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감독 이광용 동문(기계공학 97)

연극 대본에는 오로지 연출과 배우를 위한 지시 사항이 적혀있다. 언제 어떤 대사를 하고,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다. 반면 어떤 음악이나 조명을 써야 하는지, 어떤 의상을 입어야 하는지 등은 대본에 나와 있지 않다. 이는 오롯이 무대를 실제로 구현하는 스태프들의 몫이다. 그 중심에 ‘무대감독’이 있다. 내공 20년차 베테랑 무대감독 이광룡 동문(기계공학 97)을 만나봤다.

 

 

무대 디자이너에서 무대 감독이 되다

 

   
▲ 내공 20년차 무대감독 이광룡 동문(기계공학과
97)을 지난 25일 인사동에서 만났다. 이광룡 동문
은 무대감독이란 본인의 직책에 대해 "공연에 있어
연출에 버금가는 책임자이자 지휘자"라고 말했다.

연출이 연극의 모든 요소를 구상하고 융합하는 총지도자라면, 무대감독은 이를 현실로 구현하고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총책임자다. 이광룡 동문은 본인의 직책을 ‘지휘자’라고 표현했다. “무대감독은 공연을 제작하는 사람이자 관리하는 사람이라 보면 됩니다. 기획단계부터 공연이 무탈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공연 진과 제작 진을 조율하는 역할인 셈이죠.” 실제로 무대감독은 연습 스케줄 정리부터, 극장 스케줄 정리, 무대 작업과 세트 운영까지 궂은 일을 도맡아 진행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순간에는 조명, 음향 등 각 파트에 시기에 맞춰서 큐 사인을 줘야 한다. 흔히 ‘콜링’이라 부르는 작업이다. “극이 시작되고 나면 무대 뒤편에서 공연이 사고 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배우들을 보조합니다. 감독의 일사분란한 지휘하에 한편의 공연이 완성되는 것이죠.”

 

이 동문은 무대 디자이너로 먼저 연극계에 이름을 올렸다. 무대 디자이너가 대본을 분석해 자신이 생각한 무대의 이미지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감독은 그 디자인이 연출의도에 맞는지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이다. 이 동문은 “처음엔 무대 디자이너가 되고자 이 길을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줄곧 텍스트를 이미지화시키는 작업을 꿈꿨어요. 무대 디자이너가 되면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죠.”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이 동문은 무대의 외형뿐만이 아닌 연극 전체를 디자인 하기 위해 무대 감독이 됐다고 했다. “감독은 보다 큰 틀에서 이미지를 텍스트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죠.”

 

   
▲ 이광룡 동문이 참여한 <페인터즈:히어로!>는 무대위에서 펼쳐지는 실시간 드로인과 첨단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아트 퍼포먼스다. 현재 서울극장에 위치한 전용관에서 절찬리에 공연되고 있다.(출처: 왼쪽부터 기장신문, 한국관광공사)

 

현재 이 동문이 제작에 참여해 서울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페인터즈: 히어로!>는 디자이너로서 이 동문의 감성과 무대감독으로서의 이성이 잘 녹아든 작품이다. 실시간 드로잉과 첨단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아트 퍼포먼스. 배우들이 춤을 추면서 그린 그림들이 3D 비디오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며, 배우와 같이 회전하던 무대의 한편이 어느새 그림으로 변한다. 기술적인 요소들이 작품 전체를 이끄는 키워드인 ‘그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돕는 것. 이 동문은 “다양한 시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무대가 누릴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들을 최대로 활용한 작품이죠.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독한 길을 걷기로 결심하다

 

이 동문의 연극인생은 대학 시절부터 시작됐다. 수많은 동아리 중 연극동아리 ‘무대 밖의 삐에로’를 선택한 것은 우연의 일치였다. 이 동문은 “동아리 선배들의 환대에 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가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연극을 하려고 가입한 건 아니었어요. 근데 계속 공연에 참여하다 보니 전공 공부보다 연극 일이 더 재밌더라구요.” 하지만 연극을 업으로 삼기엔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았다. 돈이나 시간과 같은 물리적 한계도 명확했다. 그렇게 연극에 대한 열망을 조금씩 접어가던 그는 졸업 직전에 참여한 마지막 작품 <굿 닥터>를 통해 연극을 업으로 삼겠다 결심하게 된다. 당시 무대감독을 맡았던 이 동문은 “야외에서 한 첫 공연이었다”며 “무대를 쌓고 천막을 쳐서 객석을 만들 정도로 열악했다”고 했다. “날씨도 매우 추웠고 모든 상황이 악조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행복하더라구요. 그렇게 연극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한 여름밤의 악몽>는 이광룡 동
문에게 가장 험난하면서도 큰 성장의 발판이 되어준 작품이었
다. 사진은 <한 여름밤의 악몽> 중 한 장면. (출처: 한겨례 신
문)

연극을 하겠다 결심했지만, 그야말로 고독한 길이었다. 공연과 관련된 학과가 아니다 보니 업무를 가르쳐줄만한 사람이나 환경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실제로 관련된 학과로의 입학도 생각해 봤다고. 대학교 동아리 선배를 통해 물어물어 겨우 일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처음엔 소극장에서 무대를 제작했습니다. 작은 뮤지컬의 조연출을 맡기도 했죠. 그렇게 스태프로서의 모습과 마인드를 갖춰 갈 때 <한 여름밤의 악몽>이란 작품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한 여름밤의 악몽>은 이 동문에게 가장 험난하면서도 큰 성장의 발판이 되어준 작품이었다. “큰 극장의 전문가들과 부닥혀 가며 제가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새삼 알던 것도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끈기 있는 집중력으로

 

이 동문은 연극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끈기가 바탕이 된 “집중력’을 강조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어떤 파트나 분야를 정했으면 꾸준히 그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비단, 연극이 아니더라도 한 분야와 관련된 일들을 계속해 나가며 경험과 경력을 꾸준히 쌓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언제든 본인이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달려가서 작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이 동문. “아마 은퇴하기 전까지 계속 공연을 하겠죠. 그때 까지 항상 즐겁게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

 

   
▲ 이광룡 동문은 연극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더라도 끈기를 가지고 집중력있게 그 분야를 계속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이재오 기자        bigpie19@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키워드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기계공학과 #무대감독 #연극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