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무용콩쿠르 금상 수상 권재헌(무용학과 3) 씨

현대무용을 여타 무용에 비해 낯설어 하는 이들이 많다. 정해진 형식이 존재하지 않아 매 공연마다 생소한 동작이 등장하기 때문. 하지만 무용가가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만을 이해한다면 어려움 없이 현대무용을 관람할 수 있다. 권재헌(무용학과 3) 씨가 지난달 열린 제46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현대무용 남자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유서 깊은 대회서 금상의 영예 안아


지난 5월 19일 제46회 동아무용콩쿠르 본선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됐다. 동아무용콩쿠르는 신인무용수 발굴을 위해 매해 개최되는 전국 무용 경연 대회다. 지난 1964년 시작해 50년 넘게 이어온 유서 깊은 대회로 지금까지 800여 명의 무용인을 배출했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각 장르를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일반부 남녀로 구분해 평가한다. 이번 대회 현대무용 일반부 남자 부문에선 20명이 예선 심사를 치렀으며 권재헌 씨 외 4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권 씨는 본선에 참가해 당당히 금상을 차지했다.

 

권 씨는 이번 대회에서 닐스 프람(Nils Frahm)의 ‘4:33’과 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의 ‘Raein’을 편곡한 음악에 맞춰 ‘내 안의 독주’란 무대를 선보였다. 서정적인 음악 분위기에 맞게 잔잔한 동작이 이어졌다. 콩쿠르는 난이도 높은 동작을 잘 표현하는 것이 심사의 기준이 된다. 때문에 난이도 높은 동작을 배치하면서도, 내면의 쓸쓸함과 고독함을 느낄 수 있는 안무를 구성했다. 권 씨는 고등학교 재학 중 동아무용콩쿠르에 참가했지만 본선에서 탈락한 바 있었다. 그때의 아쉬움을 담아 이번 무대를 펼쳤다. “모든 동작에 간절함을 담아 무대를 선보였어요. 가수들이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스럽게 내뱉는 것처럼요.”

 

   
▲ 권재헌(무용학과 3) 씨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무용을 처음 접했다. 형식의 제약이 없는 현대무용에 매력을 느껴 안무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출처: 권재헌 씨)


권 씨는 이번 대회에서 25점 만점에 평균 21.8점을 기록하며 금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은 권 씨의 무대에 대해 “테크닉과 감정표현이 잘 정제돼 있으며 작품 운영의 노련미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체력, 기량과 함께 작품을 대하는 진지함이 우수하며 감정전달만 보완한다면 좋은 무용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엿보인다”고 했다. 권 씨는 “평소 기본기 연습을 꾸준히 해온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실기연습을 할 때 기본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다양하고 수준 높은 기술을 선보이는 데 있어 기초가 되는 동작을 훈련하는 거죠. 그런 것들이 잘 쌓여서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한 편의 작품을 선보이기까지

 

   
▲ 권재헌 씨와 지난 13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동아무용콩쿠르 준비과정과 수상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무용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음악 선정부터 안무까지 스스로 모든 것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 권 씨는 올해 2월부터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음악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음악을 선정할 때 가장 고민이 많았어요. 현대무용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죠.” 친형의 조언은 권 씨에게 큰 도움이 됐다. “요즘 시대엔 가요를 주로 듣고 클래식은 거의 듣지 않잖아요. 그런데 저희 형은 현대무용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어요. 그래서 종종 저에게 무용에 사용할 음악을 추천해주곤 하죠.” 이번 작품에 사용된 음악도 친형의 권유였다.

 

노래를 정한 뒤 권 씨가 처음 구상한 주제는 ‘고아’였다. “음악에서 고독함이 느껴져서 아이가 누군가에게 버림받는 상황을 떠올렸어요.” 담당 교수님의 조언에 따라 구체적으로 컨셉을 발전 시켜 ‘내 안의 독주’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주제에 맞게 안무를 구상하는 것도 권 씨의 몫이었다. 안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즉흥적으로 펼친 몸짓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안무를 완성한 뒤로는 끊임없이 연습했다. 경연 당일, 권 씨는 광활한 무대를 자신만의 공간이라 생각하며 온몸으로 ‘내 안의 독주’를 선보였다.

 

 

우리나라 대표하는 안무가 되고 싶어

 

   
▲ 권재헌 씨가 한양대 제2공학관 앞에서 무용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춤을 좋아했던 권 씨는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국무용을 배웠어요. 발레나 현대무용은 타이즈를 입어야 하지만 한국무용은 타이즈를 안 입어도 되기 때문이죠(웃음).”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잠시 발레를 배우기도 했다. 발레에선 신체의 굴곡과 비율이 중요한데, 권 씨의 신체 조건이 발레에 적합했기 때문. 하지만 정형화 된 안무형식이 마음에 들지 않던 권 씨는 결국 형식의 제약이 없고 동작이 자유로운 현대무용으로 방향을 정했다. “처음 현대무용을 배웠을 때 선생님께서 ‘모든 게 정답이다’라고 하셨어요. 그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권 씨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예술특수대학교로의 진학을 꿈꿨다고 한다. 예술특수대학교에서는 실기 위주의 수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훌륭한 무용수가 되기 위해서는 이론 학습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한양대 진학을 결심했다. 권 씨는 이른 아침에 주로 실기 연습을 진행하고 오전과 오후에는 수업을 듣는다. 이처럼 이론 학습에 힘쓰는 이유는 ‘예술인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있어 행복해요. 학과 내에서 공연이 자주 열려 무대에 오를 기회도 꾸준히 가질 수 있어요.”

 

7월에 열리는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를 준비 중이라는 권 씨. 이번 대회 작품을 보완해 출전할 예정이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안무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권 씨는 안무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간절함’을 강조했다. “무대를 보면 누가 간절하고, 누가 간절하지 않은지 보여요. 누구든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무대에 임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부터 그런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죠.” 앞으로도 권 씨는 무대 위에서 온몸으로 그의 꿈을 펼칠 예정이다.

 

   
▲ 지난 5월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동아무용콩쿠르 시상식에서 권재헌 씨(왼쪽에서 첫 번째)를 포함한 수상자들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동아무용콩쿠르 홈페이지)

 

 

글/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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