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과 중학생의 학습 멘토, 재능나눔의 기쁨을 나누다

대학생의 신분으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학습 멘토를 자청하게 됐다는 사회봉사단 희망한대 멘토링팀. 그들은 재능나눔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특별한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기쁨을 나누기를 바랐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화산은 어떻게 생겨요?”

 

   
▲ 사회봉사단 희망한대 멘토링팀. 왼쪽부터 진웅균(경제금융학부 09), 이도균(신소재공학부 12), 윤기산(스포츠산업학과 14), 강태우(전기공학전공 14), 김진아(교육학과 15) 학생.

 

조물조물 지점토를 반죽하는 아이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는 이곳은 성동지역아동복지센터. 세 팀으로 나뉜 여섯 명의 초등학생이 대학생 누나, 형들과 함께 물통에 지점토를 붙여 화산을 만들고 있다.

 

“쌤, 이것 봐요. 새똥 같아요.”

 

여기저기서 일주일 만에 만나는 ‘쌤’을 부르는 아이들의 입이 손보다 바쁘게 움직인다. 과학 수업을 진행하는 멘토 이도균 학생이 종이컵에 든 베이킹파우더를 나눠 주며 실험을 서두른다.

 

“베이킹파우더는 어디에 쓰는 거죠?”라는 질문에 “액체 괴물 만들 때요”라는 기상천외한 대답으로 교실에 한바탕 웃음을 선사하는 아이들. 베이킹파우더와 식용색소, 물을 차례차례 물통 안에 넣고 빨대로 잘 저은 뒤 마지막으로 식초를 붓자, 화산의 마그마가 분출하듯 갑자기 부글부글 거품이 터져 나온다.

 

“우와, 깜짝이야.”

 

“짱, 신기해.”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한 아이들이 지점토 화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 그럼 화산 실험을 정리해 볼까?”

 

이도균 학생이 화산의 중화 작용에 대해 설명하자, 소란스럽던 아이들은 어느새 똘망똘망한 눈을 굴리며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재능나눔으로 사랑 실천하는 희망한대

 

   
▲ 멘토링팀 학생이 이날 진행한 수업의 활동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이도균(신소재공학부 12) 학생을 비롯해 아이들의 실험을 도와준 진웅균(경제금융학부 09), 윤기산(스포츠산업학과 14), 김진아(교육학과 15) 학생은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 성동지역아동복지센터에 모여 초등학생들에게 과학을, 중학교 학생들에게는 체육을 가르친다.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성동구 지역 학생들에게 재능나눔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한양대학교의 건학 정신인 ‘사랑의 실천’을 실현하기 위해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모인 사회봉사단 ‘희망한대’의 멘토링팀 학생들이다.

 

다양한 봉사 활동을 통해 학내에 봉사 문화를 전파하는 희망한대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이면지 사용하기 등과 같은 환경보호 활동과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재능나눔을 하는 멘토링 활동을 중심으로 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멘토링팀은 총 여덟 명의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다섯 명은 성동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 과학과 체육을, 세 명은 샛마루공부방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지난해 이수한 사회봉사 수업에서 처음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습 멘토링을 경험했습니다. 그때 보람을 느껴 멘토링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_윤기산(스포츠산업학과 14)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덕분에 꿈을 갖게 됐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꿈을 안내해주는 멘토가 되고 싶어 시작했습니다.”_이도균(신소재공학부 12)

 

“사범대 학생이다 보니, 수업 시간에 배운 교육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실제 학생들의 인지 형성 및 성장에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_김진아(교육학과 15)

 

“제가 기부할 수 있는 재능이 공부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교육 봉사를 결심했죠.”_ 강태우(전기공학전공 14)

 

멘토링 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봉사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은 한마음 한뜻이다.

 

프로그램 기획에서 실행까지

 

   
▲ 배움의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수업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희망한대 멘토링팀이 본격적으로 교육 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말. 과학, 음악, 미술, 사회, 기술, 체육 등 각자 전공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한 뒤, 성동구 내에 있는 복지기관에 기획서를 보냈다. 20여 군데 문의 끝에 이들의 재능나눔을 반갑게 받아 준 곳이 성동지역아동복지센터와 샛마루공부방이었다. 많은 프로그램 중 과학, 체육, 수학 수업이 채택됐다. 야심차게 프로그램을 준비하긴 매 한가지였지만, 프로그램이 채택된 학생이 메인 멘토가 되어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보조 멘토로 아이들이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샛마루공부방에서 중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강태우 학생은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딴전을 피던 학생들이 두세 번째 수업부터는 잘 따르더라고요. 배우려는 의지도 강했고요.”

 

그동안 일회성 봉사자들에게 지친 아이들은 처음에 경계의 눈빛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름 외우기’, ‘별명 지어주기’를 하며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찾아가자 어느덧 마음의 빗장이 열렸다. 이제 쉬는 시간에 잠시 자리를 비우기만 해도 “○○쌤 어디 갔어요?”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이다.

 

이도균 학생은 학구열이라면 초등반 학생들도 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 실험이 끝나면 언제나 질문 공세가 이어져 진땀을 빼곤 한다고. 배움의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 희망한대 멘토링팀의 수업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뿐만 아니다. 수업 한 달 만에 몰라보게 표정이 밝아진 학생도 있다. 김진아 학생은 “체육 수업을 듣는 중학생 중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여학생이 있는데, 수업을 진행할수록 점점 활달해지고 있어 뿌듯하다”고 전한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멘토

 

아무리 일주일에 한 번이라지만, 과제와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로 바쁜 틈을 타 짬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시간도 못 내겠냐”며 “시간이 없어 봉사 활동을 못 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진웅균 학생. 4학년이지만 꾸준히 멘토링에 참여하는 건 잠시 얼굴만 비추고 가는 생색내기 봉사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는 봉사 활동에도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마음에서 우러나온 봉사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거나 보여주기식 봉사는 봉사를 받는 사람에게 금세 들통이 나고 만다. 이도균 학생은 “예전에 소록도에서 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간호사님이 자기만족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봉사를 하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며 “그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봉사를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번 봉사 활동을 해보면 누구나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김진아 학생.

 

“마더 테레사 같은 분만 봉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봉사에 참여해 보면 자신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희망한대 멘토링팀은 보다 많은 학생들이 봉사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봉사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멘토링팀은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성동지역아동복지센터의 학생들을 캠퍼스에 초대했다. 이때 일일 멘토를 신청한 학생들과 선호하는 학과 사무실에 방문해 어떤 공부를 하며,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는지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또 성동구장애인복지센터의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캠퍼스 투어 및 마장동벽화마을의 벽화 그리기 봉사도 진행했다. 여름방학에는 지방의 중학교를 찾아가 열흘 간 창의캠프라는 멘토링 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는 김진아 학생의 바람처럼 이들의 재능나눔이 많은 아이들의 앞날을 비춰 주는 따뜻한 빛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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