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예방 백신’ 개발한 김 교수에게 듣는 연구 이야기

대한민국은 지금 다이어트 열풍이다. 비만율이 4.3%로 OECD 국가 44개국 중 43위를 할 정도로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비만율이 낮고 조금만 검색해도 온오프라인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식품과 약품을 찾으면서까지 체중 감량에 열을 올린다. 대체 왜 대한민국은 ‘비만’을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일까?

Editor 박서정, 배새아 학생기자, Photographer 김하은, 위대한 학생기자

 

   
▲ 김효준 한양대 분자생명과학과 교수

 

그 이유는 아마 비만이 단순히 살의 문제를 넘어 건강까지도 위협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만은 당뇨, 동맥경화, 암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며 그 외의 일상생활에도 많은 지장을 준다. 비만의 위협은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 WTO에서는 이미 오래 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세계 비만 인구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유럽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는 비만세라는 제도까지 도입해 비만율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발생한 비만을 치료하기에 앞서 비만을 예방해 비만 인구수가 0에 수렴하는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우리 대학에 ‘비만 예방 백신’을 개발한 사람이 있다. 김효준(과기대·분자생명)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1997년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이 백신을 붙들고 연구했다”며 “이 분야에서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한 단계씩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겸손함을 보였다.

 

“1997년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이 백신을 붙들고 연구했습니다. 연구라는 것은 한 번에 1에서 10으로 올라갈 수 없는 것이지요. 저는 이 분야에서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한 단계씩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김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겸손하게 운을 띄웠다. 그의 손사래가 겸손으로 느껴졌던 것은 아마 연구실을 가득 메운 상패와 연구 자료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바이오 벤처 에스제이바이오메드는 비만 예방 백신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에스제이바이오메드는 과학기술부 바이오 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지방 대사과정에서 비만성 체지방의 축적을 선택적으로 차단해주는 인공 펩티드(pB4)를 연구해 왔으며, 최근 동물실험을 거쳐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특허를 받은 비만백신은 지방 대사와 인체 면역 반응 체계를 융합시킨 인체 친화적인 새로운 개념이다. 음식으로 섭취된 지방은 혈액을 통해 간으로 이송된다. 지방은 간에서 아포-B100 (apolipoprotein B-100)이라는 단백질로 둘러싸여 작은 기름방울 형태로 혈중으로 다시 방출되어 신체 각부에서 활용하고 저장하게 되는데 본 연구는 아포-B100의 특정부분의 구조를 흉내 낸 구조적 유사체 (mimotope)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백신 형태로 주사하면 우리 몸에서 치료적 항체반응을 일으키는 펩티드인 미모토프(mimotope)를 이물질로 판단해서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내게 되는 원리이다. 이 항체는 지방입자를 둘러쌓고 있는 아포B-100에도 결합하게 되고 그 결과 지방입자의 분해, 저장을 저해하게 된다. 이 때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이 나타나는데, 지방입자에 결합된 항체에 의해 특정 대식세포(macrophage)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핵심은 지방조직, 특히 복부지방조직에서 지방입자-항체 복합체를 포획한 대식세포의 활성화에 따른 면역학적 기능과 지방세포내의 지방분해효소의 활성이 비만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있다는 것이다. (주)에스제이바이오는 일반 실험용 쥐와 백신을 접종시킨 쥐를 고지방 음식으로 사육한 결과 일반 쥐의 경우 체중이 1.3~1.5배로 증가했지만 백신을 맞은 쥐의 경우는 기존 몸무게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 김효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97년도에 처음 연구를 시작한 이후 여러 명의 학생들과 함께 연구한 결실”이라고 전했다.

