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학생 17명으로 구성된 거문고 앙상블 ‘허그’ 창단!

전통에는 현대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치가 담겨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현대인들이 그 이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국악 특유의 고고하고 점잖은 멋은 요즘 세대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 ‘허그(HUG)’는 잊혀 가는 우리네 전통 악기의 매력을 알리고자 한양대학교 국악과 학생들이 만든 거문고 앙상블이다. (글. 이재오(학생기자) / 사진. 안홍범)

 

거문고 소리로 감싸다

 

   
▲ 거문고 앙상블 ‘허그’. 왼쪽부터 최예지(국악과 13), 이윤주(국악과 13), 신소영(국악과 14),최단정(국악과 13) 학생.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거문고의 매력에 빠진 17명의 학부생들이 거문고 앙상블을 만들었다. ‘한양대학교 거문고’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 앞 글자를 따 ‘껴안다’는 뜻의 허그(HUG, Hanyang University Geomungo)를 창단한 것. 대표를 맡고 있는 이윤주 학생은 “한자와 거문고의 유래를 딴 다양한 이름이 있었지만, 거문고의 소리로 사람들을 포용한다는 뜻이 저희 창단 취지와 잘 맞아서 허그로 이름을 정했다”고 전했다.

 

거문고는 짙고 중후한 음색이 매력적인 악기다. 고상하면서도 점잖은 멋이 있어 예로부터 상류층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조선 시대의 웬만한 지식인들은 교양으로 거문고를 연주했을 정도다. 하지만 정악(과거 궁중음악의 일부를 포함해 민간 상류층에서 연주되어 오던 모든 음악)에서 거문고는 주로 중저음을 담당하다 보니 연주가 단조로워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반주만 하는 악기로 보기 십상이다. 총무를 맡고 있는 최예지 학생은 “대규모 합주나 독주에서는 그 어떤 악기 못지않게 멋진 연주를 선보이는 악기”라며 “거문고의 중후한 멋과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앙상블을 만든 취지를 설명했다.

 

첫 연주회를 열기까지

 

   
▲ 허그(HUG, Hanyang University Geomungo)는 ‘한양대학교 거문고’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 앞 글자를 따 ‘껴안다’는 뜻을 담았다.

지난 3월 15일 거문고 앙상블 허그의 창단 연주회가 열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이 직접 준비했다. 선곡부터 편곡, 연습 과정 전반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직접 해낸 것이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이윤주 학생은 모든 과정을 직접 준비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고 말한다.

 

“거문고 독주를 준비하기 위해서 대학원 선배님께 직접 곡을 써 달라고 부탁도 했어요. 겨울방학 내내 학교에서 합숙하다시피 연습을 해야 했죠.”

 

별도의 연출이나 지도 교수 없이 학생들이 직접 토론하고 결정하며 공연을 완성해 나갔다. 세트 리스트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어떤 부분에서 강약을 조절하고 어떤 느낌을 표현할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들의 몫이었다. 최예지 학생은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각자 그룹별로 연습하다가 11시까지 마지막 한 시간은 리허설처럼 진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서로 시간이 안 맞거나 의견 조율이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끝까지 모두 최선을 다해 연습에 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악으로 시작해 창작곡으로 이야기를 꾸미고 민속 악곡으로 마무리했다. 거문고 이중주, 협주곡, 중주곡 등 다채로운 연주가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관객과 연주자 모두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단원 최단정 학생은 “순전히 우리의 힘으로 이토록 큰 공연을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고 성취감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년에 단장을 맡게 될 신소영 학생도 더할 나위 없이 감개무량했다고 전한다.

 

“창단 초기와 달리 공연이 끝난 지금은 개인적으로 후원을 요청하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셔서 무척 기뻤습니다.”

 

우리만의 색깔을 찾아서

 

   
▲ 허그의 신소영 학생은 “부족한 점을 보완해 한양을 대표할 수 있는 국악 앙상블로 거듭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거문고 앙상블 허그의 목표는 우선 자신들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문가와 대중 모두에게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신소영 학생은 “부족한 점을 보완해 한양을 대표할 수 있는 국악 앙상블로 거듭나고 싶다”며 “한양대가 국악에서 최고의 명문 학교로 우뚝 설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거문고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모인 17인의 국악과 학부생들. 허그가 그들의 바람대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앙상블로 거듭나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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