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강업 교수(건축학부)

건축물엔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의미가 함께 담긴다. 건축이 공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인 이유다. 단순히 공학 지식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건축의 본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때문에 이강업 교수(건축학부)는 40여 년의 세월 동안 사진 속에 건축물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함께 담고자 노력했다. 건축을 이해한 만큼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그다.

 

 

건축과 사진, 그 사이에서


때론 백 가지의 이론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크게 와 닿는 법. 조형미술을 다루는 건축학에선 특히 사진 자료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건축학 교수들은 사진작가들이 찍은 기존의 건축물 사진을 활용해 강의한다. 하지만 한양대에서 건축학을 강의하는 이강업 교수는 본인이 직접 찍은 수 백장의 사진을 이용해 강의한다. 직접 바라본 건축물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그 감상을 전한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건축의 미학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40여 년 전 미국 유학시절부터다. 버클리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며 당시 교수에게서 사진 찍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는 꼭 건축물을 사진으로 찍으며 공부했다고. 사진을 통해 건축물을 바라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건물의 다양한 특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 이 교수는 “사진은 건축의 예술적 특성을 담아내기 때문에 건축 사진을 통해 건축물의 다양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건축과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란 것. 강단에 오른 뒤에도 약 35년의 세월 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을 답사하며 건축물 사진을 찍어왔다.

 

   
▲ 이강업 교수(건축학부)는 40여 년간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을 답사하며 건축물 사진을 찍어왔다. (출처: 이강업 교수)

 

 
건축 사진으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다

 

   
▲ 이강업 교수와 지난달 29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인터뷰에서 사진에 담긴 건축물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들을 수 있었다.

“건축물 사진을 찍을 때는 건축만 바라보지 않고 건축물에 얽힌 사회문화적 배경을 함께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물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그 사진에 담긴 건축물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이 교수의 사진 철학이다. 더불어 건축 사진은 자연과 함께 완성된다. 이 교수는 “같은 건축물이라도 화창한 날과 스산한 날의 건축물은 프레임 안에 매우 다르게 담기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찍은 프랑스의 몽셀미셀 수도원 사진을 보면 그 설명이 더욱 와 닿는다. 화창한 날씨에서 바라본 수도원과 다르게, 자욱하게 낀 안개로 가려진 수도원은 한층 더 신비스럽고 오묘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건축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탐구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예로부터 인간은 현실을 넘어선 초월적인 삶을 추구하고자 했다. 건축이 종교와 많은 부분 맞닿아 있는 것도 이 때문. 이 교수는 “많은 건축물에 신과 조우하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페루 안데스 산맥에 있는 과거 잉카문명의 도시 터 마추픽추가 이를 대변한다. 산 정상에 신이 있다고 믿은 잉카인들은 높은 산꼭대기에 마을을 세워 신과 가까이에서 삶을 영위하고자 했다. “건축사는 종교 건축의 발전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신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건축물을 세우곤 했습니다. 그곳에선 일상에서 벗어나 순수한 정신세계로 몰입한 것이죠” 이 교수는 건축 사진을 찍어 이와 같은 의미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사람이 건축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느낀 이 교수는 건물을 넘어 인체와 자연, 생명체 등으로 작품의 범주를 확장한다. “건축이 사람의 생각과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기에 사람은 물론, 자연물의 사진도 건축 사진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교수는 국내외에서 수 차례 전시회를 개최해 자신이 찍은 사진을 선보인 바 있다. 이달에는 예술의전당에서 ‘관조’란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건축, 인체, 자연, 흔적의 네 코너로 나눠 전시한다. “관조란 사물을 바라보며 깊이 사색한다는 뜻입니다. 건축에서 나아가 모든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 속에서 또 다른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사진작가 이 교수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


이 교수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올해가 강단에 서는 마지막 해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기에 아쉽지만은 않다고. “사진을 찍으려면 무엇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아야 하는데, 사진작가는 은퇴 후에 하기 딱 좋은 일이죠. 앞으로 여러 곳을 방문하며 더욱 많은 사진을 찍을 생각입니다. 저에겐 지금까지 꿈꿔온 진짜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교수의 말 속엔 앞으로의 삶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제 힘이 닿을 때까지 아름답고 경이로운 사진을 최대한 많이 찍고 싶습니다.” 한평생 건축을 봐왔지만, 아직도 보고 싶은 것이 수도 없이 많다는 그다. 프레임 안에 모든 건축물이 담길 때까지 이 교수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 사진작가 이강업 교수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다. “제 힘이 닿을 때까지 아름답고 경이로운 건축 사진을 가능한 많이 찍고 싶습니다.” (출처: 이강업 교수)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키워드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건축학부 #사진작가 #이강업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