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은령 교수(응용미술교육과)

올해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지식과 경쟁 중심의 수동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지닌 잠재 역량을 깨워주고, 스스로의 삶을 이끌어가는 셀프 리더(Self-Leader)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교육부의 자유학기제 시범 모델 사업에 참여한 현은령 교수(응용미술교육과)와 함께 자유학기제가 가져올 학교 교육현장의 변화를 살펴보고, 우리 모두가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학생들이 주인공 되는 교실을 꿈꾸다

 

   
▲ 현은령 교수(응용미술교육과)는 "자유학기제는
교육 활동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 긍
정적인 자아인식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 이라고 말
했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은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크게 기본 교과 과정과 자유학기 활동으로 구성돼있다. 오전에 이뤄지는 기본 교과 과정 수업은 기존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토론과 실습,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진행된다. 오후에는 진로탐색, 주제선택 활동(교과 과정 외의 활동을 통해 교과 과정 학습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수업), 예체능 활동이나 동아리 등 다양한 체험 과정이 마련돼 있다. 자유학기에는 시험을 치르지 않는 대신 각 학생의 활동 참여 과정과 성과에 대한 다면적 평가가 학생부에 기록된다. 기존의 수업 방식으로는 발견하기 힘든 학생의 재능이나 장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알아보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도록 이끄는 것이 자유학기제의 근본적인 취지”라고 현 교수는 말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에 대한 일관된 인식을 갖추는 사춘기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은 ‘모범생’, 그렇지 못한 학생은 ‘문제아’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공부를 잘 하는 사람만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명문대 졸업장보다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이를 위해 학생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하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지혜와 안목을 갖게 하는 것이 자유학기제의 근본적인 목표라는 뜻이다.

 

시범적으로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학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자유학기를 경험한 아이들은 그 다음 학기에도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평이다. “자유학기제 연수 현장에서 일선에 계시는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아이들의 생활 태도가 많이 개선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생활지도 시간에 수업 프로그램 기획에 집중할 수 있어서, 교사 본연의 업무에 더욱 가까워졌고요. 학생들의 학교 생활 만족도도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반면 제도 시행 초기이다보니 일각에서는 몇 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교사들의 부담 증가, 학생들의 외부 활동에 필요한 안전 지도 문제, 사교육과 선행학습 증가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자유학기에는 진로탐색 활동뿐만 아니라 교과 과정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향상시키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출처 : 교육부)

 


자유학기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자유학기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것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에 학업 공백이 발생하고, 자유학기 이후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현 교수는 “시험 점수가 학력의 전부는 아니며, 점수로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의 학업 능력 향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학기를 거치면서 아이들의 발표와 토론,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일례로 한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시행 후에 치른 학생회장 선거 과정에서 7~8팀이 자발적으로 입후보해 포스터와 공약을 만들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고 합니다.” 당장은 학업 성적이 향상되지 않더라도, 자기주도적 참여 학습을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게 된다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더 높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현 교수의 의견이다.

 

   
▲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개별 학교, 교육지원청, 지자체와 지역 사회의 유기적 협력이 중요하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에게는 체험학습의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도 자유학기제의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서울 지역 중학교는 진로 체험 장소가 학교당 16곳 이상으로 다양한 반면, 농어촌 지역에서는 학교당 5곳이 안 되는 학교도 많다. 현 교수 역시 이 부분을 인정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의 특수한 교육 환경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여지도 있다. 지역 주민 대부분 학교 동문이라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고, 학생 1인당 배정되는 예산이 늘어나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 “농어촌 지역 학교들은 학급 당 학생 수가 도시 지역에 비해 적기 때문에, 주제선택 활동이나 예술체육 활동에서 동료 학생이나 교사와 더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지역 간의 차이를 부각시키기보다 서로 다른 특성을 인정하고, 부족한 점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했으면 합니다.”

 

 

학교 교육,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


많은 사람들이 자유학기제나 학교 교육의 변화가 자신과는 관련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 교수는 오히려 “자유학기제와 연관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자녀 양육이 끝난 어르신들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의 부양을 받을 겁니다. 대학생들은 언젠가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게 될 거고요. 학교 교육이 어떤 흐름으로 변화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더욱 바람직한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비록 자유학기제가 교육 현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지금은 분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안산 신길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건축물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만들어 갈 교실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다. (출처 : 정책정보지 위클리 공감)

 

 

글/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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