 

그가 개발한 비만 예방 백신은 비만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비만 치료 접근법과 차별화 된 이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만 치료제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기존의 예방 백신과도 성향이 다르다. 1798년 Edward Jenner가 처음으로 천연두를 백신 요법으로 예방하는 시도를 성공했다. 그리고 그 뒤 결핵 등의 수많은 전염병에 대한 백신요법이 많은 사람들을 전염병으로부터 구했다. 이후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공학과 면역학 등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인플루엔자, 대상포진, 폐렴, 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병을 치료 및 예방하게 되었다. 하지만 백신은 아직 감염성 질병의 분야에만 국한돼 있다. 그러므로 김효준 교수의 비만 백신의 성공은 비감염성 질환의 영역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비만, 동맥경화, 당뇨 등의 대사성 질환과 치매와 같은 노인성질환 그리고 흡연 같은 중독성 질환도 예방 혹은 치료하는 차세대 프리미엄 백신의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비만’을 예방하는 백신을 만드는 것과 다르게 김효준 교수는 매우 마른 체형의 소유자였다. 그는 왜 하필 ‘비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비만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애를 쓰죠.”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비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있을 지도 모르는 약을 먹거나 수술까지 감행하는 사람들의 사례들을 보며 효율적이고 인체친화적인 방법으로 바이오 치료법을 시도해보고자 했다는 김효준 교수. 그가 개발한 백신은 매일 혹은 짧은 주기로 반복 투여하여 특정 기능을 차단하는 약과 달리 정기적으로 맞으면 비만을 억제하는 기능성 항체가 체내에 생성되어 비만이 억제된다고 한다.

 

   
▲ 김효준 교수가 한양대 Micro Biochip Center로부터 받은 감사패

 

“97년도에 처음 연구를 시작한 이후 여러 명의 학생들과 함께 연구한 결실입니다. 지금도 바이오 디스커버리 사업 명목으로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요.” 그가 처음 비만 백신을 연구할 때에는 완전히 독창적이고 새로운 개념으로 기존의 개념과의 연계성을 설명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한다. 한 교수는 그에게 면역학을 다시 배우고 오라고 할 정도였다고. 그러나 2007년 이후 국제적 학술지에 지방 대사 및 면역학적 성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비로 소 그의 비만백신이 인정받게 됐다.

 

“제가 만든 백신을 비롯한 모든 비만치료제는 살이 더 찌는 것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왕성한 식욕을 충족시켜도 살이 찌지 않는 비만 치료제로만 이 백신을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적당히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오래 산다며 그는 자신이 과체중 혹은 비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체중 감량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백신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그가 처음 생명과학을 시작할 무렵에는 그 분야가 매우 생소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화학이 근본이 되어 생명 과학을 연구했지만 지금은 온전히 생명 과학만을 연구해도 그 양이 엄청날 정도로 분야가 넓어졌다. 정부에서 연구비가 지원되긴 하지만 이렇게 발전한 우리나라의 생명과학을 위한 자금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또한 취업률을 따져야 하다 보니 이론을 배우는 학부 이후에 석사, 박사를 통해 실기와 연구력을 배우지 않고 취업을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라고 김 교수는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석사까지 배우는 것은 절름발이예요. 박사 과정까지 떼고 난 학생은 어느 기업에서든 데리고 가고 싶어 하죠.” 하지만 그도 현실을 이해한다. IT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워낙 자금이 잘 도니 월급이 높지만 생명 과학 분야는 그에 비해 매출도 적고 그로 인해 인재를 양성하기에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생명과학은 말 그대로 인간의 생명과 삶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항들을 연구한다. 윤리적인 문제가 끼어있긴 하지만 잘 연구하면 IT분야에 버금가지 않는 각광받는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뜻이 있으면 가게 됩니다. 현재의 과학에 하나를 더 얹는 역할을 할 뿐, 그것을 뛰어넘어 얹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공상 과학이죠. 제가 은퇴를 하게 되면 또 다른 연구자들이 하나씩 더 쌓고 쌓아 올라가다보면 대한민국 생명과학도 미래가 밝다고 전망합니다.” 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까지의 연구에 만족하지 않고 오늘도 연구를 멈추지 않는 연구벌레다.

 

* 본 내용은 HY ERICA 2016년 3·4월 79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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