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이지스 추승균 감독(경영학과·93) 동문 인터뷰

한양대 출신 감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야구, 배구, 농구 등 프로 무대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김세진(OK저축은행), 양철호(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최태웅(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박미희(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배구 감독을 비롯해 류중일(삼성 라이온즈) 야구 감독, 추승균(전주 KCC 이지스) 농구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바야흐로 한양대 출신 감독들의 전성시대다. (글. 오인숙 / 사진. 김용철)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의 쾌거

 

   
▲ 추승균 감독(경영학과·93)이 이끄는 전주 KCC 이지스가 2015-2016 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동력은 추 감독의 관찰과 소통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주 KCC 이지스(이하 KCC)가 기적을 이뤘다. 2015-2016 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거둔 것. KCC의 추승균 감독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답게 막판에 12연승을 차지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품에 안았다. 감독으로서 지휘봉을 잡은 첫해에 이토록 값진 성과를 거둔 추 감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와 기분이 매우 좋다”며 환하게 웃는다.

 

“지난 3년 동안 KCC의 승률이 좋지 않아서 팀에 패배 의식이 많이 번져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경기를 거듭하면서 점차 패배 의식이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 팀이 강해질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선수들이 끝까지 잘해준 덕분에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12연승의 도화선이 된 인천 전자랜드와의 시합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KCC는 근소한 점수 차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 역전극을 펼치며 쫓아가는 처지였다. 하지만 감독도, 선수도 패배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결국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의 깃발을 거머쥐었고, 그간 만연해 있던 패배 의식은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챔피언결정전 통해 한 단계 발전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KCC를 16년 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은 비결은 뭘까.

 

“비시즌 때 연습 게임을 많이 했어요. 절대 지지 말라고 했고, 시합에서 지면 호되게 연습시켰습니다. 또 베스트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벤치에 있는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들의 실력 차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 추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때 많은 걸 겪었고 패배를 통해 얻은 것도 있으니 다음 시즌에는 저도, 팀도 한 단계 더 발전할 겁니다”라는 말을 전하며 앞으로 더 많은 발전 가능성과 기대를 내비췄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베스트와 식스맨의 줄어든 실력 차는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승승장구 끝에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우승의 고지를 정복하지는 못했다.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그는 선수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탓한다.

 

“초보 감독으로서 제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플레이나 경기 운영이 미숙했어요. 사실 정규리그 우승 후에 남모를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연승하면서 플레이나 패턴, 전술 쪽으로 놓친 것은 없는지, 정규리그의 쓴맛을 못 봐서 다음 시즌을 대비할 때 힘들진 않을지 머릿속이 복잡했죠. 챔피언결정전 때 많은 걸 겪었고 패배를 통해 얻은 것도 있으니 다음 시즌에는 저도, 팀도 한 단계 더 발전할 겁니다.”

 

은퇴 후 시작된 지도자의 길

 

추승균 감독은 지난 2012년에 화려한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당시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신의 농구 인생에 93점을 줬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감독으로서 점수를 매긴다면 어떨까? 그는 “50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감독으로서 첫 시즌이었는데, 저만의 농구 스타일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고민이 많고 참 힘들더군요. 수장으로서 선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등 가족들까지 살펴야 하기 때문에 제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막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시간도 많았죠.”

 

   
▲ 감독이라는 한 구단의 수장으로서 선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등 가족들까지 살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했다는 추 감독.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를 몸소 실천하며 노력을 다했다.

 

농구선수로 코트에 설 때와 감독으로서 코트에 설 때의 마음가짐도 분명 달랐다. 선수 시절에는 시합 중에 다치지 않도록 몸 관리를 잘하고 득점에만 신경 쓰면 됐지만, 감독은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보고 아울러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첫 시합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크게 긴장했다.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첫 경기 때는 정말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경주마처럼 앞만 보이고 주변이 안 보였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못 했죠. 하하.”

 

관찰과 소통의 리더십

 

추승균 감독의 농구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관찰’과 ‘소통’이다. 그는 선수들이 연습할 때 주로 먼 곳에서 관찰하며 장단점을 찾는다. 연습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큰 부분만 지적하고, 나머지는 세 명의 코치에게 맡긴다. 아울러 선수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자주 대화를 갖는다. 일례로, 요즘은 과거와 달리 NBA(미국 프로농구)를 보면서 개인 연습을 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 구시대적인 플레이를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대별로 농구에도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기본 틀은 유지하되 플레이는 트렌드에 맞게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이 나와야 할 시점입니다. 그래서 화려한 개인기를 반대하지는 않아요. 선수들이 야간에 개인 연습을 하는 것도 시합 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니까요.”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감독은 어떤 모습일까? “감독은 선수가 코트에서 즐겁게, 또 신중하게 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선수가 코트에서 긴장하면 몸이 무거워지고 좋은 동작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우선 선수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단 뜻이다.

 

“감독은 권위적인 모습으로 선수 위에 서서 따라올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플레이를 잘할 수 있도록 아래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 역시 즐겁게 하자는 생각이고, 그래서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

 

추승균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포기’다. 그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내 인생은 끝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끝까지 도전하면 언젠가는 그 노력이 돌아온다”고 강조한다. “무엇을 하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열심히만 하지 말고, 그 분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요. 최고가 되려면 절대 포기해선 안 돼요.” 그 역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음 시즌 추승균 감독의 목표는 다시 한 번 정규리그에서 우승해 이번 시즌의 영예를 지켜내는 것이다. 아울러 선수들의 플레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식스맨과 베스트 선수의 격차를 줄이는 데 더욱 힘쓸 예정이다.

 

“이번에 이루지 못한 챔프전 우승에 도전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으로서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첫 시즌보다 더 힘들겠지만, 많은 것들을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추승균 감독. 그와 그가 이끄는 팀이 다음 시즌에 또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지 자못 기대가 크다.

 

전주 KCC 이지스

2001년 현대 걸리버스 프로농구단을 인수해 KCC 이지스 프로농구단을 창단했다. 이번 2015-2016 프로농구에서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며, 팀 12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또한 정규리그 6라운드 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며 한국 프로농구 통산 여섯 번째 라운드 전승 기록의 팀이 됐다.


추승균 감독

부산중앙고와 한양대를 졸업했다. 1997년 현대 다이넷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FIBA 세계선수권 대회 등에 참가했다. 2001 애니콜 프로농구대회 모범선수상을 비롯해 2009 08-09시즌 챔피언결정전 MVP, 2009 스포츠토토 한국 농구 대상 MVP 등을 수상했다. 2015년 KCC 감독으로 선임된 첫해에 팀을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2015-2016 KCC 프로농구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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