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0편 · 소설 15편 · 비평 6편 출품, 총 10편 수상

별이 바람에 스치는 깊은 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릴 감정을 종이에 적어본 적이 있는가. 오늘도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마음을, 아파하는 이에 대한 연민을, 우리 앞길을 가로막는 벽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자신만의 언어에 담아 세상에 잉태해 낸다. 지난 50여 년간, 한대신문 문예상은 매년 창작에 대한 한양인들의 열정을 품어 주는 드넓은 바다가 됐다. 지난 11월 30일 발표된 올해의 한대신문 문예상 수상자들을 만나봤다.

 

 

2015년 제48회 한대신문 문예상(이하 문예상)에는 시 50편, 소설 15편, 비평 6편이 출품됐다. 대상의 영예는 정보영(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과정) 씨의 시 <늦장마>와, 이융희(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과정) 씨의 비평 <다시 만화책으로, 다시 만화비평으로>에게 돌아갔다. 정 씨는 “필리핀 여행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을 시에 담았다”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가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유함과 가난함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가난과 자본의 역설에 대해 저는 너무 늦게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해서 제목을 <늦장마>라고 지었습니다.” 심사위원 유성호 교수(인문과학대 국어국문학과)는 정 씨의 작품이 “구체성 있는 언어를 시의 밑거름으로 삼으면서도, 그것을 짧은 호흡 속에 서정적으로 구성하는 만만찮은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 정보영 씨와 이융희 씨는 각각 자신이 보는 풍경과 SNS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다.

 

이융희 씨는 일본의 인기 만화 ‘원피스’를 새로운 관점으로 분석했다.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인물이 각각 지진과 용암을 다루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이 일본인의 무의식에 내재된 지진과 화산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는 것. “기존의 만화 비평은 소설이나 영화 비평처럼, 서사의 흐름이나 구성을 중심으로 접근했어요. 하지만 만화를 만화답게 보기 위해서는 강렬한 장면들이 보여주는 상징성을 봐야 해요. 그래서 이미지나 상징을 중심으로 원피스를 분석해봤습니다.” 대상을 받기까지 지난 4년 간, 매년 문예상에 도전했다는 이 씨. 스스로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실력이 향상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예상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원피스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고, 지금까지 연재된 내용을 다섯 번 정도 전부 읽은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더욱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이번 작품을 쓰게 됐습니다.”

 

이 밖에도 임종일(인문과학대 사학과) 씨의 소설 <마리아를 사랑한 남자>가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합리적 계산과 추론에 의해 수학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나, 실제 생활은 그처럼 정확하지 못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작에는 시 두 편과 소설 한 편, 비평 두 편이 선정됐다. 총 10명의 학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소설 부문 심사를 맡은 서경석 교수(인문과학대 국어국문학과)는 심사평을 통해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고, 어떤 선택도 그 결과에 대해 본인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작품에서 발견했다”고 이야기했다. 유성호 교수도 “구체성 있는 언어와 개성을 통해 자신만의 감각을 구축한 시편들이 많았다”며 투고된 작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문예상, 시대정신을 담다

 

   
▲ 유성호 교수는 "인문대뿐만 아니라
여러 단과대학 학생들의 참여를 격려한
다"고 말했다.

문예상은 ‘새 기틀을 수립함과 아울러 유능한 문학도와 연구하는 학생을 발굴해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자’는 목표 아래, 1967년에 ‘한대신문 학술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한때는 학술논문을 투고 받는 학술상 부문과 시, 소설, 평론을 투고 받는 문예상 부문이 함께 개최돼 ‘학술문예상’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는 학술 부문 없이 문예상으로만 매년 11월경 개최되고 있으며, 한양대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누구나 참가 가능하다. 심사위원 이재복 교수(국제문화대 한국언어문학과)는 “목월 탄생 100주년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문예상에는 시인 목월로부터 그 문하생들, 그리고 이 상을 거쳐 간 수많은 문청들이 있었다”며 문예상의 의의를 말했다. “우리대학의 역사에서 문예상은 실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전통이 한양의 정신사라고 보고, 그것이 우리 한양의 또 다른 큰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대회가 계속되면서 투고되는 작품들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을 터. 유성호 교수는 “문예상 심사를 맡은 근 10여 년간 투고된 작품의 흐름을 보면, 장르적 속성이 잘 변하지 않는 시보다 소설과 비평에서 흐름의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의 비평은 작가나 작품 하나를 선정해서 세밀하게 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비평부문 대상 작품 <다시 만화책으로, 다시 만화비평으로>처럼, 그동안 정통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대중문화에 대한 문화론적인 접근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소설에서도 개인의 감정만 토로했던 시대를 지나서 우리 사회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고,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학사회가 많이 개인주의화 된 것과는 반대로 문학에서는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열정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 올해 문예상 수상작을 한대신문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클릭하시면 한대신문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문예상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문예상을 통해 창작의 열망을 채웠다. 그러나 출품된 작품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비평 부문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작년에는 비평 부문에서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을 정도다. 이재복 교수는 “비평이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비평의 개념이나 비평적 사유 방식에 대한 고민과 훈련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문예상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 교수는 “대학신문의 매체적 위상이 떨어졌고, 문학의 위상도 왜소해지면서 문예상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습니다. 내년 문예상에서는 시, 소설, 비평뿐만 아니라 응모 부문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현재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과거의 청년 문화가 쇠퇴하는 가운데, 50여년간 자리를 지킨 문예상의 부진은 안타까운 일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역할은 무엇일까, 마흔여덟번째 문예상이 남긴 과제다.

 

 

 

정진훈 기자cici096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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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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