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학자 조병완(공과대·토목공학)교수

토목공학 아닌 시민공학자 조병완(공과대·토목공학)교수

'나노토목공학의 선구자, 그 바탕에는 인간의 안위'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고대 로마 부흥의 원동력으로 그들이 만든 사회간접자본을 지적한 바 있다. 고대 로마인들이 만들어 운영했던 도로, 수로 및 도시 계획의 일부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사용될 정도로 그 우수성과 견고함이 인정받고 있다. 고대 로마를 뿌리로 하는 사회간접자본의 개념은 단연 ‘civil engineering’의 발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토목공학’으로 더 잘 알려진 ‘civil engineering’의 어원 자체의 의미는 시민공학, 즉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었던 것이다. 본교 조병완(공과대·토목공학)교수 역시 ‘토목공학’이 ‘시민공학’임을 강조한다. 공공의 번영, 사회기반 시설 확충, 사회 안정이 학문의 목적인 시민공학. ‘시민공학자’로서 또한 ‘시민공학도의 스승’으로서 20여년의 시간을 본교 토목공학부와 함께 한 조 교수를 통해 ‘토목공학’이 ‘시민공학’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봤다.

 

토목과 나노의 만남, 신개념 나노토목공학의 개척자

 

   
 

 현재 우리나라 대다수 건축물들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콘크리트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미래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건설재료로 인식돼 왔다. 더욱이 1989년에 맺어진 국제 바젤협약은 2010년부터 각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 양 제한을 결정해 기존 시멘트 생산 산업의 목을 죄고 있다. 조 교수는 이런 위기의 탈출구로 ‘나노(Nano)’를 선택했다.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콘크리트를 만들려면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죠. 또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국내 시멘트 산업의 몰락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거든요. 문득 ‘나노’가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나노토목공학’에 대한 연구는 지난 2003년 21세기형 친환경 콘크리트를 개발로 결실을 맺었다. 시멘트가 사용되지 않은 친환경 콘크리트는 화력발전소의 무연탄 부산물과 친환경 원석인 제올라이트의 화학적 결합으로 탄생했다. 무공해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조 교수가 사용한 방법은 알칼리 활성화 기법. 이 공법은 폐기물과 원석을 나노크기 입자로 만들면서 둘의 합성을 유도한다. 기존과 전혀 다른 제작 방법으로 탄생한 무공해 시멘트는 바로 나노와 토목의 절묘한 만남으로 설명될 수 있다. 물론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 성공에는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본 그의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을 터. 그는 이런 위기의식의 밑바탕에 ‘인간의 안위’가 있다고 설명한다. ‘토목공학‘이 ’시민공학’과 일치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콘크리트를 생산할 때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과 골재 채취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고, 시멘트 제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의해 생기는 지구 온난화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알칼리 활성화로 만들어진 콘크리트는 기존의 것보다 강도도 세며, 폐기물에서 나오는 환경유해물질도 활성화 반응을 거치며 제거돼 2·3차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습니다.”

 

통일을 꿈꾸는 시민공학자

 

 조 교수는 공학자로서 연구를 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관심으로 바쁜 일상을 보낸다. 그 중 그의 최근 화두는 바로 ‘통일’. 물론 조 교수가 생각하는 통일은 사회간접자본을 통한 접근이었다. 지난 2월 토목·건설 관련 기술교류방안 논의를 위해 김책공대에서 열린 남북학술행사에 참석하고 온 조 교수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곳에서 북한의 실상과 기술수준 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은 매우 열악합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죠. 단적인 예로 북한의 고층아파트에는 사람이 살지 못합니다. 전기부족으로 엘리베이터가 운행되지 않기 때문이죠. 같은 동포로서 꼭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우리와 40년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는 현실을 보니 우리가 무엇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 방북 후,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조 교수는 풍력발전기 설치를 정부에 건의했다. 북한의 부족한 전기를 최초 투자비용만 드는 풍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국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 사업은 현재 허가를 받아 준비 중에 있으며, 시행될 경우 북한의 전력난을 일정수준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는 언젠가 반드시 통일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은 시간이 걸리는 사업입니다. 그렇게 보면 바로 지금이 적기라고 볼 수 있죠. 남한 자본 유입을 통한 북한 사회간접자본 확충 사업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남한 건축·토목 사업으로 인해 남한경제의 활성화가 될 수 있고 사회 기반 시설 확충을 통해 우리 동포의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죠. 또한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남북통일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돕는 일에 망설이는 순간 미국이나 일본의 자본이 북한에 유입되면, 남·북은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이루지 못합니다.”

 

진정한 시민공학자의 기본적 소양은 ‘인간존중‘

 

 조 교수는 취재 도중 ‘토목공학’은 ‘시민공학’임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조 교수는 자신이 선택한 토목공학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학생들도 이 같은 마음을 가지길 원한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의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에게 강조한 것은 바로 영어 학부명칭의 첫 단어인 ‘civil’이었다.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생각은 봉사정신, 윤리의식, 인권존중입니다. 즉 ‘civil engineering'의 ‘civil’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말하는 것입니다. 저희 학부는 이런 취지에서 ‘교량 진단’이라는 과목을 운영하고 있죠. 학생들은 이 과목을 통해 한 학기동안 교량 점검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현장 실습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강의가 봉사의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자연스레 학생들로 하여금 앞서 설명한 생각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토목공학은 인류와 가장 오랜 시간을 지낸 학문이다. 어찌 보면 그 중심에 ‘인간’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러나 이 당연한 이치를 실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듯 싶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등 굴직한 부실공사 사례는 차치하고라도 주기적으로 뉴스에 보도되는 부실 건설행위는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문이다. 토목공학에 대한 ‘일반인의 무지가 아쉽다’면서도 ‘공공의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조 교수. 그의 연구실을 나오며, 토목공학이 시민공학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학력 및 약력

   
 
 조병완 교수는 1979년 본교 토목공학부를 졸업하고 1989년 Ohio University에서 공학석사를 받았다. 1988년 University of Florida 공학박사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토목학회, 대한토목학회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논문으로 국내 48편과 국외 20편을 발표했으며 지난 2003년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는 신개념의 무공해 콘크리트 개발을 세계 최초로 성공해 학회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 권병창 학생기자 magnum@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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