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85학번 동기회 출범, 그 현장을 찾아가다
| 왕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지난해 10월 24일 한양대학교에서는 ‘입학 30주년 기념 홈커밍데이’가 열렸다. 1985년 대학 생활에 첫 발을 내디뎠던 청년들은 30년 만에 다시 교정을 밟았다. 그 자리에서 그들은 후배들을 위해 십시일반 모은 장학금을 전달했다.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기 위해 지난 2월에 열린 85학번 동기회 출범식 현장을 찾았다. 글. 노윤영 사진. 안홍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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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학 30주년 기념 홈커밍데이’에 85년 학번 동문들이 다시 교정을 찾아 후배들을 위해 십시일반 모은 장학금을 전달했다. 올해 2월에 열린 85학번 동기회 출범식 현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 ||
작은 힘들이 모이고 모여
한양대학교 85학번 동기회 출범식이 열린 지난 2월 2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서는 출범식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한양대학교 선후배들이 뭉친 ‘루터스 OB밴드’의 공연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준비를 돕는, 격동의 시기를 함께 보낸 왕년의 용사들은 이제 지긋한 중년이 되어 있었다.
30년 만에 다시 모인 85학번들은 작년 홈커밍데이 행사 때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9,300만 원을 전달해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그들은 또 어떤 일을 벌일 것인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양대학교 85학번 동기회’의 강경원 회장과 하영판, 이나주 사무총장을 만났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살림꾼’ 하영판 사무총장(자원공학과 85)에게 들을 수 있었다. “85학번 홈커밍데이 행사를 학교 측에서 마련해주었을 뿐 아니라, 행사 비용을 모두 부담해주었어요. 학교가 우리를 위해 그렇게까지 배려해주었는데, 우리가 학교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결국 장학금 이야기가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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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영판 사무총장과 이나주 사무총장, 강경원 회장은 85학번 동기회 실무를 맡고 있는 살림꾼들이다. | ||
하영판 사무총장은 특정 인물이 거액을 기부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1인당 보통 10~30만 원 정도를 냈고, 많게는 100만 원 정도 부담했다고 한다. 적은 금액이 모이고 모여 9,300만 원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기부할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특별히 기부에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한 번 해보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어요. 삶의 활력소가 됐다고 할까요? 작은 힘들이 모이고 모여 큰 힘이 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부족할 때 나누는 것이 진정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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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대에 접어든 ‘왕년의 용사’들은 이름표를 받아들고 모처럼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갔다. | ||
하영판 사무총장은 이번 장학금 전달을 계기로 나눔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꼭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도 ‘기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부를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당장 자신 주변부터 살펴보라고 권했다. 자신의 친구, 동문과 후배를 돕는 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
“85학번 모임만 해도 학교 후배들을 위한 기금 마련으로 시작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동문들도 같은 학교 후배를 돕는다고 하니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요.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부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건 사실 크게 실감 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내가 뭐라고 이걸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주변 사람을 돕는다고 하면 부담을 덜 느끼게 되는 거죠. 이런 식의 기부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차츰 외연을 넓히면 되지요.”
강경원 회장(법학과 85)과 이나주 사무총장(식품영양학과 85) 역시 기부에 대한 의견을 더했다.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안정이 됐을 때 기부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진정한 나눔이란 서로 부족할 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지 않는다면, 영영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지금 당장 조금씩이라도 나누는 게 핵심입니다.”(강경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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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대학교 응원단 선후배들로 구성된 ‘루터스 OB밴드’가 85학번 동기회 출범식 공연을 위해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 ||
“기부는 제게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면 더 맛있어지는 음식 같은 느낌이에요. 영화도 많은 사람들과 극장에서 봤을 때 더 재미있는 것처럼. 막상 작은 것이라도 나누어 가지면 그 가치는 하늘로 향한답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시켜서, 분위기에 휩쓸려 시작한 게 사실인데 이제는 안 하면 스스로가 갑갑해져요.”(이나주 사무총장)
지금 당장 나누지 않는다고 해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자. 우리 주변에는 생각 이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 우리의 소소한 작은 나눔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나주 사무총장의 말처럼 맛있는 음식은 나누어 먹을 때 더 맛있지 않던가
공감과 소통의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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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대학교 응원단 선후배들로 구성된 ‘루터스 OB밴드’의 리허설 모습. 85학번들은 유난히 잘 뭉친다고 하는데,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85학번의 특징은 서로 나누고 가르지 않는다는 것. 그들은 모두 ‘한양대 85학번’이란 이름 아래 자신들이 하나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 ||
85학번들은 유난히 잘 뭉친다고 하는데,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지 궁금했다. “동기회 회칙에도 나오듯 우리의 대학 시절은 격동의 시기였어요.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뭉칠 기회가 많았지요.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도 서로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85학번 모임은 현재 모바일 커뮤니티에 800명 정도 가입돼 있으며, 그중 150여 명의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영판 사무총장은 85학번 모임의 힘은 단결력에 있다며 소모임 ‘강태’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ㅡ“85학번 내 소모임 ‘강태’에서 활동하는 회원이 30명 정도인데 이 친구들이 재학 시절에는 하나같이 비딱하지만 재미있는 괴짜들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서로의 존재를 잘 몰랐다가, 최근 85학번이라는 울타리에서 만나 급속도로 친해졌지요. 그렇게 해서 뭉친 30여 명의 동문들이 85학번 모임의 핵심이 되고 있어요. 행사 때 참여도도 높고, 진행에 도움도 많이 주고요.
85학번의 특징은 서로 나누고 가르지 않는다는 것. 서울 캠퍼스와 에리카 캠퍼스로 나누거나, 학과별로 구분 짓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한양대 85학번’이란 이름 아래 자신들이 하나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 동기회를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소통’과 ‘공감’이에요.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임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85학번 동문들은 장성한 자제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대학생도 있다. 한양대 후배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마치 그와 같을까. “후배들에게 꼭 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주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이건 꼭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후배들은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요. 가장 빛나는 때인데, 그걸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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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0월 24일 열린 ‘홈커밍데이’ 행사를 통해 85학번은 다시 뭉칠 수 있었다. | ||
하영판 사무총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동문 재정위원회가 있는데, 장학사업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모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빨간 내복 캠페인’도 계획 중이에요. 예전에는 취직해서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에게 빨간 내복을 선물했잖아요? 그처럼 첫 월급이나 승진 등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일정 금액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자는 캠페인이에요. 아직은 구상 단계로 좀 더 구체화시킬 예정입니다. 우리는 이제 막 첫 걸음마를 뗀 상태예요.”
나눔이라는 큰 축제를 즐기기 위해, 그들은 튼실한 준비 공사를 하고 있다. 이모저모 꼼꼼하게 점검한다. 그들의 노력만큼이나 85학번 동기회는 밝게 빛날 일만 남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소통과 공감의 기부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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