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기술공학연구센터장 윤종영(산업디자인)교수

새로운 번호판 디자인의 주역

"공공 디자인의 질적 향상 위해 노력 할 것"

 

 자동차 번호판이 한 차례 홍역을 치뤘다. 이제 생활필수품으로까지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자동차의 개정 번호판이 국민의 미감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 그 동안 자동차 번호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홍보하면서도 정작 디자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의 안일한 태도가 국민들에게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교 공학기술연구소 산하 디자인기술공학센터에서 새로운 번호판 디자인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이번에 채택된 번호판 디자인은 올 2월 중순, 건교부가 전국에 있는 대학과 디자인 연구센터에 번호판 디자인 공모를 통해 채택된 것이라 더욱 빛나는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발표된 디자인은 미디어 다음의 여론 조사에서 60퍼센트의 찬성을 얻는 등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번호판 프로젝트의 마지막 행정적 절차를 위해 건교부와 경찰청을 바쁘게 오가는 공학기술연구소 산하 디자인기술공학센터장인 윤종영(산업디자인)교수를 위클리 한양에서 만나봤다.

 

   
 

디자인 개발을 맡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홍익대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여 본교가 선정됐다. 우리의 강점은 공학기술연구소 산하의 디자인기술공학연구센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본교 디자인대학은 타 대학과는 다르게 디자인에 공학을 겸비하는 독특한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디자인에 기능적, 공학적인 부분도 첨가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선정이 되고도 고민이 많았다. 주위에서 이슈화된 사회문제는 잘 되도 본전이라며 말리기도 했다. 개인이 아닌 본교 전체에 영향을 끼칠 프로젝트라는 생각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국민적 관심이 대단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면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할 수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기존의 번호판이 낙후해 자신감도 있었다(웃음).

 

이전 번호판에도 본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알려진 바는 사실과 다르다. 전의 번호판은 건교부의 담당공무원이 기존의 관습에 따라 디자인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고 임의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뚱뚱이 번호판’이라는 비난 여론이 많아 본교에서 임시방편으로 제한된 조건에서 여백의 비율을 줄여 레이아웃만 바꿔줬다.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장기적으로 반사방식 번호판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했다. 반사방식 번호판의 구체적인 디자인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이열배열이 아닌 글자와 숫자를 일렬 배열한 것이다. 또한 펄 바탕에 검정색 서체로 보기 쉽게 디자인 됐다. 번호판의 좌측상단은 태극기의 모습을 이미지화했다. 힘차게 펄럭이는 모습을 표현해 입체적 느낌이 난다. 대한민국의 힘찬 기상을 보여주고 21세기의 주역으로 성장 가능한 국가의 이미지를 넣으려고 노력했다. 좌측하단에는 대한민국을 상징할 수 있는 심벌을 넣었다. 숫자 사이에 있는 가운데 패턴은 기와모양이다. 미적인 요소뿐만 아닌 전문적인 시각적 기법이 들어갔다. 우측하단의 바코드는 번호판 도난과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 바코드에는 차종, 색 등 차량의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저장돼 있다. 번호판의 여백에는 무궁화 패턴이 들어가 있고 서체에도 ‘Korea’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현행 번호판의 가장 심각한 부분은 서체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서체는 30년 전부터 사용되어진 것으로 크기와 모양이 달라 통일성이 없다. 바뀐 서체는 위·변조를 방지하고 가독성과 판독성을 향상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다. 현재 번호판 서체의 간격은 다 틀리다. 숫자에 따라 뭉치거나 떨어져 원거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숫자의 면적을 산출해 여백의 면적비율을 일정하게 했다. 개발한 서체로는 어떤 숫자를 조합하더라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할 있다. 바뀐 서체의 번호판은 원거리에서는 잘 보일 수 있고 달리는 차안에서도 인식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번호판이 기존에 감시용으로 쓰였던 것에서 벗어나 시각적인 효과를 살린 대국민서비스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숫자 ‘3’과 ‘0’은 자체 개발한 서체라고 들었다.

 

 현 번호판은 숫자 ‘0’과 ‘1’이 붙어있으면 ‘이’라고 읽힐 수 있다. 이 점을 염두해 숫자 0은 상단이 뚫어져 있고, 자음 ‘o’은 하단이 뚫어져 있다. 숫자 3은 8로 위·변조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기 위해 자체 개발했다.

 

디자인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하나의 번호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업체들이 참여한다. 번호판 제작에 참여한 업체 중에서 영세업체들도 많은데 기계구입을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또한 경찰청과의 감시카메라 문제도 어려움이었다. 이러한 것들을 중간에서 조율하고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직접적인 디자인 개발의 어려움보다는 대외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군용차량과 외교관 차량의 번호판 디자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번호판을 기본으로 약간의 변형만 줄 것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그대로 사용된다. 또한 젊은 층의 관심이 많은 오토바이의 번호판도 함께 진행한다. 또한 방음펜스, 도로표지, 인천공항의 내곽도로 등 도시경관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가능한 한 공공시설 디자인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공공디자인은 아직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강에 다리는 많지만 아름다운 다리는 찾기 힘들다. 미적인 부분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공공디자인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진: 권병창 학생기자 magnum@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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