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전문가, 한재권 교수(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

로봇 시대의 도래, 시대의 결핍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해 

 

MBC 유명 예능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에 일반인 게스트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스타들의 예능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는 프로그램에 긴 머리와 점프수트 차림을 한 일반인이 출연했으니 눈에 띌 수 밖에 없었을 터. 언뜻 봐도 괴짜나 외골수처럼 보일 법한 그가 우리대학 융합시스템학과에 신임 교수로 부임했다. ‘로봇 박사’ 한재권 교수(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를 만나 그와 평생 함께 해온 로봇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연한 계기로 교단에 서게 된 로봇 박사
국내 유명 로봇회사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한 교수는 ERICA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공학과 학생들의 요청으로 멘토링을 오게 되면서 우리대학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당시 여러 국제 로봇대회에 참가해 온 한 교수는 늘 미국이나 일본 등 로봇선진국의 팀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다른 참가국들의 경우 로봇인구도 많고 저변이 굉장히 넓었어요. 부러워만 하기에는 로봇 연구자로서 어떤 책임감도 느껴지고,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때마침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고, 교수님들도 만나 뵙다가 좋은 기회를 얻어 교수로 부임하게 됐습니다.”

 

현재 ERICA캠퍼스 로봇공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교수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움과 희망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한다. “의욕이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제가 학생들의 의욕들을 다 채워줄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눈빛과 자신감에서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뭔가 해낼 수 있겠다’라는 희망도 생깁니다. 옛날엔 나도 저런 눈빛을 하고 있었었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한 교수의 교육방식은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징검다리 식 교육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다 알려줄게’가 아닌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하나씩 알려주면서 스스로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돈이 되는 로봇이 아닌 재미있는 로봇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진짜 꿈꿔왔던 로봇들을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국내 유명 로봇회사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한재권 교수(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는 ERICA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공학과 학생들의 요청으로 멘토링을 오게 되면서 우리대학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 동생을 위해 시작한 로봇

   
▲ 한재권 교수가 멋진 정장대신 점프수트 차림으로 방송에 출연한 이유는 그저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출처 : MBC)

한 교수가 처음 로봇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된 것은 몸이 불편한 동생을 위해서다. 한 교수의 동생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어렸을 적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여념이 없는 부모님과 여행은커녕 외출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한 교수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로봇을 떠올렸다. “어렸을 땐 그런 로봇을 밖에서 사오면 되는 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없더라고요. 그럼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잘 기억도 안 나는 그때, 어린 시절부터 로봇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가족 때문이라기 보다는 로봇을 계속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사명감이 생겨 계속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 교수와 ‘라디오스타’ 이야기는 떼 놓을 수 없다. 당시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갓 귀국한 한 교수는 사실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인지조차 잘 모른 채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 프로그램인지, MC가 누군지도 잘 모른 채 출연했어요. 녹화를 하고 한 달쯤 있다가 방송이 나갔는데, 그 날 밤부터 섭외 전화가 계속 오고 난리가 났어요. 핸드폰도 끄고 다음 날 회사도 못나갔죠.(웃음) 사실 어린 친구들이 로봇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 점은 좋았지만 로봇이 다소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었어요. 앞으로도 재미나 오락성으로 소비되고 마는 것이 아닌 무언가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자리라면 나갈 의향이 있습니다.”

 

현재도 각종 강연이나 인터뷰, 시사프로그램에서 심심치 않게 얼굴을 볼 수 있는 한 교수의 또 다른 특징은 긴 머리와 점프수트이다. 멋진 정장대신 점프수트 차림으로 방송에 출연한 이유는 그저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엔지니어 티를 내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블루 칼라에 대한 인식이 저 평가 돼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모습도 자연스럽다, 당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로봇의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이 로봇에 대거 투자함은 물론, 네이버 역시 얼마 전 로봇공학에 400억 투자를 결정하는 등 로봇 시장이 심상치 않다. 한 교수는 앞으로 5년동안 로봇으로 인한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크게 변화 시켰던 것처럼 곧 로봇기술이 생활 속에서 사용돼 우리 삶을 변화 시킬 것입니다. 10년 뒤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어 우리 학생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는 때에는 어쩌면 로봇과 함께 살아야 될지도 모르죠. 로봇과 경쟁을 할게 될지, 협업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로봇과 잘 융화되고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한 위치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 한재권 교수는 지난 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따른 반작용과 결핍이 발생해왔다"며 "그 결핍을 읽어내는 사람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삶에 들어오기 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고, 변화된 사회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양을 쌓아야 할 지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한 교수는 과거의 사례를 보며 기술과 사회의 발전에 따른 반작용과 결핍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농약과 비료가 발달하고 유전자조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농산물은 풍부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순수한 유기농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공업과 기계, 자동차 산업의 발달도 마찬가지에요. 기술의 발달로 생활이 편리해지자 사람들이 헬스클럽을 찾아 런닝머신을 뛰기 시작했어요. 건강에 대한 결핍이죠. 그렇다면 로봇 세상이 온다면 어떤 결핍이 올까요. 아마 사람일 것입니다. 아무리 친절한 친구 같은 로봇이더라도 오랜 시간을 같이 하다 보면 분명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마련이에요. 로봇의 패턴이 느껴지고 사람다움이 없다는 거죠. 로봇 세상의 키워드는 ‘휴머니티(humanity)’가 될 것입니다. 미래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보면 돼요. 항상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따른 반작용과 결핍이 발생해왔습니다. 그 결핍을 읽어내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죠.”

 

로봇을 통해 인간다운 세상을 꿈꾼다
한 교수가 꿈꾸는 로봇과 함께 하는 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인간다운 세상이다. 로봇공학자이지만 로봇보다 로봇을 통한 인간 삶의 변화에 집중한다는 한 교수는 로봇 덕에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힘들어 하는 일, 어려운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사람은 사람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반대편인 로봇을 통해 더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는 것, 아이러니한가요?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전문가가 되어 함께 로봇을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학부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에서, 로봇 연구원을 거쳐 우리대학 교수로 부임하기 까지 울퉁불퉁한 세상 속에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해 온 한 교수는 끝으로 한양인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요즘 들어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자신이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 무엇을 잘하는 지 모르고 있는 학생이 너무 많다는 거에요. ‘대기업에 들어가면 좋다더라, 공무원이 좋다더라’ 하는 말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해봐야 압니다. 지금 여러분의 경계를 벗어나 여러 가지를 해봐야 합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제일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찾아서 하게 되면 성공하는 거에요. 우리 모두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에요. 뭔가를 해보기에 대학생 신분으로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쩌면 가장 좋을 때 일 수도 있죠. 지금처럼 자유로울 때가 없으니까요.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어요. 부디 많이 경험하고 부딪히며 꿈을 꾸고, 찾으시길 바랍니다.”

 

   
▲ 한재권 교수는 인간의 반대편인 로봇을 통해 더욱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k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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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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