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전자공학부 서일홍 교수 & 문성필·신종현·강민경 학생
|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AI) 시대, 미래에는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이 나올까? 또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어디까지 왔고, 미래의 인공지능 기술은 어떤 모습으로 확장될까? 융합전자공학부 서일홍 교수와 문성필(대학원 전자컴퓨터통신공학과 14), 신종현(컴퓨터전공 10), 강민경(신소재공학부 14) 학생이 모여 인공지능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글. 오인숙 / 사진. 김용철) |
기계에 입힌 학습과 예측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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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신종현(컴퓨터전공·10), 문성필(대학원 전자컴퓨터통신공학과·14), 융합전자공학부 서일홍 교수, 강민경(신소재공학부·14) | ||
문성필(이하 문)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가 인공지능 대 인간의 경기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서일홍 교수(이하 서) 인공지능에 앞서 자연지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자연지능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지능인데, 이는 곧 생존을 위한 능력입니다. 자연지능은 학습과 예측으로 나뉩니다. 학습에는 진화를 통한 학습과 태어나서 하는 학습, 즉 본성(nature)과 양육(nurture)이 있고, 예측은 학습을 통해 배운 것을 실세계에서 활용하는 지혜를 뜻합니다. 결국 자연지능은 생존을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 학습과 예측 능력이 필요한 셈입니다. 인공지능은 이 능력을 그대로 컴퓨터로 옮긴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가 못하는 것을 기계가 잘해낼 때 더 열광합니다. 일례로, 보고 느끼는 오감 능력은 타고난 능력이지만, 바둑이나 체스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오감 능력이 뛰어난 기계는 덜 신기해하면서 바둑을 잘 두는 기계를 보면 놀랍니다. 어쩌면 기계가 더 잘하는 건 당연한데 말이죠.
신종현(이하 신) 이번 이슈 이전에도 수많은 인공지능이 있었는데, 기존의 인공지능과 알파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서 음식에 비유해볼게요. 알파고라는 맛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이 요리를 하려면 재료, 주방기구, 레시피, 요리사가 필요하죠. 알파고라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3,000만 개에 이르는 기보들, 즉 빅데이터예요. 심층학습이라고 불리는 딥러닝은 오븐이나 프라이팬과 같은 기구에 해당됩니다. 또 알파고 안에 있는 네 개의 정책망(Policy Network)은 음식을 만드는 순서와 방법을 알려주는 레시피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요리사, 즉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와 같은 인공지능 엔지니어가 있어야겠죠. 결국 재료, 주방기구, 레시피, 요리사만 있으면 원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기존의 인공지능과 알파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방기구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딥러닝이죠.
강민경(이하 강) 딥러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서 딥러닝은 인간의 뇌를 닮은 방법이에요. 인간의 뇌는 계층적으로 학습을 위한 신호처리를 하는데, 딥러닝이 이 과정을 똑같이 거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해요. 과거에는 사람이 기계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줬는데, 지금은 데이터를 주면 스스로 찾습니다. 수많은 데이터에서 공통점과 중요성 등의 속성을 찾아내는 거예요. 그래서 딥러닝은 빅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알파고는 바둑에서 어떤 패턴이 중요한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학습시켰는데, 그 점이 가장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인간의 직관을 모델링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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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AI) 시대, 융합전자공학부 서일홍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 AI 관련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 ||
문 체스랑 다르게 바둑은 좀 더 직관의 영역에 가깝다는 말이 있는데, 알파고가 이번에 이세돌 9단을 이김으로써 인간 고유의 영역인 직관을 계산으로 표현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인간의 모든 직관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게 가능해질까요?
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공 뉴런(신경세포)들이 인간의 뇌와 똑같은 성능을 낸다면 당연히 직관을 만들어내겠죠. 한 가지 물어볼게요. 우리의 뇌는 컴퓨터처럼 계산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기억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걸까요?
강 끄집어내는 것 아닐까요?
서 맞아요. 우리가 반응하는 시간은 길어야 0.2초인데, 뉴런에서 한 단계를 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002초예요. 이렇게 사람의 뇌는 기껏해야 100단계를 넘으면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100단계 만에 답이 나오나요? 아니죠. 수천에서 수천만 단계를 거쳐야 나오죠. 그러니 계산이 아니겠죠. 저장된 걸 끄집어내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저장되어 있고, 어떤 식으로 끄집어낼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거예요. 직관은 패턴이고, 패턴은 뇌 속에 기억돼 있으며, 우리는 필요할 때 그걸 불러내서 판단하는 거예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직관을 모델링하는 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 그렇게 되면 인간의 영역을 너무 침해받는 것 아닐까요?
서 기계가 인간의 감성을 이해해서 본능으로 움직이게 되는 건 나도 걱정스러워요. 사람은 모든 걸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어요. 관심 있는 것에 자신을 투영해서 시뮬레이션하죠. 예를 들어, 키우던 강아지가 다치면 자신이 그 강아지가 되어 아프고, 그러면 몸 안에서 생리학적 반응이 일어나서 그 신호가 뇌로 전달돼 기뻐할지 슬퍼할지 명령을 내리죠. 우리 안에 있는 내부 메커니즘은 생존을 위해 그 원인으로부터 도망가든지 싸워서 이기든지 하겠죠. 그런데 인공지능이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인공지능에 사람이 느끼는 것과 똑같은 메커니즘을 적용해 내부 보상 체계를 만들어주면, 행동이 극대화돼 결국 사람과 싸우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나는 감정이 있는 로봇은 반대해요. 기계가 감성을 표현해서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진짜 감성을 이해해서 본능으로 움직이게 된다면 어느 날 갑자기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한발 앞서 준비하는 인공지능 기술
강 인공지능을 개발하게 되면 인간이 설 자리가 줄면서 실업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 기존의 일자리는 많이 사라질 거예요.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양분하는 ‘디지털 디바이드’처럼 시간이 흐르면 ‘AI 디바이드’ 시대가 올 겁니다. AI를 다루는 사람과 못 다루는 사람, AI를 지배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지금의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훨씬 더 심해질 거예요. 하지만 감성과 관련된 일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얼굴을 마주보며 해야 하는 일, 교감이 필요한 일, 조정하고 평가하는 일 등은 훨씬 더 각광받을 거예요. 인간적, 인본주위적인 일들이 훨씬 더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세상은 바뀌겠지만, 또 다른 직업이 태어나겠죠.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신 이번 이슈와 관련해 한양대의 인공지능 연구와 지원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 인공지능은 이제 시대의 흐름이 됐어요. 학교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죠. 알파고 이슈 전부터 공과대에서 인공지능연구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11명의 교수가 모여 관련 센터를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컴퓨터공학, 뇌공학, 로봇공학, 컴퓨터 신호처리 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한양대 인공지능 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할 거예요. 그만큼 투자도 많아야겠죠. 현재 가장 필요한 건 공간입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인공지능 로봇 분야의 연구비가 늘 테고, 알파고와 같은 큰 이벤트가 또 있을 거예요. 우리가 한발 앞서 준비해서 놀랄만한 성과를 거둔다면 세상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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