Q. 수학여행의 변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여행은 습관입니다. 어릴 때 경험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도 좋은 여행을 하기 어렵습니다. 수학여행은 그 경험의 시작을 제도적으로 주도할 수 있어서 중요하죠. 삼각산 고등학교는 소규모 테마 여행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사라지면서 적극적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단순히 여행의 질이 좋아진 게 아니라 관계를 재형성하게 되었지요. 또 학습 능력 위주로 교육하고 평가하는 학교를 벗어나면 아이들이 갖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창의적 기획을 잘하는 아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아이 등에게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신감도 심어줄 수 있죠. 여가란 단어에는 리셋(Reset) 외에 스쿨(School)의 의미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정서적으로 풍부해지는 것, 즉 잘 노는 게 중요합니다. 놀이 속에 공부도, 관계도 있는 것이지요.

 

Q. 여가와 여행에 대한 개인 혹은 우리 사회의 시각도 달라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확실히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여가를 공간적·시간적 확장 개념으로 본 게 투어리즘( Tourism)입니다. 한양대 관광학부의 경우는 종합과학적인 측면에서 여가를 바라봅니다. 경영학 측면에서 보는 타 대학의 관련 학과와의 차이점입니다. 관광객을 소비자가 아니라 ‘놀이자’로 먼저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관광객은 놀러 가는 것이고, 놀다 보니 소비로 이어지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객이 진심으로 바라는 욕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Q. 그렇다면 교수님이 관광이나 축제를 연구할 때 지키고자 하는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연구의 큰 방향은 ‘어른들을 아이처럼 즐겁게 놀게 만들자’입니다. 놀이성(Playfulness)은 어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지만 갑옷으로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여행이나 음주 시 노래방처럼 밀폐된 공간 등에서 놀이적 특질이 발산되죠. 여행이나 축제는 일상성을 벗어나 놀이적 성향을 발휘하는 일탈의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Q. 현재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1400만 명이 넘습니다. 인구 5000만 국가에 이만큼 여행을 많이 가고 오는 나라는 드뭅니다. 전국에 관광 관련 학과도 199개나 되어 훌륭한 인력이 양성되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축제 역사는 고작 20년이에요. 내국인이 먼저 즐기면서 천천히 뿌리를 내려야 확산되고 글로벌화된다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와 발표한 논문을 정리해서 책을 쓰고 싶습니다. 책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니까 여유를 갖고 준비하려고 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